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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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오묘한 것...

 

 

 

 

<황금방울새>는 대단한 수식이 붙은 책이다. 2014년 퓰리처상 수상작에다가 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이 98.5%에 이르렀다고 한다. 완독률이 이 정도 수치라는 것은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끝까지 읽었다는 의미가 된다. 1000쪽에 가까운 적은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독자들이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백이 많은 편도 아니어서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인데도 말이다. 여기에다가 워너브러더스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라는 실제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어도어 데커는, 다들 시오라고 부른다. 시오는 엄마랑 미술관에 갔다가 폭탄 테러를 당한다. 시오는 폭탄 테러를 당해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만난 웰티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황금방울새> 명화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죽었다는 충격 속에서 바버 가족에게 잠시 몸을 의탁하면서 현실에 적응해 보려고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나버렸던 아빠가 돌아와 시오를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간다. 아빠와 새엄마인 잰드라의 무관심 속에서 그곳에서 만난 친구 보리스와 함께 술과 마약에 절어서 지내게 된다. 도박과 게임에 빠져서 돈을 벌던 아빠는 처음에는 돈을 벌다가 나중에 투자를 잘못해서 큰 빚을 지게 되는데, 시오에게 엄마가 남겨준 신탁 자금을 달라고 한다. 그것도 맘처럼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아빠가 죽게 되고 시오는 또 다시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시오는 엄마의 죽음 이후로 자신을 버렸지만 아빠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고 있었다. 아빠를 미워하는 감정도 존재했지만 말이다. 그런 아빠가 죽었으니 또 다시 위탁 가정 같은 곳에 맡겨질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의 운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빠의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뉴욕으로 혼자 돌아가서 웰티와 함께 사업을 하던 호비 아저씨의 집에 자신의 몸을 의탁하고자 한다. 시오는 폭탄 테러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잠도 별로 못 자고 항상 악몽에 시달리고 엄마를 그리워한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또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했고 견디지를 못 햇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죽음에 대해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없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이 그저 마약에 절어 살았다. 또한, 시오는 자신이 가지고 나온 <황금방울새> 명화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경불안증에 걸렸다. 그리고 뉴욕에서 살면서 바버 가족과 보리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시오는 <황금방울새>를 어떻게 할까? 정부기관에 걸리게 될까? 아니면 평생 갖고 있으면서 불안에 떨까? 독자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인 도나 타트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숨막히는 서사 전개와 탄탄한 묘사, 주인공인 시오의 불안한 감정 상태에 대한 서술을 끈질기게 밀고 나간 것을 보면 도나 타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쓴 것인지 느껴질 정도였다.

 

도나 타트는 대학 시절부터 8년을 준비한 작품인 <비밀의 계절>을 출간하였다. 이 작품은 고전적인 문체와 탄탄한 서사 구조 등으로 그녀에게 '천재 작가'라는 수식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그 후 10년 만에 출간한 작품인 <작은 친구>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리고 11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 바로 이 <황금방울새>인 만큼 그녀가 다작하는 작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권, 한 권에 장인의 손길처럼 정성을 기울여서 창작해 내는 작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그만큼 깊이가 있고 묘사나 시오의 감정 서술, 내용 전개에 있어서 꽉 찬 느낌을 주었다.

 

처음 1권의 앞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조금 힘든 면도 있었다.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을 지닌 작가가 생략없이 하나하나 서술하며 천천히 전개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속에 발을 들여 놓으면 분량에 대한 걱정 없이 몰입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특히, 2권으로 넘어가서 전개가 다소 빨라지는 면도 있어서 술술 빨리 읽혔다.

 

이 책의 재미는 <황금방울새>에 대한 시오의 불안증세와 친구인 보리스를 다시 만나고 난 이후라 할 수 있었다. 테러나 큰 사고, 극단적인 상황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시오의 불안은 글을 읽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도 숨이 막히고 불안할 지경이었다. '빨리 어떻게 좀 하라고! 어떻게 하지? 응?' 나도 함께 발을 동동 굴렸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면서 이미 죽은 듯한 느낌, 이 거리에 혹은 이 도시에 담길 수 없는 거대한 회색빛 보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와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안개 낀 어딘가에서 다른 영혼들 사이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파란불과 빨간불, 내 눈앞에서 이상하리만치 혼자 외롭게 헤매는 행인들, 이어폰을 꽂고 멍하니 앞을 보는 표정 없는 얼굴들,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입술들, 짓눌리고 막힌 도시의 소음, 거리의 소음을 내리누르는 화강암 색깔의 하늘, 쓰레기와 신문, 콘크리트와 이슬비, 바위처럼 묵직하고 칙칙한 회색 겨울. (134쪽)

 

시오는 항상 불안함과 함께 고독, 외로움 등을 느꼈다. 그런데 우리도 가끔은, 아니, 꽤 자주 저런 감정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존재하는 외로움과 고독, 불안함... 이런 감정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다. 마음에서 느껴지는 공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핵심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고 있었는데, 시오가 <황금방울새>를 훔친 일과 그것이 불러온 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인생은 정말 오묘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그런 내용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는지, 결말에서 다소 장황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말들이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선한 행동이 항상 선을 낳는 건 아니고, 악한 행동이 항상 악에서 나오는 건 아니야. 안 그래? 현명하고 선한 사람도 모든 행동의 결말을 알 수 없어. 무시무시하지!......" (442쪽)

 

 

* 은행나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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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7-1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그냥 군침만 흘리고 있습니다. ㅎㅎ

바람향 2015-07-14 1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어쩌다 이벤트에 당첨이 되서요^^ 고마운 기회로 읽게 되었습니다~ㅎ
근데 분량이 조금 많기는 해서, 이벤트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읽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ㅎㅎ
저녁이 되니 바람이 불어 다행이네요.
내일 더위도 잘 이겨내시길~~^^ㅎ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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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의 모순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간되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를 여기한 그레고리 팩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영화의 가치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미국의 인종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하퍼 리의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로, 성경 다음으로 '강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무엇보다도 미국영화연구소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 순위를 발표하였는데, 그레고리 팩이 연기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1등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슈퍼맨은 26등, 배트맨은 46등이라고 하니,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인 메이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은 책으로서, 주인공인 스카웃이 세상의 불합리함과 모순을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는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스카웃과 오빠인 젬은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를 잘 따르는데, 그가 인종차별이 심한 시기에 흑인을 변호하면서 겪게 되는 고난을 그리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하퍼 리는 소설을 출간하지 않았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정확하게 말하면 2015년 7월 14일에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 격인 <파수꾼>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간된다. 벌써부터 주문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에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하니, 그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서 흥분된다.

 

열린책들에서 현재 <파수꾼>의 내용을 추측해보는 이벤트를 열고 있기도 한데, <앵무새 죽이기>의 원래 제목이 <파수꾼>이었다는 것을 보면 어떤 내용일지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스카웃이 성인이 되어 메이콤 마을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50년이 흘렀는데도 메이콤 마을의 사람들에겐 인종이나 성에 따른 차별 등이 존재할 것이다. 스카웃은 학교 선생님이 되었든 변호사가 되었든 당당한 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강한 여성으로 성장했을 것 같다. 그리고 메이콤 마을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앵무새 죽이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스카웃은 친구인 딜과 아직도 잘 만나고 있을까? 오빠인 젬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애티커스 핀치는 또 얼마나 멋지게 나이가 들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원래 제목의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니라 지빠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이미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해져 있었기 때문에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왜 지빠귀를 앵무새로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앵무새든 지빠귀든, 이 책에서 그 새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174쪽)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앵무새는 책 속의 은둔자 부 래들리 같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다른 새들은 밥 유얼 같은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종이든 성이든 사회적 차별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스카웃의 게이츠 선생님이 히틀러 문제에서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만 정작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흑인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분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이러한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배심원들이 늦은 밤까지 고민을 한 것처럼 이 사회의 모순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그려지고 있다. 그것이 아주 오래 걸리고 있지만 말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에게 '용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약속해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는 거다. 누가 뭐래도 화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로써 싸우도록 해봐...... 배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일이란다." (148쪽)

 

 

"...... 네가 할머니에 대해서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단다." (213쪽)

 

책 한 권으로 세상을 급격하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 다시 읽은 <앵무새 죽이기>는 전에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적 모순과 현실, 과거의 아련한 추억과 부성애와 형제간의 우애, 그래도 따뜻한 마음씨를 전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해졌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또 어떤 것을 더 느낄 수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후속작으로 나올 <파수꾼>을 기대해 본다.

 

 

* 열린책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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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7-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은데 나중에는 꼭 봐야겠어요~
리뷰와 평점이 다섯개라서 더욱 더 궁금하네요.^^
편안한 오후되세요~^^

바람향 2015-07-09 17:20   좋아요 0 | URL
네~ 지금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전에는 뭣도 모르고 그냥 읽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ㅠㅠ 책을 다시 읽으면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곧 이 책의 후속작인 <파수꾼>이 전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다고 하니, 저도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ㅎㅎ
 
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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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여정

 

이번에 <로마의 일인자> 1권을 읽는 독자원정단에 선정되었다. 정식 출판된 책이 아닌 가제본을 읽는 것으로 그에 대한 오탈자나 개선점, 홍보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출판사에 제시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게다가 책 겉면에 '가제본'이라고 적혀 있고 따로 표지도 없는 책은 희귀본으로 느껴져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 천년이 흘렀어도 '그리스로마'는 서양 문화의 원형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방식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다른 어떤 시대보다 로마는 영화나 소설 등 다양한 장르도 재탄생 되고 있는 것이다. 몇 십 년 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리스로마 시대는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 오늘 날과 다를 게 없어서 많이 놀랐다. 로마인의 생활, 문화, 사고 방식 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마찬가지였구나! 하는 감탄이 더 많이 들었다. 로마 시대에도 돈이 최우선이었다. 돈이 있어야지만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올라서면 자신이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긁어 모을 수 있었다. 오늘 날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의 선거와 많이 닮아 보이지 않은가.

 

이 당시에는 돈이나 재산에 더욱 노골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돈이 없으면 귀족이라고 해도 로마의 지배층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조선시대의 계급 사회를 생각해 보면, 조선 후기 몰락 양반들은 적어도 양반이라는 계급적 우위를 점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양반이라는 계급을 돈을 받고 팔 수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로마의 시대에서 오늘날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사회의 지배층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군대의 경험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병장기는 스스로의 재산으로 마련해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로마의 시민으로 인정을 받았고 그 권익을 누렸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자신들의 권익은 너무나 잘 챙기고 있는데, 국방의 의무는 너무나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특히,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가이우스 마리우스나 카이사르는 민중들을 더 먼저 생각하고 로마라는 조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콜린 매컬로가 지었는데,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읽혔다고 하는 <가시나무새>를 지은 사람이다. 콜린 매컬로는 올해 초 타계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인데, 1970년대 후반에 <가시나무새>를 쓰고, 1990년부터 2007년까지 7부작 역사소설인 <마스터 오브 로마>를 지었다고 한다. 1부는 <로마의 일인자>, 2부는 <풀잎관>, 3부는 <행운의 총아들>,,, 7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출간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가가 <가시나무새> 이후 오직 <마스터 오브 로마>만 적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콜린 매컬로가 이 책에 대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연구와 조사에 공을 들였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녀의 서재에는 로마사 전문가를 뺨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사료와 연구서적을 갖추었는데, 그것을 읽느라 끝내는 시력을 잃고 말았다고 하니, 이 책을 적기 위한 그녀의 지독한 열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 로마의 도시 속에 나도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로마를 정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의 앞 쪽에도 로마와 이탈리아 반도, 아프리카 지도와 책 속 인물들의 얼굴 그림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을 작가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의 얼굴 생김이 정말 세밀한데, 책 속에서 묘사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개개인의 생각과 사고 등을 서술로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그 캐릭터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책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한 욕망과 열정, 권력과 명예욕 등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인간의 추악한 일면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로마는 천년이 넘는 로마 역사 속에서 기원전 110~27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거대한 로마의 지중해 제국이 완성되어 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500년 역사의 공화정 체제가 와해되고 새로운 통치체제가 탐색되는 시기였다. 로마는 그 당시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황제 체제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었다.

 

로마의 역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로마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가 많이 다르지 않음을. 인간의 권력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음을.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발전되어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등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네 사람이 될 정도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서도 신중을 기한 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문학동네 교유서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돈. 돈이 세상을 지배했다. 돈이 없는 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누구나 일단 어떤 식으로든 한자리 꿰차려 했고, 그러고 나면 예외없이 지위를 이용해 최대한 재산을 불렸다. (55쪽)

"사랑?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그 감정에 대해 네가 무엇을 아느냐, 율릴라? 네가 저지른 그 천박한 흉내로서 감히 `사랑`이라는 말을 더럽히느냐?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사랑이냐? 사랑하는 사람이 원치도 않고 청하지도 않은 관계를 강요하는 것이 사랑이냐? 그런 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느냐, 율릴라?" (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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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보다 강한 감정
마르크 레비 지음, 장소미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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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

 

마르크 레비의 최신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책을 받고 표지의 여자를 보며 뭔가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작품 속에서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이라는 말은 두 번 등장한다.

 

앤드루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 산봉우리에 도전하는 게 용기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는 생각해볼 문제인걸요."

수지가 말했다.

"용기는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일 뿐이에요.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요?" (116쪽)

 

 

"그 사람이 떠나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나한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수지가 발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빙긋 웃더니 말했다. "두 사람이 행복하길 빌어요."

발레리가 말했다. "여기까지 날 만나러 오다니, 대단한 용기를 내셨네요."

수지가 여행 가방을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용기는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일 뿐인걸요."

그러고는 발레리에게 인사하고 멀어져갔다. (423쪽)

 

우리는 인생에서 '용기'를 내야할 때가 많다. 용기는 두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야지만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용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해 버릴 때가 더 많을 것 같았다. 사회의 불합리함이나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 분노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기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회에 바른 소리는 예전보다는 그 영향력이 감소된 듯 하다. 음식이나 문화 등 일상생활에 대해 얘기하는 채널은 많아졌지만 정작 사회의 불합리함에 관심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용기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국가의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사회의 불합리함에 대해서 문학적으로 구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지은 마르크 레비는 파리 도핀 대학에서 경영학과 컴퓨터를 저공하고 건축설계 전문회사를 세워 500곳이 넘는 기업의 사무실을 설계했다고 한다. 그는 2000년에 아들 루이를 위해 쓴 첫 소설인 <저스트 라이크 헤븐>이 출간 즉시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해외 여러 나라에 소개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소설은 영화화 되기도 했고 다른 소설들도 많이 들어봤을 정도로 최근 각광 받는 소설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작가로 데뷔한 이래 근 15년 동안 출간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순위 3위 아래로 밀려나본 적이 없다. 게다가 한 해도 작품 출간을 거르지 않아 성실하고 근면하게 성공한 스타작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세계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의 소설에는 미스터리나 추리적 요소, 과거의 추억이나 사건, 사랑과 우정이나 용기 등의 긍정적 감정, 해피엔딩이나 반전과 유머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한 권의 소설 속에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된 것이다.

 

이 소설도 그가 우연히 읽은 신문의 단신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약 50년 전에 프랑스 몽블랑에 추락한 인도 여객기 칸첸중가의 잔해에서 발견된 우편물 속에서 인도 외교관의 편지가 나와 그의 후손에게 전달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프롤로그에 등장하고 그로부터 50년 후에 그 외교관의 비밀문서와 열쇠를 찾아낸 수지 베이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지 베이커는 냉전 시대에 간첩으로 암살된 외할머니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 사건의 단서를 <뉴욕타임스> 기자인 앤드루 스틸먼과 함께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마주한 엄청난 비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비밀에 대한 증거가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음모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오존층 파괴와 해수면 상승, 그로 인한 이상 기온과 급격한 자연재해 증가는 바로 부메랑처럼 환경을 파괴한 결과가 인간에게 재앙을 내리고 있는 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 파괴에 대해 세계의 각 국가가 대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환경 파괴에 대한 죗값은 우리가 아닌 우리의 후손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등장한 앤드루 스틸먼 기자는 마르크 레비의 전작인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의 주인공이다. 그 당시 형사가 주인공이 아닌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던 레비가 창조한 인물로서 알코올 중독으로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지만 직업에 대한 열정으로 고난을 극복한 남자로서 인간적인 면모와 결단을 가진 인물이었다. 마르크 레비는 이 인물에게 깊은 애착을 느껴서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에도 다시 등장하게 된다. 마르크 레비는 이 인물이 다른 작품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 같다며, 자신에게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포와로 같은 존재라며 밝히기도 했단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을 읽지 않아도 <두려움보다 강한 감정>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앤드루 스틸먼이 마르크 레비의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등장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면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마르크 레비의 <그림자 도둑>을 집에 두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책장에서 꺼내 읽어보고 싶어졌다.

 

 

* 네이버 책좋사 북하우스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샤미르가 고개를 쳐들면서 물었다. "정상에 오르면 정말 나한테 청혼할 생각이었어?"
"당신이 나한테 청혼하게 만들 생각이었어. 당신은 그랬을 거고." 수지가 대답했다.
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서약을 주고받아야겠는걸."
"저 위에서. 여기서 빠져나가면. 그 전에는 안 돼."
"수지, 날 당신의 남편으로 받아주겠어?"
"그만, 샤미르. 제발 그만."
그녀에게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가 덧붙였다.
"사랑해. 당신이 내 집 문을 두드린 바로 그날부터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됐고, 그 사랑은 멈추지 않고 커졌어. 내 신부에게 키스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당신이 좀 멀군."
샤미르는 자신의 장갑에 키스한 뒤 호 불어 그녀 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어서 단호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그녀와 연결된 로프를 끊었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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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
강희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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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탈북자들의 이야기

 

6.25전쟁이 일어난 지 65년이 되었다. 이게 무슨 기념일이 된다고 TV에서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저 긴 휴전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남과 북은 점점 다른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가치관이 전혀 다른 민족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래도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곳을 탈출해 남한으로 넘어온다.

 

오늘도 다른 국가들의 도움이 없을 경우에는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6.25 전쟁 당시에는 지하자원으로 남한보다 경제적 우의를 점하고 있던 북한의 경제가 공산주의의 한계를 보이며 결국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현재의 북한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저 국제기구나 외국의 뉴스를 통해 조금씩 접할 뿐이다. 그리고 적십자 등의 기관을 통해 수만 톤의 쌀을 북한에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많은 쌀은 민중에게 돌아가지는 못했다. 모든 것을 똑같이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공산주의의 사상은 결국 또 하나의 계급 사회만을 양산해 냈을 뿐이다. 지배자 동지들과 그 나머지들로.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얘기를 하는 여자는 '포피'라고 불린다. 포피는 탈북자로서 남한에서 검정고시를 통과해 유명한 사립대에 합격해서 석사를 전공한 엘리트이다. 그녀는 좋은 대학교를 졸업해 이 사회에서 멋지게 일할 것을 꿈꾸었지만 언어나 문화적인 차이가 드러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녀는 결국 키스방에서 일하게 되는데, 자신을 찾아온 소설가에게 자신의 탈북 얘기를 들려주게 된다.

 

포피는 북한에서 처참한 상황을 겪게 된다. 한 마을이 사라질 정도로 사람들은 계속 굶어 죽고 어쩔 수 없어 중국으로 탈출한다. 탈출하는 상황에서 아빠는 북한 군인에게 잡혀 끌려가고 포피의 엄마는 조선족 남자 형제들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다. 그러다 포피는 그들 중 막내 형제의 도움으로 엄마와 함께 남한으로 넘어와 살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포피의 말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포피의 말로만 채워지고 있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키스방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서 포피가 직접 말하는 형식을 갖춘 것이라고 보지만,,, 조금 더 다양한 형식을 사용해 보면 내용이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포피는 키스의 미학에 대해서 미술 작품과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어떤 행위보다 서로 더 깊은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쓸쓸하고 외로운 남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위안의 행위라고 말이다. 여기서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모두가 일을 찾기가 힘든 시기인 만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탈북자들이 많이 빠져든다고 한다.

 

북한의 처참한 상황과 중국 조선족과의 불편한 관계, 남한에서 힘들 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이야기... 이것을 보면서 한 가지 든 의문은 왜 북한에서는 정권에 대한 시위가 없냐는 점이었다. 언론 통제로 기사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소설이나 탈북자들의 경험을 들어봐도 독재 정권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시위도 듣지 못한 것 같다. 죽을 각오로 탈출은 하는데, 왜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행동하지 않는 것일까?

 

포피의 엄마도 남한으로 탈북해 왔어도 여전히 김정은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건 하나의 신앙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세뇌를 당한 걸까? 하지만 북한 지도자들은 그렇게 살이 쪘을 정도로 잘 먹고 있으면서 정작 민중들을 뼈만 남아 굶어 죽는데도 김정은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어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탈북자들의 고난과 남한 적응기가 초점이니까...

 

남한과 북한이 언젠가는 통일이 될 수 있을까???

 

 

* 네이버 책좋사 나무옆의자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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