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 클럽에서 일하고 있지만 영 인기가 신통치 않았던 데스티니(콘스탄스 우)는 한창 잘 나가던 라모나(제니퍼 로페즈)와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그 바닥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중 더 큰 돈을 쉽게 벌기 위해 클럽에 오는 남자들에게 약을 먹이고 카드를 빼돌려 긁는 식의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한 마디로 도덕적 파산을 겪은 정신 나간 여자들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그리고 끔찍하게도 영화의 홍보 문구에는 세상을 향한 그녀들의 미친 한 방이라는 어이없는 문장을 새겨 두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처참한 인물들이지만, 감독은 이들을 어떻게든 신나고 멋있게 그려보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문제가 뭘까? 어떻게 이런 쓰레기 같은 소재로,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서 자랑스럽게, ‘즐기라고 내놓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분히 이게 여성 영화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의 얼치기 페미니즘을 묻혀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연과 주조연이 모두 여성이고, 감독도 여성이다. 여성들만의 진한(?) 동지애, 여성이 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괜찮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도 어떻게든 주인공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야겠다는 생각은 뒤늦게 했는지, 그녀들이 사기 친 사람들(남성들)도 누군가의 돈을 사실상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들(투자은행 같은)이라는 내용을 억지로 구겨 넣는다. 자기들이 무슨 홍길동이나 되는 양 탐관오리의 재산이니 사기를 쳐도 조금은 정상참작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인 듯하다. 그렇게 훔쳐서 고작 하는 짓이란 고가의 옷과 사치품들을 가지고 흥청망청 써대는 것뿐이니 이건 최소한의 동정표도 아까울 정도다.

 

 

 

 

     끝까지, 누구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와중에 자신들이 굉장히 불쌍한 사람인 듯 (힘없는 여성)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선보인다. 보는 내내 짜증섞인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사실 도덕적 파산은 영화 속 캐릭터들(그리고 그 실제 모델들)만이 아니라 이 따위 영화를 보고 즐기며 웃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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