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C.S.루이스 그리고 삶의 의미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이현민.전경자.백승국 옮김 / 템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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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리처드 도킨스그리고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공통점은모두 영국 유서 깊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가르쳤다는 점이다물론 이들의 전공은 서로 달랐는데루이스는 영문학을 도킨스는 동물학을 주 전공으로 공부했다맥그래스의 경우 분자생물학으로 첫 박사학위를 땄고이후 신학 박사도 되었다.


저자인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 자신과 동문인 두 사람의 사상을 대조하는데루이스 전기까지도 썼던 맥그래스가 어느 쪽에 좀 더 우호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는 명확하다하지만 또한 맥그래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별다른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어떤 쪽을 비난하거나 옹호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킨스의 전제적 과학주의와 루이스의 경험적 유신론을 대조한다알다시피 도킨스는 과학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인물이다물론 과학이라는 도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를 객관적이고 상세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효과적인 도구다그러나 동시에 과학은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과학은 선함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는다옳고 그름 또한 과학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요소다도덕과 윤리 차원만이 아니다책에서 저자는 증거에 의한 이론의 미결정성이라는 측면을 떠올리도록 한다간단히 말해서 어떤 증거가 특정한 이론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예컨대 다중우주론과 끈이론(이건 책에 나오지는 않는다)은 발견된 과학적 증거들을 설명하는 한 이론이지만같은 증거로 다른 우주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도 여전히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킨스는저자의 말에 따르면 증거의 완전한 부재와 완전한 증거의 부재 사이를 구분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물론 기독교는 증거로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은 사상체계다그러나 그것이 증거로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말이그것이 옳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킨스는 이를 혼동(아니 일부러 조장)하고 있다는 것그는 어떤 것이 증명될 수 없다면거짓이라고 몰아붙이지만이 둘은 명백히 다른 범주다.

 


루이스는 기본적으로 합리론자였다그가 기독교인이 된 것은그것이 주는 감정적 위안이나 앞선 세대로부터 전해 받은 무비판적 순응이 아니었다사실 루이스의 기독교 관련 글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내용은 검증에의 요구저자가 잘 지적했듯루이스는 일단 기독교가 사실이라고 가정한 채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해볼 것을 도전하는데이런 식의 가설과 검증은 일반적인 과학적 절차와도 일치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루이스는 도킨스가 보지 못한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다인간은 자신이 경험하는 것 이상을 갈구하는 존재다도킨스가 제한한 좁은 세계에 관한 비전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도킨스는 과학을 숭배했지만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은 1+1=2라는 식의 간단한 공식으로 이루어진 체계가 아니다모든 것이 과학적 방식으로 말끔하게 설명되는 세상은 도킨스의 과학주의적 동화 속 세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가 과학을 배타시하느냐그렇지는 않다저자는 과학이나 기독교는 각자가 가진 비전만을 보여줄 뿐인데이는 삶의 일부만 밝혀줄 뿐이라고 말한다대안은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다그럴 때 우리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이건 자연을 통한 일반계시와 성경을 통한 특별 계시가 있다는 정통적인 기독교적 입장과도 일치하고어쩌면 루이스는 어렴풋이나마 이 과정을 시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작고 얇은 책이라 충분히 깊은 내용까지는 담기 어려웠지만과학주의가 갖고 있는 한계와기독교와 과학의 동반자적 관계 설정의 가능성 등을 빠르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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