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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평점 :
전쟁의 승리자를 위한 풀잎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중 2부가 나왔다. 전에 교유서가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1부의 <로마의 일인자>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출판사인 교유서가의 서평단 참여 제안 메일을 받고 이렇게 <풀잎관>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콜린 매컬로는 인간의 다양한 군상들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았다. 특히나 권력과 명예에 대한 욕심과 그것을 채우기 위한 돈에 대한 욕심은 로마시대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옛날 로마시대가 행복할까, 아니면 지금이 더 행복할까? 로마시대의 정치가들도 지금에 못지않게 돈에 대한 욕심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점은 '로마'라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은 투철했다는 점이었다.
로마시대의 정치인들은 '로마의 시민'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다. 로마의 시민으로서 정치적인 선거에서 1표를 행사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며 재산을 불리고 용기를 내어 전쟁에 나갔다. '로마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기 위해 그들은 먼저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 행해야 할 의무는 철저하게 지켜야만 했다. 전쟁에 나갈 갑옷을 사비로 마련해야 했고 선거에 나가기 위해 개인의 재산을 국가에 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치판은 어떨까? 어떤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청문회를 보면 본인들이 먼저 위장전입이나 군대 면제, 세금 탈루 등의 문제가 발견되고는 한다. 그에 대한 변명으로 지금 세금을 내면 된다, 죄송하다, 잘 하겠다는 사과 한 마디로 면죄부를 받는다.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이 남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범죄 행위에 대해 점차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우리들의 생각은 어느새 청소년들에게도 전염된 것 같다. 범죄 행위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을 때, 돈만 많이 받을 수 있으면 범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쨌든 이번 <풀잎관>에서도 루키우스 모르넬리우스 술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권력욕과 함께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래도 술라보다 더 강렬한 캐릭터가 등장하였는데, 그게 바로 카이피오의 큰 딸인 세르빌리아였다. 세르빌리아는 '어린 악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세르빌리아는 자신만의 굳건한 세계를 구축하면서 아빠를 배신하는 엄마에게 죽어버리라고 저주를 하며 상처를 준다. 엄마가 아빠에게 매를 맞는 상황에서도 잘했다며 죽이라고 소리치는 아이를 보며 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저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정작 아빠는 세르빌리아를 친자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세르빌리아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당연하다며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아이는 대체 어떤 어른이 되어갈까,,, 궁금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린 매컬로는 복잡한 로마사를 생동하는 캐릭터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혔다. 권력과 명예욕에 사로잡힌 로마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 시대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인생무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왜 우리는 그런 물욕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돌아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쨌든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아픈 몸을 이겨내고 7번째 집정관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술라가 풀잎관을 받고 권력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을지,,,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가 어떤 활약을 벌이게 될지 다음 책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7부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머나먼 여정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집중력, 필력에 대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문학동네 교유서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