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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 마리아 -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정혜 지음 / IVP / 2019년 8월
평점 :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처우들을 엮어 이야기로 만들어 낸 책이다. 교제하던 전도사가 그루밍 성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파혼하고 비혼주의를 결심한 마리아가 중심에 있긴 하지만, 마리아가 동생과 함께 참여하게 된 독서모임 안에서도,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내뱉는 사람들로 인한 모욕감과 성범죄 미수건들의 사례들이 보고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독서모임이라는 틀을 이용해 바울서신 속 여성에 대한 신학의 정당성을 묻는 작업도 진행된다. 제법 묵직한 내용.
작화를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겪은 문제를 적은 인물들 사이에 온전히 몰아넣은 느낌이 있다. 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나쁜 것은 더욱 나쁘게, 좋은 것은 실제보다 훨씬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드는 식이다.(물론 이 경우에는 전자 쪽에 가깝다)
예를 들면,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은 상대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가리지 않고 멋대로 지껄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인지라(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내뱉은 말이 성희롱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가 특별히 여성‘만’ 비하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각 교단의 헌법에는 단지 성범죄만이 아니라 절도니 강도니 하는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규정도 없다. 어차피 교단법이란 행정적 조치에 관한 규정이 대부분이고, 사회법과는 달리 일일이 세부실행규정을 정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처리하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한 데 모아 놓으면 모든 문제가 교회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비취게 된다. 오해하지 말 것은, 이 말이,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일들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그것이 가볍다는 뜻도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여기에서 고발되고 있는 문제들은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악이 분명하다. 그러나 악을 지적하는 것과 그 악을 모아 어떤 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고발하는 목소리를 막으면 안 된다.
사실 보다 근본적으로 아쉬운 건, 교회 안 ‘남자들’을 괴물로 만들지 않고서는 교회 안 여성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이쪽으로 초점을 맞췄다면 내용이 훨씬 더 건조해졌겠다 싶기는 하지만. 사실 이 부분에 관한 논의는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어야 했다. 눈치를 보면서 한 없이 결론을 미루는 사이에, 우리는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까지 떨어져 버렸다.
교회 안까지 이어지고 있는 뿌리 깊은 여성차별적 용어들과 남녀의 직분 사이에 그어져 있는 선들, 그리고 성경 속 특정한 구절에 관한 비역사적, 비문법적 해설과 그로 인한 차별의 가중 등등, 교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사뭇 많아 보인다. 물론 그 이전에 이 작품이 지적하는 것과 같은 범죄들부터 제대로 처리해야하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의 논의가 고작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탄스럽다. 왜 1세기 혁명적인 공동체였던 교회가, 이제는 고리타분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