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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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공장의 유리병 안에서 생산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 맡게 될 역할에 따라 특정한 화학물질이 주입된 후 지속적인 세뇌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계급에 맞는 정신구조를 갖게 된다. 그래도 쌓이는 스트레스는 소마라고 불리는 약물로 해소한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아무런 다툼도 충돌도 없는, 오직 즐거움으로 가득한 세상. 작가가 창조해 낸 멋진 신세계의 모습이다.

 

 

     분쟁의 원인이 될 만한 모든 것들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야심찬 비전은 일류 역사에 등장했던 주요 이데올로기들이 공통적으로 장담했던 내용이었다. 왕정 시대에는 새로운 나라가 세워질 때마다 반란자와 창업자 사이의 미묘한 선에 서 있던 이들은 자신이 이전 국가의 폐단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다고 자부했고, 공산주의는 자본만 없애면 유토피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언했으며, 자본주의는 돈(시장)에 대한 규제만 없애면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은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다. 인간을 구성하는 복잡한 정황에서 어느 한 가지를 절대시하거나, 절대 악으로 치부하는 순간 그는 인간으로서의 온전함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게 역사가 보여주는 결론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똑같이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았고, 인류는 아직 대안을 찾지 못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묘사했던, 스트레스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시도 역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 이제 거의 현실화되고 있는, 인간성 상실을 초래하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작가의 우려를 읽어낸다. 작가가 마치 예언자라도 되는 양, 그의 작품 속 어떤 아이디어들이 오늘날 현실이 되었는지를 찾아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시도는 소설 속 압제적 정부를 현실의 무엇과 비교하는 식으로 이어질 테고.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작가가 공들여 쌓아놓은 세계국의 모습은 어떤 것 하나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고, 심지어 허약해 보이기까지 하다. 세계국은 사람들이 사는 영역을 제한하고 엄격한 계급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화학용법까지도 가하는 폭력적인 사회인데도, 이미 그 안에는 시작한 체제의 부자연스러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세계 밖에서 온 야만인한 사람으로 인해 일어나는 소동도 그 한 예고.

 

     이미 체제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고,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모순점들은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는 체제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제국들처럼. 결국 시간의 문제라는 말이다.

 

 

     약물과 법률, 공권력까지 손에 넣은 세력들을 한 구석에서부터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문학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구절들을 쉴 새 없이 인용하는 야만인, 가슴 속 심상을 시로 터뜨리는 헬름홀츠 같은 인물들. 그리고 채 자신의 작품세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인 사유 안으로 깊이 들어갔었던 버나드 같은 캐릭터도 문학의 끝자락 어딘가에 살짝 걸쳐져 있다.

 

     문학적 상상력이야말로,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강한 무기일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어떤 제도나 조직, 이데올로기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영원히 누를 수는 없었으니까. 수많은 독재자들과 폭군들이 시인과 작가들을 처벌하고 수많은 금서와 금지곡들이 제정되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반면 기술책들이 금지된 사례는 거의 없다)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해주는 작품이다. 좋은 문학은 쓴 사람의 창의력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그것도 발달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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