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 상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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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역사를 남기려는 자들의 이야기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역사'란 무엇일까? '현재'보다는 '미래'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미래에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자신의 조카를 죽인 세조가 후대의 역사의 기록을 걱정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독재와 쿠테타 등을 저지른 정권이 자신들의 행적을 긍정적인 행위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어쩌면 후대의 평가를 두려워 하는 권력자들이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었다.

 

세조는 자신이 죽기 전에 자신의 조카인 단종, '노산군일기'를 완성하여 실록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고쳐보려고 한다. 그러는 와중에 예문관에 남장 여인이 한 명 나타난다. 그 남장 여인은 서은후이다. 그런 서은후와 인사를 나누고 일을 가르치는 선배가 된 윤세주는 깜짝 놀라고 만다. 은후가 남자 복색을 하였지만 여자처럼 이쁘장하였기 때문이다. 그 후에 응교 손광림이 은후가 여자라고 말을 해준다. 나중에 임금의 내밀한 곳까지 들여 보내서 하는 말을 적을 수 있는 일을 맡길 예정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세주는 은후가 여자의 몸으로서도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사명을 가지고 일을 빨리 배워서 아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후도 자신을 잘 보살펴 주는 세주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연모하는 감정이 쌓여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쁘장한 은후의 모습에 반한 기생 설화가 등장한다. 그리고 세주에게는 혼인의 얘기가 오가는 초희라는 양반가의 따님이 나타난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내용이 떠오른다.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히트를 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말이다. 처음에는 왕을 기록하는 남장 여인이 등장하는 소설이라고 하니,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전체적인 연애의 틀도 이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바로 조카인 단종을 죽인 세조가 등장하고 있었다.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것은 역시나 드라마틱한 세조의 이야기와 영조와 정조의 사도세자 이야기 등일 것이다. 자신의 권력에 대한 욕심때문에 친족을 죽인 사실만으로도 오늘날 그들은 다양한 가치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조는 자신이 죽기 전에 조카의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과 함께 일을 벌린 공신들에게 자신이 죽기 전에 정난일기를 완성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정난일기가 서고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정난일기를 맨 처음 발견한 사람도 다음 날에는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 세조와 공신들은 대체 누가 이런 일들을 벌이는지 알 수 없어서 전전긍긍하며 사건을 빨리 해결하려고 한다.

 

'역사'를 아무리 객관적으로 사실적으로 적으려고 해도 역사 자체가 사람에 의해 적어지는 것이므로 적는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이런 역사를 '공정한 하나의 잣대(?)'로 서술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 책에서 세조와 공신들이 실록의 내용을 바꾸려고 음모를 꾸미는 행동과 같아 보였다.

 

솔직히 로맨스와 역사가 절묘하게 버무러져 있기는 하지만,,,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같은 로맨스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것 같았고, 역사를 더 많이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로맨스 내용이 조금 많다고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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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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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꿈을 속삭이는 소리 속에서

 

 

팀 보울러는 성장소설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치고 <리버보이>로 카네기 상을 거머쥔 작가로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팀 보울러의 소설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의 소설은 깊은 울림을 주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 <스타시커>라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스타시커>는 별을 쫓는 아이로서 내면의 상처를 가진 아이가 괴팍하고 냉소적인 할머니와 수수께끼 소녀와 마주치며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은 이번 <속삭임의 바다>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특히 괴팍하고 냉소적인 할머니가 이번에는 할아버지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화해하는 과정보다는 헤티라는 소녀가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번 소설에서 외따로 떨어진 섬의 고립감이 절절하게 나와 있었는데, 그 답답함에 사람들이 더 괴팍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헤티와 퍼 할아버지가 왜 대립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명은 섬 밖을 꿈꾸는 몽상가 기질이 있고, 다른 한 명은 섬의 현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혀 다른 성격과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섬에 악이 올 것이라는 예언과 헤티가 바라보는 바다유리의 형상이 그렇게 대립해야만 하는 것인가 의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헤티는 왜그리 섬에 떠내려온 할머니를 감싸고 돌았던 것일까?

 

헤티가 바다유리에서 보이는 형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본토 육지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일까? 처음부터 거의 중후반까지 폭풍우가 치는 섬에 나타난 노파와 그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헤티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섬에 고립된 사람들의 불안정한 마음, 그리고 섬의 불행을 막고 싶은 마음에 무엇이든 믿고 싶은 그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행으로 잠깐씩 섬에 들려본 정도로는 섬의 고립감을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그리고 다행히 노파가 육지에 있던 사람의 부인인 것을 알게 되고 집으로 돌려보낸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다의 속삭임이 내게는 조금 멀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작은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헤티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 결단과 용기로 헤티는 또 다른 세계와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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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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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통되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 길을 묻다

 

 

오랜만에 한국 문학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사랑과 불륜, 이별 등에 대한 소재로 이뤄져서 90년대 이후 여성성이 강조된 소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여성적인 소설은 여자 화자의 개인 내면에 침잠해 들어가는 측면이 강했는데, 2000년 대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관계나 소통에 관한 얘기가 많아진 것 같다. 사회가 너무 각박해 지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아도 외롭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길러도 개인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의 단편들에서는 그래도 불륜이나 이혼한 이후에 만난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텅빈 마음을 위로 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관계도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고 돌아선 현실에서는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어려움,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왜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어도 결국 외롭게 느끼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하루 하루를 감내하고 인내하는 것으로 평생을 보내게 된다. 가장 가까워야 할 배우자와는 가장 먼 존재가 되고 다른 곳에서 자신을 위로해 줄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다른 곳에서 '위안거리'를 찾아내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것일까? 그것도 한순간에 사라질 감정이지 않을까 싶지만,,, 요새는 그 순간적인 감정에 너무 맹목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게도 했다.

 

최근 연예인들이나 국회의원, 유명인들의 불륜이나 성추행 사건이 많아진 것을 보면, 기사화 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사례는 대체 얼마나 더 많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어떤 누가 차라리 이럴 바에야 우리 사회의 미개한 '결혼 제도'를 없애고 모두 자유롭게 만나거나 다부다처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을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로 두 사람을 한평생 꼭꼭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결혼하는 비율이 많이 떨어졌고 결혼을 해도 불륜 등으로 이혼하는 비율도 많아진 것을 보면,,, 언젠가는 이런 제도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동거'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의 단편들을 읽으며 참 많이도 씁쓸하고 마음이 공허해졌다. 누군들 그렇게 아프고 슬퍼하고 싶을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또 애쓰는 데에도 쉽지 않은 현실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것도 클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지닌 상처와 가치관,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위안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나'의 존재만이 남았다.

 

꽤 많은 단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칼>이라는 작품과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뿌따뽕빠리의 귀환>이었다.

<칼>은 시체와 부검의의 만남에서 과거를 추억하게 되는데, 그들은 바로 며칠 전에 급 만남을 가졌던 관계였다. 그러면서 서로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데,,, 급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시체의 죽음에 대한 작은 죄책감을 가지는 부검의의 마음이,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과 주제나 내용 전개 면에서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았다.

 

<뿌따뽕빠리의 귀환>에서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생각을 훔쳐 가서 유명해지는 '찬수'라는 존재였다. 원래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꼭 이렇게 반전을 일으켜서 잘 되는 게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과 찬수의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주인공이 맺어주게 된 여자가 찬수를 죽이는 것은 조금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아쉬웠다.

 

어쨌든 누구나 사람은 외로운 법이다. 그 외로움 버둥거리는 것이 우리의 지금 모습이다. 정말 어두컴컴한 우리의 인생에서 더듬더듬거리며 "거기 누구 없소?"라고 외쳐 부른다. 나와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 동반자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서 손을 잡고 인생을 함께 걸어갈 '사랑'은 위대하다. 우리의 지구 어디선가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 걸 보면,,, 아직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온갖 생존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당신과 내가 있다. (작가 후기, 280쪽)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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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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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역사 소설이다. 표지 그림만 봐도 어떤 사건을 소재로 했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표지 왼쪽에 있는 세 명의 남자 복색과 제목의 의미까지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말이다. 녹두장군으로 유명한 전봉준과 동학농민운동이 바로 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표지만 봐도 참 우울하고 씁쓸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조선 후기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와 오늘날의 모습이 어떻게 이다지도 닮을 수 있는 건지 오싹할 정도였다. 게다가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로 인한 찬성과 반대 세력의 모습들까지도 이렇게 닮아 있다니,,, 뭔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봉준은 동학당보다 더 넓은 농민군들의 세력을 규합하려고 노력했다. 자신들의 논을 마음껏 경작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농민들은 참다 참다가 겨우 일어섰다. 총칼을 든 여러 강국들이 조선으로 밀려 들어오는 시점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이러한 농민군들을 그 당시 위정자들은 다른 나라의 군인들보다 더 큰 위험 요소, 즉 적으로 규정 짓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우리나라 백성으로 이뤄진 군대는 허수아비로 벌판에 서 있고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 군대 등의 세력이 밀고 들어왔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을 지켜주겠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왜 그들은 자신들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백성들을 다른 나라 군대보다 더 큰 위험요소로 규정지었을까?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혁명처럼 민중으로부터의 혁명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위협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나라의 군대를 조선 땅에 끌어들여 백성들에게 총칼을 겨누고 말았다.

 

이러한 비참한 역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이데올로기에 휘말려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총포를 겨누고 싸웠다. 그로 인해 한반도는 둘로 나뉘게 되었고 남북통일은 머나먼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민족을 위협하기 위해서 남한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같은 민족인 북한을 다른 나라인 미국 군대를 끌어들여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우리 민족 스스로 선택한 결과일까? 조선 후기에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일본에 나라를 판 위정자들과 일제강점기 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을 팔아서 부를 축적한 친일파들이 아직도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민중을 위한 선택'이 있어 왔는지 궁금할 뿐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면 왜 집필자를 비밀로 하고, 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토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소설 속에서 농민군들을 양반 유림 세력들은 반상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불만을 토로하며 혼을 낸다. 그리고 일본군이 농민군들을 물리치자 잘 죽였다고 고소해한다. 오늘날에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찬성하는 세력들은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떤 논리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에 찬성하는 것일까? 일제강점기를 근대화의 시기라고 찬양하고 쌀 강출을 수출이라고 표현하는 역사교과서인데 말이다. 그들은 알까? 박정희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을 죽인 일본군 장교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나라 없는 민족'일 뿐인 것이다.

 

이 책에서 색다른 해석은 전봉준과 흥선대원군 사이에 무언가 밀약이 오고갔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나 개화기파 인물들이 권력에 대한 아무런 욕심도 없이 오직 조선의 미래만을 걱정하는 인물들로 등장하는 점에서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특히, 명성황후가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할 때를 거의 묘사하지 않고 건너뛰고 있는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게다가 명성황후의 시해 당시 흥선대원군이 그 사실을 일본인들이 일을 저지른 순간에 알았다고 묘사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라는 책을 보면, 일본인들이 그 전부터 흥선대원군을 자주 찾았으며 명성황후 처리에 대한 모종의 암시를 받았을 거라는 점이 일본인들 간의 서신에서 드러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처럼 흥선대원군과 개화기파 인물들을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조선이라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똑같지만 그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걸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이 나라를 지켜 내려고 분연히 일어섰던 수많은 민중들의 의롭고 안타까운 모습을 조금 약화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나라'는 없다. 나라가 없어도 민중들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카멜레온 처럼 그때마다 잘도 적응하여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서, 민중들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겨우겨우 살아남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뚜렷한 한 가지 사실로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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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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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승리자를 위한 풀잎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중 2부가 나왔다. 전에 교유서가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1부의 <로마의 일인자>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출판사인 교유서가의 서평단 참여 제안 메일을 받고 이렇게 <풀잎관>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콜린 매컬로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았다. 특히나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심과 그것을 채우기 위한 돈에 대한 욕심은 로마시대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옛날 로마시대가 행복할까, 아니면 지금이 더 행복할까? 로마시대의 정치가들도 지금에 못지않게 돈에 대한 욕심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점은 '로마'라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은 투철했다는 점이었다.

 

로마시대의 정치인들은 '로마의 시민'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다. 로마의 시민으로서 정치적인 선거에서 1표를 행사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며 재산을 불리고 용기를 내어 전쟁에 나갔다. '로마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기 위해 그들은 먼저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 행해야 할 의무는 철저하게 지켜야만 했다. 전쟁에 나갈 갑옷을 사비로 마련해야 했고 선거에 나가기 위해 개인의 재산을 국가에 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치판은 어떨까? 어떤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청문회를 보면 본인들이 먼저 위장전입이나 군대 면제, 세금 탈루 등의 문제가 발견되고는 한다. 그에 대한 변명으로 지금 세금을 내면 된다, 죄송하다, 잘 하겠다는 사과 한 마디로 면죄부를 받는다.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이 남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범죄 행위에 대해 점차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은 어느새 청소년들에게도 전염된 것 같다. 범죄 행위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을 때, 돈만 많이 받을 수 있으면 범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쨌든 이번 <풀잎관>에서도 루키우스 모르넬리우스 술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권력욕과 함께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도 술라보다 더 강렬한 캐릭터가 등장하였는데, 그게 바로 카이피오의 큰 딸인 세르빌리아였다. 세르빌리아는 '어린 악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세르빌리아는 자신만의 굳건한 세계를 구축하면서 아빠를 배신하는 엄마에게 죽어버리라고 저주를 하며 상처를 준다. 엄마가 아빠에게 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잘했다며 죽이라고 소리치는 아이를 보며 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저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정작 아빠는 세르빌리아를 친자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세르빌리아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당연하다며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아이는 대체 어떤 어른이 되어갈까,,, 궁금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린 매컬로는 복잡한 로마사를 생동하는 캐릭터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혔다. 권력과 명예욕에 사로잡힌 로마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 시대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인생무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왜 우리는 그런 물욕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돌아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쨌든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아픈 몸을 이겨내고 7번째 집정관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술라가 풀잎관을 받고 권력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을지,,,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가 어떤 활약을 벌이게 될지 다음 책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7부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머나먼 여정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집중력, 필력에 대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문학동네 교유서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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