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케일 -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탈규모의 경제학
헤먼트 타네자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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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경제와 사회동향에 대한 민감도가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저자는 이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비용을 줄이고 이익률을 높이는 과거의 패러다임은 점차 쇠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점점 빠르게 발달하는 인공지능기술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규모에 의지해서 이전과 같은 식의 이윤을 얻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지 않는 기업에는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2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탈규모가 이루어질지를 예측하는 부분인데, 이 중 몇몇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예컨대 발전분야에서는 대형 발전소가 아니라 각 가정 등의 소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해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되파는 형식의 양방향 전력이동이 가속화될 것이다. 의료분야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균적인 수준의 효과를 내는 약 대신, 개별 환자들에게 맞는 약이 활발하게 시장에 나올 것이다

 

     20년을 배워 남은 평생 써 먹는 식의 교육이 해체되고, 평생 배우고 평생 일하는 모델이 일반화되면 각자에 필요한 내용을 각자의 수준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이 널리 보급될 것이다. 개인의 상황에 맞는 금융거래와 운용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일반화될 것이고, 개인을 위한 뉴스와 오락거리들이 만들어지고, 대중이 아닌 개인을 위한 제품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미래에는 확실히 이런저런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미 대중이 중심이었던 지난 세기와는 다른 새로운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니까. 물론 이런 변화들이 모두에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단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던 이들만이 아니라 이전 시대에 익숙해져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뒤쳐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기술적 도약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도 있다. 광범위한 정보의 공개와 가공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개인에게 맞춘 약은 충분한 검증을 거치기 어렵고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여기에 개인 맞춤형으로 생산되는 제품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를 초래해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저자도 책 말미에 몇 가지 우려들을 제시하면서, 간단히 지켜야 할 규칙들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디 누가 규칙을 제안한다고 해서 잘 지켜지는 것일까. 어차피 탈규모화된 산업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를 것이고,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규제하기도 훨씬 더 어려워질 텐데 말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우리가 우려하고 저항한다고 해서 미뤄질 일이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으니까. 어떤 이들에게 이런 변화는 확실히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비단 이건 사업의 영역에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듯하다. 다양한 영역에서 새롭게 발전하는 기술을 제대로 접목하지 못한다면, 힘은 힘대로 들고 결과를 결과대로 시원찮게 나오게 될 것이다

 

     ​탈규모화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갖출 필요가 없다. 어지간한 것은 모두 빌려서 사용할 수 있고, 중요한 건 그것을 잘 구축해 낼 수 있는 기능이다. 물론 탁월한 원천기술의 가치는 여전하겠지만, 그것도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사용할 수 있을 때에야 제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관련 내용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다가올 변화에 관해 꽤나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는 책.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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