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예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일기예보였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듣는 일기예보는 '미리' 듣는 것이지,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 듣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예보는 데빌맨이라는 지옥의 디제이의 방송입니다. 데빌맨은 그날 하루동안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보를 합니다. 그런데, 데빌맨이라는 이름답게 그의 예보는 그 어느 누구라도 들으면 곧장 인상을 찌푸릴 것들 뿐입니다.

새 차를 산 사람은 그 날 당장 사고를 당하고,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오늘도 역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마지막을 준비하세요.' 하는 식입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인생 예보를 가진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을 최악의 예보, 마치 봄날 소풍이 예정된 날, 오늘은 하루종일 장대비가 내릴 겁니다. 라는 일기 예보 만큼이나 암울한 인생인 주인공들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 일상에서 흔히 듣는 뉴스의 주인공들 같습니다. 아닙니다. 차라리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매일 듣는 '실제' 뉴스의 주인공들이 더욱 최악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상합니다. 오늘'예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이것이 '예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보여주는 '예시' 또는 '경고' 같기도 합니다. 과거 우리 소설 들에서도 흔히 사용했던 '역설' 또는 '과장'의 기법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슲프고 암울한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오히려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풀어냄으로써 이들의 이야기가 '남'이 아닌 '주위'의 이야기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고, 또 그로 인해 웃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나'를 비롯해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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