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매우 단순하다. 전편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1편은 봤는데 2편은 보지 못했다) 존 윅이 규칙을 어겼다며 엄청난 현상금을 걸고 죽이려는 연합회와, 연합회의 지시에 따라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조무래기 킬러들, 그리고 초반엔 조금 맞더라도 결국은 적들을 해치우는 존 윅

 

     ​영화의 부제에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어 뭔가 대단한 싸움이라도 일어날까 싶었지만, 존 윅의 시그니쳐는 혼자서 엄청나게 많은 적을 격투를 섞어가며 해치운다는 건데 부대로 싸우는 건 어울리지가 않는다.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 뭐 액션영화에서 줄거리가 단순한 거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1편을 봤을 때는 그냥 키아누 리브스의 노익장이 주로 눈에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영화 속 세계관에 짙게 배어있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요소들이 보인다. 우선 정신없이 전환되는 영화 속 배경은 뉴욕의 뒷골목부터 마피아 소굴, 북아프리카의 저택을 넘어 사막의 유력한 부족장의 집에 이른다. 여기에 그를 쫓는 수많은 킬러들의 국적과 성격들도 주목해 볼만 한데, 존 윅과 그나마 여러 합을 겨루며 제법 싸웠던 이들은 한결같이 아시아인들(동남아시아 콤비와 일본 칼잡이)이다

 

     ​물론 이걸 단지 코스모폴리탄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분해(해체)해서 프랑켄슈타인처럼 재구성을 해낸다. 실제 세계에서는 거의 연결되지 않을 이야기를 창조해낸 것이다. 각각의 지역들은 주변부와 고립된 섬처럼 묘사된다. 심지어 대도시인 뉴욕에서 총싸움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도 간여하지 않고, 경찰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성경 속 이미지가 들어가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예컨대 존 윅이 콘티네탈호텔의 계단에 손을 올리자마자 그를 죽이려는 일체의 행위는 중단되어야만 한다. 이는 레위기의 도피성제도나 성전의 제단 뿔을 잡은 사람을 처형할 수 없다다는 성경 속 규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그런 상징은 철저하게 원 문맥에서 분리된 채, 트리애 매달린 다양한 장식 중 하나처럼 작용될 뿐이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모든 것을 철저하게 해체해서 만들어낸 세상은 오직 힘만이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계에서는 어떤 사람의 행위가 어떤 목적에서인지, 어떤 사정 가운데서 벌어진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엄청나게 큰 힘을 가진 기관의 명령에 순종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의 여부만이 중요할 뿐.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해 구성된 사회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종류의 거대담론이 해체되어버린 상황에서는 그저 목소리가 큰 쪽이 우세를 잡을 뿐, 그 이상은 없으니까.

 

     ​당장은 현실을 좀 다른 식으로 재구성 혹은 재규정하는 것이 스스로를 대단한 힘을 가진 것 같은 존재처럼 비춰주니 신선한 즐거움을 주겠지만, 문제는 그런 식으로 다시 만들어진 현실 또한 같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거나 더 악화되기만 한다는 것. 현실을 급격히 파괴하는 다양한 가상의 이야기들이 한결같이 폭력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은 그 증거 중 하나일 뿐이다.

 

 

     그나저나.. 솔직히 이제 이런 액션은 좀 무리인 나이가 아니신지... 배우도 나이를 먹고, 나도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