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중생A
이경섭 감독, 김환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9년 1월
평점 :
주인공 미래(김환희)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나가는 여중생이다. 함께 사는 아버지는 가정폭력으로 아이를 학대하기만 하고, 학교에서는 또 왕따를 당하며 어디 하나 정을 붙일 데가 없다. 그런 미래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곳은 구닥다리 컴퓨터로 하는 온라인 게임이었지만, 그마저 곧 폐쇄된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한다.
영화는 그렇게 사회적으로 고립되어버린 주인공이 조금씩 자신의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그린다. 학교에서는 반장인 백합(정다빈)이 호의를 베풀어주고 있었고, 게임 속 친구의 실제 인물을 만나러 나가기도 한다. 물론 온라인으로 만나는 많은 관계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현실 관계 속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치유도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
영화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인공 미래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교실 속 주변 인물들이었는데, 극초반 일치단결해서 미래를 괴롭히는 괴물 같은 반 친구들과 자기 반 아이의 사정에 별 관심이 없이 난 화분에만 집중하는 무개념 교사 등은 극을 답답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저 청소년기의 발광이라고 하기엔 좀처럼 공감되지 않는 집단적 괴롭힘. 우리는 왜 이렇게 남을 못 살게 굴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그런 무개념 행동 하나하나가 입힐 피해를 계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위험한 무기다. 문제는 이제 흔히 미성숙한 것으로 여겨지는 연령대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알 것 다 알리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으니까. 한 사람을 두고 온갖 권한과 힘을 동원해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몹쓸 짓은 이제 거의 매일 뉴스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야기들이 서로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튀는 느낌을 준달까. 인물에 대한 공감이 쉽지 않고,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도 쉽게 따라지지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곰인형 옷과 곰탈은 영화 속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영화 속에는 여자 한복과 여자아이 탈을 쓰고 있었다. 포스터 촬영 당시의 콘셉트를 바꾼 건지...)
전반적으로 연출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영화. 그래도 주연을 맡은 김환희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