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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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과 신문들을 보면 연일 옆 자리에 있기만 해도 섬뜩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 내서 유기해 놓고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표정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난다. 그저 자신의 앞으로 끼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보복운전을 하는 이의 소식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점원들을 무릎 꿇리고, 폭언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무례한 종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어쩌다 똥을 밟은 것처럼 이런 존재들의 소식을 듣는 우리도 기분이 나쁜 데, 이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심성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그들은 왜 하필 그런 인간들과 깊은 관계에 들어가게 된 걸까. 그런 사람들과 부부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은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그런 이들을 가리켜 심리 조종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다른 사람들을 곤란에 빠뜨린다. 이들은 (어쩔 수 없어서가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즐거워한다. 한편 이들의 반대편에는 너무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 조종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정신적 과잉행동인들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상대가 저지른 일들을 좋은 쪽으로생각하려고 애쓰거나, 자신들이 그들을 감화시키거나 개선시킬 수 있다고 여기면서, 또는 모든 사람 안에 내재된 선의를 믿으면서 조종자들이 관계를 파괴할 수 있는 재료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에 해당하는 이들 정신적 과잉행동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은 심리 조종자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이니까. 저자는 이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하는지를 분석하고, 왜 그들에게 종속된 채 나쁜 관계를 지속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동원해 가며 애쓴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분명하다. 악한 심리 조종자들과의 관계를 서둘러 떠나라.’

 

 

      저자가 그리는 심리 조종자들은 단순히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들이나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기만 하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순수한 사람들이 아니다.(이런 식으로 생각하기에 그들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은 (어쩌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악의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은 언제든 주변 사람들을 심각한 파괴로 몰아넣고 말 것이다. 누구도 그런 사람들을 혼자의 힘으로 바꿔야 할 책임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좀 지나치게 가혹하고 매정한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실제로도 그런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들에 의해 삶이 모조리 파괴도면서도 왜 그런지 모른 채 끌려 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또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닌 듯하다.

 

      물론 종속적이거나 수동적인 관계가 모두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주도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의 빠진 부분을 채워주고, 그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면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으니까. 여기서 말하는 건 그보다는 훨씬 더 악하고 파괴적인 관계라는 걸 기억하자. 불행이도 현실은 우리의 예측보다 더 나쁜 경우가 많다.

 

 

      관계에서의 문제, 특히 이 책에 소개되는 것처럼 조종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관계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심리 조종자들이 어떤 수법을 쓰는지를 잘 기억해 두자. 독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아두는 건 위험을 피하는 좋은 준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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