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어떤 한 가지 방법 만이 정해 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로도 가능하지만, 글로도 가능한 것이고, 언어라는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음악이나 그림으로도 나타내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는 바로 '사진'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사진 에세이다. 작가가 평생 찍은 사진 들을 골라내고, 그의 연륜이 묻어나는 생각이 글이 되어 책속을 메우고 있다. 우리는 책이라고 하면 흔히 글이 주인공이고 사진이 조연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눈길이 간 곳은 '사진'이었다.

 



 

책 속의 사진을 본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작가의 생각이 머문 곳은 바로 사진 속의 그 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찰나를 포착한다는 사진 속에는 역설적으로 글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 속의 사진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고 있다.

 

책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사진은 1997년 네팔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다음 사진은 1987년 부산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의 구성이 시대 순을 따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역적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곳도 아니다.

 

마치 여행자가 여행을 하다가 무언가 만나고 생각하고 기다림을 하듯이 그렇게 사진들이 엮어져 있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가 아닌, 책을 여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내 마음에 드는 사진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그리고 그 옆에 수놓여져 있는 글을 읽어 나가고, 순간 드는 생각이 내가 이 책을 읽어 나가는 모습이 마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사람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는 바로, 낯선 여행 속에서 쉽게 마주칠 수 없는 공간 속에서 문득 문득 느낄 수 있는 미지의 인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고, 사진 이었던 것 같다.

 

내가 걸오온 길이 성공적이었느냐 아니면 실패작이었느냐를 고민하지 말자. 그러기엔 시간이 아깝다. 제가 걸오온 길을 향해 자꾸 고개가 돌려질 때, 우리는 오히려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page 11, 무엇을 얻기 위해 사는가 중에서-

 

책의 첫머리에는 내가 바로 어제 하던 고민에 대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목 마른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시원한 바가지 물 한 모금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잠시나마 갈증에서 해갈되는 기분이었다.

 

책을 덮으며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상이 여행 속으로, 여행이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수 있기를, 그리고 나의 인생이 생각과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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