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역사와 만나다 - 민족의 경전에서 인류의 고전으로 비아 만나다 시리즈
야로슬라프 펠리칸 지음, 김경민.양세규 옮김 / 비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아담하지만 알찬 책을 만났다스테인글라스의 한 부분을 담아 놓은 듯한 표지도 예쁘다(이 출판사 책을 만들 줄 아는 것 같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기도 했고이후에는 같은 대학교 역사학과 석좌교수를 지냈다루터교회 목사로 사역을 하기도 했지만말년에는 정교회 쪽으로 적을 옮겨서 목회직을 수행하지 않다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단지 저자의 이력만 독특한 게 아니다책의 내용 역시 흥미롭다이 책에서 저자는 성경의 역사를 다룬다서론에서 저자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그 답부터가 재미있다. ‘성경이란 무엇인가정확히 말하면 성경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개신교인들에게는 구약과 신약 66권이 있을 것이고가톨릭교인들에게는 여기에 외경이 몇 권 더해질 것이다또 유대교인들에게는 앞서의 두 범주에 속한 사람들이 구약이라고 부르는 히브리어 성경, '타나크(책에서는 타낙이라고 표기한다)‘를 가리킬 것이다국제기드온협회에서 보급하는 성경에는 신약에 시편이 함께 실려 있다(그들이 이 책들만 성경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경의 범위는 역사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해왔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유대교와 가톨릭개신교라는성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 교파의 관점을 두루 섭렵해 담아내고 있다애초에 말로써 전해지던 메시지가 어떻게 기록으로 옮겨졌고기록된 말씀이 번역되고새롭게 기록되고그에 대한 해석과 주석들이 진행되고 하는 과정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 대한 유대교인들과 그리스도교인들의 해석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유사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두 종교 전통 모두 아브라함과 모세 같은 인물들을 특정한 민족과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만 관계된 이들이 아니라모든 인류의 조상이자 신앙의 전달자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145-146).


     이 외에도 책은 성경에 관해 생각해 볼 다양한 주제들을 잔뜩 담고 있다신약 성경의 구약인용은 상당부분 70인역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70인역의 그리스어 번역과 히브리어 성경의 그것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그리고 신약성경이 구약성경의 히브리어적 의미와 다른 의미에 기초해 논리를 전개하는 것을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기록된 성경과 그것을 전수해 준 공동체의 전통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왜 개신교인들은 가톨릭교인들과 외경에 대한 관점이 다를까 등등하나하나 흥미로운 지적들이다.

 


     같은 성경을 공유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합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얼마나 큰 골이 놓여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우리들은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멀리 서 있는 걸까혹 그게 현실이라면그래도 괜찮은 걸까어쩌면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산을 근거로 조금씩 대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정리를 해 낸 책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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