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학 이야기 - 웨스트민스턴목회와 신학 1
신현우 지음 / 웨스트민스터출판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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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성경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우리가 보는 한글 성경은 무엇을 보고 번역한 것인지, 그리고 그 번역의 대상은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그것은 과연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한 최초의 성경본문과 정확히 같은 것인지 하는 의문은, 성경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만한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신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사본학과 원문비평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두 분야 모두 오늘날 남아있는 여러 성경의 사본들(손으로 옮겨 적은 복사본)을 통해 최초로 기록되었을 성경원본의 모습을 추정해가는 학문 분과인데, 전자는 사본들의 특징을 찾아 해석하는데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그 사본들을 비교하며 원문을 추정해가는 것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학문이다.

 

     요컨대 사본학이란, 오늘날 더 이상 성경의 원저자들이 직접 기록한 성경본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학문이다. 오늘날 원본은 없다. 아마도 그것이 처음 기록되었을 재질인 파피루스의 연약성 때문에, 이는 거의 확실하다.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사본들뿐이다. 그리고 이 사본들은 옮겨 적는 과정에서 자주 서로 차이를 보여준다. 이 차이는 옮겨 적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것도 있고, 헬라어 문법이나 알파벳, 발음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처음 복사한 사람들에 기인하는 것도 있으며,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열 번째, 스무 번째 필사자들에게서 기인하는 문제일수도 있다. 역시 쉽지 않은 내용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본학 상의 여러 문제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본들을 통해, 사본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원문을 추정해 나갈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설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예컨대 짧은 독법이 선호되고, 부드럽게 읽히는 문장보다 거칠게 읽히는 문장이 원문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서로 다른 두 출처의 내용을 '조화시키는' 본문 후대의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학자들은 저마다의 논리적인 근거를 제안하고 있고, 흔히 네슬-알란트 판이라고 불리는 헬라어성경의 편집기준은 오늘날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기준들이 가진 문제점과 모순들까지도 숨김없이 함께 제시한다. 과연 짧은 독법이 꼭 원문에 가까운 것일까? 필사자들이 내용을 더하는 일 못지 않게, 다양한 이유로 빼먹기도 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무조건 주류학설을 따라가기 보다 그 기준들이 확실한지 검증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주류학설의 주장이 생각만큼 확실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이를 ‘학자들 간의 상호 주관성에 근거한 객관성 추구’라는 방식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역시 완전한 객관성을 얻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다. 사실 인문학이 가지는 궁극적인 딜레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즉, 완벽하게 원문을 찾아낼 수 있는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본학의 모든 기준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우리는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꽤 흥미 있는 내용의 책이다. 성경 자체에 대해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되도록 여러 가지 비유들을 사용해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쉽게 다가가려고 하는 점은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다.(지금 보면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이미 절판된 책이지만, 중고로 구할 수 있다면 구입해 둘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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