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시작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인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만난 두 남녀가,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다. 지금은 종방되어서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그리고 세대가 약간 차이가 나긴 하지만, 나 역시 그 시절 유열씨의 목소리가 살짝 귀에 익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그 시절 라디오 방송이 향수 비슷한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실 영화 전체가 작정하고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지라,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팍 와 닿는 게 있다. 최근의 복고 바람을 타고(그리고 두 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좀 더 젊은 세대도 있을 것 같고. 영화 속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최근에 가까운 유행가들이 등장하는 등, 비주얼과 음향 쪽은 확실히 강점이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긴 시간을 짧은 상영시간 안에 다 담아내려 하다보니, 그들의 관계에 일어나는 변화가 지나치게 투박하다는 느낌을 준다. 첫 만남에서부터 줄곧 현우(정해인)를 괴롭히는 과거의 경험은 대충 어떤 것인지는 알겠지만,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는 모습이 좀 답답하다. 결국 앞길은 어떤 선택을 지금 하느냐와 좀 더 관련이 있을 텐데, 눈앞에 미수(김고은)를 두고서도 그러고 있으니...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지나치게 감상적이었지만, 또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도 역시 감상적인 방식이었으니... 이런 종류의 로맨스는 그 정도로 충분한가 싶기도 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 뭐 그래도 그림은 예뻤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