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소녀 : 초회 한정판 - 초회 한정 부클릿(36p) + 아트카드(5종)
사준의 감독, 류이호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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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시절 함께 밴드를 하며 꿈을 키워가던 친구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간 은페이(송운화)는 기대했던 것만큼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은페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도 그녀의 선택을 막지 못했던 정샹(류이호)은 괴로워하던 중 우연히 만난 길거리 상인으로부터 묘한 이야기와 함께 꽃을 구입하게 되고, 과거로 돌아가게 된 정샹. 은페이를 살릴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당연히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고...

 

     대만에서 자주 제작되는 첫사랑 향수 자극 영화 종류 중 하나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감성을 가진 영화를 용케도 매년 만들어내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뭐 이전 영화들에 대한 감상에도 썼듯이 그런 향수에 자극되는 관객들이 있으니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물론 또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이 과거에 대한 향수를 좀 더 짙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약간 씁쓸..?)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서 조금 더 나아가서, 과거로 돌아가는, 즉 타임슬립이라는 요소를 더한다. 과거로 돌아가 첫 사람을 위기로부터 구하겠다는 열정적인 주인공의 이야기. 물론 대만영화답게 타임슬립의 매커니즘은 매우 동화적으로 처리된다. 사실 이런 영화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동화이기도 하니까.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을 것이다. 젊고 아름다웠을 때일 수도 있고, 결정적인 실패를 초래했을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과거의 선택을 바꾸어서 현재를 조금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정말 그게 가능할까? 오늘의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특정한 결정 하나때문일까? 당장 이번 주 발표될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면, 아니 그걸 가지고 가더라도, 삶이라는 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건 하나의 결정 때문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오면서 형성된 태도, 혹은 자세 같은 것의 결과물일 테니까.

 

 

 

 

 

     ​사실 영화 속 정샹이 은페이를 구하기 위해 시도했던 것도, 처음에는 그 하나의 결정을 막거나 바꾸려는 것이었다. 은페이가 오디션을 보지 않았더라면, 은페이가 일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 결국 그도 깨닫는다. 하나를 막으면 또 다른 하나가 일어나고, 결국 자신이 기억했던 그 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그리고 뭔가를 깨달은 정샹은 은페이의 선택을 바꾸려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의 태도에 영향을 주기 위해 애쓴다. 실패에 절망하지 말고 다시 날아오르라고, 우리 삶을 형성하는 건 바로 그 태도에서 나오는 수많은 크고 작은 결정과 행동들이니까. 그러니 오늘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돌아가서 한 가지 선택을 바꾸더라도, 우리는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테니 말이다.

 

     확실한 건, 오늘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면 내일은 정말로 조금은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향수에 젖는 시간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정서적 감동 역시 오늘의 우리를 조금은 변화시키는 요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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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2-14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만은 청춘영화가 무척 많은것 같더군요.영화는 타 장르가 발전하지 못해선지 한국영화가 세계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넘 부러워 하는것 같더군요.

노란가방 2020-02-14 20:02   좋아요 0 | URL
네 자본이 부족한 건지, 또 다른 문제인건지
이제 대만영화 하면 딱 떠오르는 전형성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