헤아려 본 기쁨 - C. S. 루이스가 찾은 완전하고 영원한 기쁨을 향해
박성일 지음 / 두란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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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의 여러 저작에서 기쁨이라는 주제에 관한 내용을 추려서 책으로 엮었다. ‘기독교’ 하면 흔히 떠오르는 엄숙함과 무거움을 넘어그 안에 기쁨의 광맥이 있음을 잘 보여주었던 인물이 루이스인데이렇게 그 내용을 정리해 한 자리에 모아놓으니 또 괜찮은 책이 한 권 나왔다.


루이스에게 기쁨의 근원은 하나님이다이 책에서는 마지막 장인 9장에서 소개되는데루이스는 삼위 하나님의 독특한 존재방식을 으로 설명하면서 그분의 존재 자체가 기쁨으로 이루어져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이 세상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천국에서 흘러나온 기쁨의 일부라는 표현도 유명하다.


당연히 기쁨에 관한 이런 관점을 지닌 루이스는기쁨을 멀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도리어 그리스도인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에 관해서까지 말할 정도로신자의 삶과 기쁨은 중요한 연관을 지닌다.

 


이 책에서 저자는 루이스가 자신의 책에서 말했던 기쁨을그 영어단어의 의미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꽤 흥미롭다. Joy, Pleasure, Enjoyment, Taste, Delight가 그것인데모두 기쁨이라고 변역되었던 단어들인데 각각의 뉘앙스가 전혀 달라서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루이스가 하려고 했던 말의 강도나 의미를 꽤나 일그러뜨릴 수도 있었겠다 싶다.


인간 본연의 갈망을 의미하는 Joy, 창조세계에 넘쳐나는 감각적 즐거움인 Pleasure, 대상에 완전히 집중하는 향유라는 뜻의 Enjoyment, 나와 다른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풍미를 느끼는 Taste,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희열인 Delight까지사실 이 책의 제목을 (루이스의 또 다른 책인 네 가지 사랑에 대한 오마주로) “다섯 가지 기쁨이라고 했어도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움베르토 에코가 쓴 소설 중 장미의 이름이라는 작품이 있다주인공인 두 수도사가 한 수도원에서 잇달아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적해 흑막을 밝히는 내용인데최종적 비밀의 중심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이라는 책이 있었다시학의 두 번째 책이 다루는 희극’ 속 웃음이 기독교를 망칠 것이라고 여긴 한 수도사가 벌인 사건이었던 것.


그만큼 기독교와 웃음은 한 때 서로 거리가 멀어보였다좀 더 가까이에는 청교도라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기독교에 엄숙주의를 들여왔고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많은 교회들에도 이런 분위기가 남아있다. ‘엄숙함과 경건함을 착각한 건데어쩌면 이들은 훗날 천국이 너무 시끄럽다고 불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루이스는 그리스도인들이 놀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당장 교회기독교 하면 딱딱하고 전형적인 예배의식과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봉사라는 이름의 무보수 노동이 당연한 것처럼 요구되는 상황은예수님에겐 조금 낯선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교회는 기쁜 곳일까오늘 교회가 하는 말은 기쁜 소식일까우리가 누려야 할 기쁨이 무엇인지 다시 재검토 해 보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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