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의 영성
라일 도싯 지음, 오현미 옮김 / 진흥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C. S. 루이스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전기(傳記, biography)는 아니다. 보통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생애를 시간 순서대로 다루면서 루이스를 소개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루이스의 삶 가운데 한 부분(영적인 부분)을 골라내서 주제별로 모아 보여주고, 어떻게 루이스가 그런 영적 성숙에 이를 수 있었는지를 탐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이스는 회심한 이후 평생 기도에 힘썼다. 그에게는 기도를 요청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의 기도목록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도해주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이 든다는 고백은 그가 기도하겠다는 말을 단순히 인사치레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기도에 관한 루이스의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기도문의 사용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는 것 또한, 루이스에게는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 성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성경을 읽었고, 특히 다양한 역본을 비교해 가며 읽으면서(이 중에는 그리스어 역본도 있었다) 번역의 정확성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성경의 영감, 그 중에서도 특정한 책들이 지니는 문학으로서의 성격에 대한 루이스의 생각이 흥미롭다.

 

     루이스의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발견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주제는 교회’, 특히 제도로서의 교회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인식이다. 루이스는 정기적으로 예배에 출석하고, 성찬에 참여하는 것을 신앙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겼다. 갈수록 교회 안에 있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고 있는 오늘날, 특히 소위 가나안 교인들을 루이스가 본다면 뭐라고 조언해 줄까.

 

 

     ​저자는 루이스의 영적인 성숙에 도움을 준 친구들과 특히 멘토의 역할을 했던 영적 스승이 있었다고 말한다. 신앙은 혼자 발견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출생을 하는 것처럼, 어떤 이들에 의해 낳아지고, 양육되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좋은 친구와 지도자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한편 루이스는 또 다른 이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역할을 기꺼이 감당했다. 강연과 강론, 저작활동과 무엇보다 편지교환을 통해, 그는 일생동안 이 사명을 수행했다. 그 자신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신앙에 이르렀기에, 다른 이들이 믿음을 갖고 굳게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당연한 사명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사실 루이스의 삶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이 공동체에 관한 의식이다. 그는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고, 그 자신은 여러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을 받아 영적인 성숙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또한 다른 이들의 성숙을 위해 기꺼이 지칠 때까지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개인주의화 된 신앙생활에서는 그저 내가 하나님을 만나 복을 받으면 끝일뿐이다. 관계맺음은 귀찮은 것이 되어버리고, 내 것은 아무 것도 내어놓지 않거나, 심지어 나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려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루이스를 비롯한 많은 신앙의 영웅들이 고백하듯, 공동체는 신앙을 자라게 하는 모판이다. 신앙을 단순히 지적 동의 정도로만 여기는 거라면 몰라도, 몸과 마음의 전적인 방향 전환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동체에 굳게 뿌리박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책들을 몇 권 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루이스가 한 말이나 그의 교훈 이전에 C. S. 루이스라는 사람에 좀 더 집중하면서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의 루이스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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