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기지에 DHLSUBWAY 매장이 생긴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오래 전 태양계 외곽의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해 탐사에 나섰다가 사라졌던 아버지를 찾아가는 아들의 이야기. 아빠 찾아 삼만 리에는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과 위기들, 역경 극복이 있다. 사실 영화의 성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역경이 어떤 종류의 것일지 궁금함이 컸고,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최종적인 의문지점이었다.

 

     결국 영화의 종반부에서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나름 성실하게 답을 해주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도 있다. 도대체 그 강력한 전자폭풍인 써지는 어떻게 만든 건지, 그리고 정말 주인공의 아버지가 발생시킨 건가 같은

 

     ​물론 영화는 그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리, 그리고 가족을 포기한 채 먼 우주로 나가 돌아오려 하지 않는 아버지의 심리를 다루는 데 좀 더 치중한다. 다만 태양계 끝자락 그 먼 곳까지 가서 나누는 부자(父子) 사이의 대화는 특별히 새로울 것도, 신기한 것도 없었다. 좀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노인과 아버지의 큰 그늘에 가려 살짝 눌린 아들의 모습.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우선 주인공이 우주여행을 하는 내내 계속해서 확인받는 심리테스트. 주인공은 그 때마다 아마도 맥박을 체크하는 패치를 목에 붙이고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진술한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늘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해야하는 것 같다.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의 대답들을 쭉 읽어봐도 내용상의 어떤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단순히 심리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평정심 자체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

 

     ​내용보다 태도가 중요시 되는 현실은, 내용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만이 의미가 있다는, 극단적인 주관주의를 보여주는 듯하다. 사실이나 진리보다는 그에 대한 느낌, 감각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 이런 상황이 강화되면 내가 기분이 나쁘면 그것은 문제이고, 내가 감각할 수 있는 것만이 실재하는 것이라는 식의 주장에까지 이른다.

 

     아마도 역시 그와 같은 심리 테스트를 통과한 후 리마 프로젝트의 수장에 임명되었을 주인공의 아버지가 보인 파괴적인 모습은, 이런 식의 태도가 결국 어떻게 끝날 지를 미리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의 감각과 느낌은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또 한 가지 부분은 영화 속 대사에서도 나오듯, ‘존재하지 않는 것만을 찾다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된주인공 아버지의 모습이다. 비단 이 영화가 아니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소홀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듣던지.(물론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그러고 있는 줄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SF보다는 휴먼드라마 성격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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