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가족 - 아웃케이스 없음
이민재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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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그리고 염전 노예.


     영화는 한 시골마을에 좀비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흥미롭게도 이 좀비는 양배추를 좋아하고(케첩을 뿌려주면 환장하고), 보다 놀라운 건물리는 사람에게 젊음을 가져다준다는 설정이다처음에는 그런 좀비를 공격적으로만 대하던 가족은좀비의 특별한 능력이 돈이 될 거라는 걸 깨닫자 그를 창고에 가둬둔 채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물리게 해 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영화 속 좀비를 사람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지만영화 속에 나온 모습만 보면지능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린 장애인을 묶어두고 한없이 착취하는 시골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른다수 년 전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벌어진 끔찍한 장애인 착취사건이 오버랩 돼서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했다.


     장애인들을 인신매매해서 노예처럼 다루면서도 이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탈출하는 피해자들을 염전주인에게 돌려보냈다는 경찰관이나택시운전기사심지어 피해자에게 부모가 못해준 걸 염전 주인이 해 준 게 아니냐고 물었다는 판사까지 전부.(이 사건 관련 내용을 조금만 찾아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이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기 바쁘다특히나 영화 종반부까지도 상황인식이 좀처럼 발전이 없는 두 주연 캐릭터들(준걸해걸)은 끊임없이 슬랩스틱으로 억지웃음을 불러오는데이걸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수경.


     그나마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있는 캐릭터는 이수경이 연기한 해걸이라는 인물이다물론 좀비의 잘생긴 외모 덕도 좀 있었던 것 같지만시종일관 그를 인간으로 대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

 

     최근 한 드라마에서 꽤 시니컬한 모습으로 출연해서 인기가 있었던 이수경이 구수(하지만 살짝 어색)한 사투리를 써가며 촌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는 것도 보는 재미다일종의 이 느껴진달까개인적으로는 영화 내내 이수경만 보였다.


     사실 이 캐릭터도 조금은 현실감이 부족하긴 하다현실감으로 치면 엄지원이 연기한 며느리 남주가 가장 뛰어나지만이쪽은 너무 악착같이 자기만 생각하는 쪽이라 초반에 또 정이 그렇게 가지 않게 되어버리니... 조금은 느슨해도 다른 존재에게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정감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

 





급전환.


     그렇게 좀비를 소재로 한 (말도 안 되는코미디영화인줄 알았던 영화는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변해버린다코믹소재였던 좀비가 진짜 좀비 영화처럼 설정 전환을 한 것물론 여기에서도 그다지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고그냥 당혹감이 더 강했을 뿐이다처음부터 감독이 하나의 이야기로 끝까지 끌고 갈 여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한 정도.

 

     제작진이나 배우들 모두 고생을 하면서 만든 작품이겠지만뭔가 그냥 뒤죽박죽스타킹을 위에 두루마기를 걸친 것처럼그냥 서로 다른 이야기를 억지로 붙인 느낌이었다영화를 통해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잘 와 닿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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