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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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역사는 계속 된다!

 

추리소설의 역사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셜록 홈즈 시리즈! 그 이후를 현대에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다. 홈즈는 새롭게 번역이 되어 완역판으로 재출간 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아직도 그 인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명탐정이다. 그만큼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져서 홈즈는 새롭게 평가받고 재창조 되고 있다.

 

셜록 홈즈는 명탐정의 대명사로서 추리소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셜록 홈즈는 영국의 추리소설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1887년 작 <주홍색의 연구>에 처음 등장한 이래로 장편소설 4편, 단편소설 56편에서 활약하였다. 셜록 홈즈의 인기는 대단해서 사람들은 실제 인물이라고 믿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가 죽게 되자 많은 독자들이 항의 편지를 보내서 결국 몇 년 뒤에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되살려 낼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된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셜록 홈즈는 우리의 현실 속에 살아서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셜록 홈즈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패러디되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작품 이후를 그린 작품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작품으로서 말이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은 아서 코난 도일의 막내 아들이자 유작 관리자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이 설립하여 이후 코난 도일 경의 후손들이 작접 운영하고 있는 재단이라고 한다. 유작과 저작권을 관리할 뿐 아니라 엄격한 기준으로 작가 사후에 나온 셜록 홈즈 작품들을 평가하고 있다. 재단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재단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한 작품이 절판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자신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재단이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콘텐츠에는 재단 고유의 마크가 찍혀 있다고 하니 그 콘테츠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다.

 

이 책을 지은 앤터니 호로비츠는 2007년 영국 출판업계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각본가라고 한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읽혀지고 있고 자신이 쓴 각본으로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6살 때 처음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을 읽은 이후에 셜록 홈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기도 해서 그의 작품이 기대가 되었다. 앤터니 호로비츠는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이리는 책을 써서 화제가 되었는데,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은 그 전작을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실크하우스의 비밀>을 꼭 읽어야지만 <모리어티의 죽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리어티의 죽음>은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죽게 만들었던 <마지막 사건>이라는 단편 그 이후를 그리고 있다. 셜록 홈즈는 3년이 지나서 <빈집의 모험>이라는 단편에서 왓슨의 기록으로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와 대결했던 모리어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한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모리어티의 죽음>은 처음에 한 신문이 등장한다. 그 신문에서는 조너선 필그림이 하이게이트 인근의 머턴 가 근처에서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나'라는 주인공이 나타난다. '나'는 프레데릭 체이스로서 라이헨바흐 폭포 사건에서 죽은 모리어티를 확인하게 위해 미국에서 건너온 사람이다.

 

프레데릭 체이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사무소인 핑커턴의 직원이다. 그는 자신의 조수였던 조너선 필그림이 준 정보로 미국의 악명높은 범죄자인 클래런스 데버루가 영국의 모리어티와 손을 잡으려고 접촉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클래런스 데버루를 잡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온 것이다. 프레데릭 체이스는 런던 경시청의 애설니 존스 경감과 함께 손을 잡고 악명 높은 범죄자의 뒤를 쫓는다. 단서를 뒤쫓으며 클래런스 데버루의 부하들을 한 명씩 찾아가는데,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만다. 체이스와 존스 경감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 클래런스 데버루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품 속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 인물이 내 판단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거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존재감이 있어서 마지막 결말을 읽고도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 가지 단서와 의문점을 통해 결말을 조금은 추측했어도 반전으로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는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서 책을 다시 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두 읽고 좋아한다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홈즈 시리즈를 읽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고 재미를 느끼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나의 독립된 추리소설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셜록 홈즈 시리즈를 하나라도 읽었다면 그 당시 영국의 분위기와 탐정 수사 방식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재미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에 셜록 홈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사건들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할 것 같았다. 읽지 않았어도 이 작품을 읽으면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모두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세 명의 여왕>이라는 짧은 단편이 있는데, 왓슨의 이야기로 셜록 홈즈가 등장하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앤터니 호로비츠가 적은 단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서 코난 도일이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작품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셜록 홈즈는 이렇게 재창조 되면서 그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창조해 냈지만 이미 그의 손에서 떠난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셜록 홈즈는 살아서 우리 현실을 마음껏 돌아다니고 있다. 작가가 창조해 낸 세계, 인물이 생명력을 얻어가는 과정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창조력이 다시 한번 존경스러웠다.

 

앞으로 셜록 홈즈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창조되어 어떤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될 것인지 그 길이 사뭇 궁금해졌다. 그리고 셜록 홈즈의 세계가 반복·변주되면서 어떤 모습으로 확장되어 갈 지 기대가 되었다. 셜록 홈즈의 다음 작품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

 

 

*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사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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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었던 모든 것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박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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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뒤흔드는 만남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한 만남들 중에서 우리의 삶을 뒤흔드는 강렬한 만남들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삶의 방식을 바꾸게 만드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든지... 많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그 만남을 결코 잊지 못하고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곁에 없는 순간에도 항상 그 만남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만다. 이 책을 통해서 내게 소중한 기억들을 남겨준 만남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존경했던 선생님... 지금도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선생님의 몸짓과 농담들을 떠올린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많이 소중했던 사람... 세월의 무게에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들... 좋은 말들을 해준 언니... 나를 잘 따라 다녔던 동생... 그리고 잠시 스쳐지나간 짧은 만남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과 나는 어떤 인연으로 묶여 있는 것일까?

 

여기 오래된 연인이 있다. 연인들은 싸우게 돼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화해를 하고는 했다.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한다든지, 두 시간 동안 대화를 하고 이어지는 20분 간의 섹스를 한다든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날따라 화해 코드가 발동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실을 참을 수 없어서 남자 주인공인 다니는 여자 친구와 함께 있었던 공간을 떠나 카프리로 떠난다. 카프리는 다니가 부모님을 잃고 형을 피해서 가출한 곳이어서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조지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린다. 소설의 주요 공간으로 등장하는 '카프리'의 모습을 알고 있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높은 곳에 위치한 조지의 집에서 바라본 카프리 해변가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 카프리에 있는 등대는 바로 열 살 때 만났던 마르틴을 떠올리게 했다.

 

다니는 열 살 때 편도선을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때 만나 마르틴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마르틴은 등대를 고치는 사람이었는데, 세계 곳곳의 등대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뒷장에는 등대가 느끼는 감정을 형용사형으로 적어 놓는다. 그것은 아마 마르틴이 그 당시 가지고 있던 감정이지 않을까 했다. 마르틴은 한 쪽 폐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다니가 그 역할을 해주었다. 수술이 잘못되어 마르틴은 엄라 살지 못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다니에게 많은 감정을 남겨줄 정도로 강렬한 만남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카프리 섬으로 가출하는 배에서 만난 조지는 다니가 샌드백을 치며 마음 속에 쌓아둔 울분과 슬픔 등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만난 진주들,,, 조지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벽에 붙여 놓았다. 조지는 다니에게 만남과 사랑,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다.

 

다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찾아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소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다니는 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는 왜소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노력하는데,,, 사람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통스러워 한다. 결국 겨우 생긴 아이도 자신과 같은 왜소증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절망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다. 그걸 참지 못하고 사랑하는 연인은 떠나가고 말았다.

 

다니는 사랑하는 연인과 꿈꿨던 자신들의 아이,,, 이잔이라는 이름과 좋아하는 것이 똑같은 한 소년을 만나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다니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아이를 다시 꿈꾸게 된다. 카프리의 밝아오는 햇살 속에서...

 

예순 살 나이에 이른 모든 사람은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사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게임에서 빠져나오기는 항상 쉬운데 왜 우리는 게임을 계속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217쬭)

오래 사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다... 마음에 다가온 말이다... 오래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무대 위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친근하게 읽히기도 했지만 과거의 기억들이 왔다갔다 해서 조금 끊기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소제목들은 연애편지의 한 구절처럼 읽혔다. 서두르는 바람에 자기 향기를 두고 갔다, 눈에 잘 띄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을 감춘다, 타인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다른 사람의 몸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너 자신이 되든지 아니면 네가 그러리라고 믿는 사람이 되어라,,, 등등

 

네가 나에게 오라고 하면 다 버리고 갈 거야, 그러니 오라고 말해줘."

 

 

* 네이버 책좋사 박하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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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6-1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부 정말 잘 쓰십니다!!!!!^^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어요. ㅎㅎ
편안한 오후되세요.^^

바람향 2015-06-18 09:07   좋아요 0 | URL
우와우와~~^^ 후애님 방문에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됩니다^^ㅎㅎ
부족한 글 보시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애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ㅎㅎㅎ

세실 2015-06-2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뒤흔드는 만남이라....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릅니다.
이젠 이런 사람이 되어 주어야하는 나이가 되었어요^^
반갑습니다!

바람향 2015-06-22 09:1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후회하고 슬프더라도 그런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실님은 지금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ㅋ
 
나를 돌려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2
A. S. 킹 지음, 박찬석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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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의 그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누구나 과거를 생각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타임캡슐이라도 타서 과거로 돌아가 그 상황을 바꿨으면 하는 꿈을 꿀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 인생은 더욱 더 밝고 행복하고 즐거워 질 수 있을까?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바뀌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 과거를 바꾼 만큼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때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조금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실수를 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인간은 신에 더 가까워지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신처럼 완벽한 존재들은 아니지만 실수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될 수는 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존재에 의해 자기 인생을 망치게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제럴드는 5살 정도일 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리얼리티 쇼에 나왔다. 말썽쟁이 제럴드는 리얼리티 쇼가 진행되면서 식탁이나 다른 곳에 똥을 싸는 행동을 해서 '똥싸개'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 후로 10년이 훨씬 지났어도 그런 제럴드의 행동을 잊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똥싸개라고 놀리는 아이들과 학교를 함께 다녀야 했던 제럴드는 폭력을 행사하며 더욱 문제아로 찍히게 된다.

 

분노조절장애아로서 상담을 받으며 특수반에 다니는 제럴드는 샌드백을 두드리며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려 애를 쓴다. 또는 '제럴드데이'라는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 속에 있으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제럴드는 불만족스러운 집 문제와 똥싸개로 인식되는 유명세를 극복해 낼 수 있을까?

 

나도 한때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자주 봤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문제 행동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부모님들도 육아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 게 아이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는지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 아이가 주변인들에게 문제아로 인식되는 것이 나중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최근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육아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귀여워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한 편으로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이 되는 것을 꿈꾸는 아이라면 부모님 덕으로 조금 더 빨리 TV에 출연하게 되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는 아이라면 어떻게 될까?

 

유명한 아역 출신 배우들을 살펴보자. 그들도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성장통을 겪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인으로 살고 싶은 아이들은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서 갈팡질팡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유명세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의 TV 출연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인공 제럴드는 그 당시 자신의 의사를 똥을 싸는 것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받아들였다. 누구 하나 제럴드의 얘기에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이코패스인 누나 타샤가 자기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하는데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잘 몰랐고 알아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제럴드는 세상의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게 리얼리티 쇼는 제럴드에게 세상의 불신만 키워주게 되었다.

 

TV에서 비쳐진 세상은 진실이 없는 거짓된 세상이었다. 그게 아닌데도 고개를 끄덕여야 했고 가정 문제는 어느 하나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달라졌다면 함께 모여 만찬을 즐겨야 했다. 제럴드는 문제의 원인인 타샤 누나를 혼내지 않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사랑인 것일까? 흠이 있는 아이라도 보듬고 싶은 부모의 마음인 것일까? 타샤 누나를 감싸고 도는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딸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시와 무관심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이코패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는 정말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고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걸까?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경제적인 이유나 원한이 아니라 그저 재미로 자신이 아닌 남을 상처입힌다. 그런 사이코패스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의 좌절과 고통, 슬픔 등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공감 능력도 어렸을 때부터 키워줄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극복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어쨌든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너무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TV나 영화에 나오는 정도로만...

 

이 책은 청소년 성장 소설이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가 있는 가족과 TV 매체의 부정적 효과,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기 위한 제작 프로그램의 거짓, TV 내용이 진실이 되는 방송 후폭풍... 그리고 10년 동안 그때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가 있다. 아무도 그 아이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뭔가를 말하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서 그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산다. 그래서 '넌 나보다는 나아!' 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겉만 보고 하는 말이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는 참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 고통의 깊이를 남이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고민에 빠져 있고 힘들어 한다. 스스로도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문제를 일으킨다.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할까?

 

먼저 좀 들어보자... 자기 말만 하지 말고...

 

 

* 네이버 책좋사 미래인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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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개자식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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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

 

잘생긴 개자식이라니... 제목 자체만으로도 도발적이고 뭔가 과감하게 느껴졌다. 로맨스 소설을 이렇게 정식으로 읽어본 지도 오랜만인 것 같다. 아, 정은궐의 책을 보기도 했으니, 외국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한정을 지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외국의 대표적인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퀸 소설의 재미에 푹 빠졌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재미도 얼마 가지 못했다. 몇 권을 읽다보니 로맨스 소설의 뻔한 공식이 너무나 쉽게 읽혀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때는 읽을만 했다.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것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능력 좋고 부자인 남자, 그리고 예쁘고 몸매 좋은 어린 여자. 여기서 남자는 도도하고 싸가지 없고 냉정하고 무뚝뚝하지만 잘생기고 몸매가 좋은 나쁜 남자형이 많다. 그리고 남자가 부자가 아닐 경우에는 자수성가 형이면서 부자인 여자와 엮어지게 되는데,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나중에 부자가 된 남자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연인들이 헤어졌는데 꼭 임신을 하게 되고 아기를 출산, 그것으로 다시 결합하게 되어 사랑을 확인하는 커플... 어쨌든 그들만의 세상에서 지지고 볶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작년인가? 우리나라나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로맨스 소설 한 권이 있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였나? 나중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져서 개봉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이 무지 야해서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책이라고 홍보되는 걸 풍문으로 전해 들었다. 여성들이 어떤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개인의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야한 책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야하길래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난리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접한 <잘생긴 개자식>을 보니 대충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었다면 두 책을 비교해 보기에 좋았겠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이 책을 읽은 감상을 말하자면 요새 로맨스 소설은 많이 야해졌지만 그만큼 스토리의 힘은 약해진 것 같았다. 남녀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끌리는 마음, 그리고 연애를 하면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밀고 당기기,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은 모두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이 바로 책의 재미를 결정짓는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서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쁜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자신에게만은 친절하고 매너있게 대해줄 것이란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을 리드하는 거친 모습에 반하는 것일까? 어쨌든 삼각관계에 빠진 여자 주인공들은 결국 착한 남자보다는 나쁜 남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얼마나 나쁜 남자일지 사뭇 궁금해졌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개자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싸가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봐주는 것이 없고 선이 분명한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모든 일을 떠넘기고 자신이 한 것처럼 하는 것이 더 문제이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이 상사로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저렇게 지시가 명확하고 선을 지켜주는 능력 있는 상사라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그런 상사가 갑자기 여자 주인공의 몸을 만졌다. 그것도 회사 내에서~!! 이럴 때는 현실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그 책 속의 세계에 빠져야 하는데,,, 너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저렇게 잘생기고 젊은 사람이 하니 여자가 넘어갔지,,, 현실에서처럼 못생기고 늙은 사람이 하면 바로 성추행에 고소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서로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성적인 매력에 굴복하여 서로를 탐한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냥 말로만 그러는 거지 결국 서로의 잠재의식 속에서는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고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이인데도 자꾸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들이 지겨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성적인 관계를 맺은 것이다. 정말로 서로를 미워하고 싫어하는데, 저렇게 서로의 몸만 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많은 커플들이 있고 그들만의 방식이 있을 수 있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진짜 감정적으로 싫은데도 성적인 매력 때문에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커플이 있다면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어쨌든 야한 것도 야한 거지만,,, 서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밀당이나 감정적인 측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되었으면, 그리고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거 외에 다양한 사건들이 더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야한 게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면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사람이 있다면 두 책을 비교해 주길 기대해 본다.

 

 

* 책좋사 르누아르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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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의 좌충우돌 분투기

 

오베라는 남자는 한 마디로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집이 있고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외골수에 빠진 사람으로서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일에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주변 사람이나 세상 일에 대해서 투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어서 재미없는 할아버지... 이게 오베라는 남자이다. 이 오베라는 남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면서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이 책 속에서 유쾌하게 그려져 있었다.

 

주변에 이런 할아버지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툴툴거리며 자신을 계속 밀어내는 데도 파르바네처럼 손을 내밀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투가 거칠고 무작정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에 상처를 받고 물러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관계의 단절을 원하는 사람이 거절하더라도 몇 번이라도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파르바네에게 배우고 싶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따스함도 좋기 때문이다. 

 

오베는 열 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오베는 슬픔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바로 아버지가 일하지 못하는 날짜만큼 월급을 반납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오베의 성격적인 면도 있지만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아버지가 오베의 원칙을 존중해 주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충격과 자신에게 남은 재산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월급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아버지의 회사를 찾는 어린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오베의 원리원칙주의를 확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었다.

 

오베는 아버지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오베는 성실하고 꿋꿋하게 일을 하지만 어디서든지 약한 자를 괴롭히려는 사람이 꼭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톰은 원래부터 손버릇이 나빠서 승객들의 물건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았다. 톰은 결국 물건을 훔친 행위를 회사에 들키고 말았다. 그런데 그 현장에 있던 오베는 끝까지 그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자신은 남을 고자질하는 비겁한 사람이 아니라면서. 하지만 톰은 그걸 고마워하기는 커녕 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버린다. 오베가 물건을 훔쳤다면서... 이런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이 착하기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본인이 직접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오베는 다른 사람을 고자질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의 원칙을 지키다가 자기만 피해를 당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만약 오베에게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상황에서 직장에서 잘리게 되었다면 말이다.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회사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도리어 징계를 당하거나 잘려버린 사람이 많은 게 생각나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옳은 일을 했는데도 피해를 당해야 하는 건지 알수는 없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 상황에서 무슨 사회 정의를 부르짖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든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원리원칙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하여튼 이런 원리원칙주의자인 오베에게도 꽃이 피는 날이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소냐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그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하면서 그녀와 매일 버스를 함께 탔다. 3개월 후에 소냐는 오베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한다. 무뚝뚝한 오베도 소냐에게는 낭만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소냐에게 분홍색 꽃을 선물하기도 하고 그녀가 무슨 일을 하든 이유를 묻지 않고 기다려 주기도 했다. 소냐는 오베에게서 흔치 않은 뚝심을 발견하고 주변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한다. 소냐가 죽은 이후에도 오베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변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베는 소냐가 죽은 이후에 삶의 의욕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오베는 꼼꼼한 성격답게 사후의 처리 사항을 모두 유언에 적어 놓았고 집안의 처리 사항까지 고려하며 자살을 준비했다. 집 부엌에 목을 매달거나 배기가스를 이용하거나 기차 선로에 뛰어 들거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옆짚에 이사온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오베를 자꾸 방해했다.

 

평생을 함께 한 사람이 나를 두고 죽었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을 혼자 보낼 수 있을까?? 아마 세상에서 미련이 남는 게 없다면 나 또한 자살을 더 맘편히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거나 마음 붙일 만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노인들의 자살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한다. 쾌적한 요양시설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활동 등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오베는 자살하기 위해 분투하다가 결국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이웃집 부부와 자녀들, 고양이, 이웃집 청년 등에게 마음을 열면서 세상을 살아갈 만한 이유를 찾게 된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이지만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항상 잔소리를 늘어놓고 문 손잡이 하나에도 집착하는 강박증 할아버지인 오베는 그래도 남에게 피해흘 주지 않으려고 하고 원칙을 준수하려고 하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게다가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키는 남자라니,,, 소냐는 행복하게 눈을 감았을 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오베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다른 일반적인 소설의 목차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소제목이 많았다. 그것들이 짧은 분량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마라톤을 하다가 중간 중간에 급수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으로 갈증이 생기는 것을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꺼내 보이며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읽기가 수월했고 작가의 힘있는 필력이 느껴졌다.

 

이제 이 소설도 올해 말에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오베라는 역할을 누가 할지도 궁금하고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영화화 되었을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 <오베라는 남자> 이후의 후속작도 다산책방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것도 흥미가 생겨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 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은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며칠, 몇 주, 몇 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단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꼭 쥐고 있던 화창한 오후. 이제 막 꽃들이 만개한 정원의 향기. 카페에서 보내는 일요일. 어쩌면 손자들. 사람은 다른 이의 미래를 위해 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소냐가 곁을 떠났을 때 오베 또한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그저 살아가는 걸 멈췄을 뿐이었다.

슬픔이란 이상한 것이다.

(436~437쪽)

 

 

* 알라딘 다산책방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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