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쏘다 - 김상옥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3
이성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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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 투사

 

 

광복절은 우리 민족에게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난 뜻 깊은 날이다. 하지만 그게 누구에게 좋은 일이 되었는지 오늘날의 우리는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 바로 물질적인 영달을 위해서 같은 민족을 일러 받치고 더 악랄하게 고문하고 죽였던 친일파들이 더욱 더 그 경제적인 부를 유지하게 되었다니,,, 우리나라는 모든 게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비현실적인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는 대체 무엇일까? 이제 어느 누구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는 전례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전에 안중근 자서전을 읽고 김상옥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이런 독립투사의 얘기는 친일파들이 득세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더욱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왜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죄를 처벌받지 않게 되었을까? 광복 이후 우리나라를 손쉽게 통치하기 위해 친일파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 바로 미군이다. 그 이후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우리나라는 결국 6.25 전쟁이 터지고 지금까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이 된 상황이니,,, 우리나라의 역사적 현실에는 미국의 잘못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수호해 주는 것이 아직도 미군이라고 믿는 대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우리의 남북 통일이나 자주적 독립은 아직도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왜 안중근이나 김상옥은 그들의 아까운 목숨을 버렸을까? 친일파들이 잘먹고 잘사는 이런 현실을 보려고 했던 것일까? 그들이 지금 살아있다면 이 현실을 보고 뭐라고 했을지,,,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어차피 김상옥이 친일파나 일본 정치인들을 죽이려고 했을 때, 자신을 밀고한 사람은 결국 같은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애국심이 조금도 없는 사람들인데, 한민족으로 부를 수 있는 건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한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들을 처단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목숨은 어찌 그리도 끈질긴지 혀를 내두를 뿐이다.

 

예전 <각시탈>이라는 드라마나 이 책을 보면 이중 스파이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중 스파이가 존재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중 스파이가 오히려 친일파들의 변명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독립 투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을 하기는 했지만, 그게 없었더라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뿐 우리는 스스로 독립을 이뤄냈을 것이다.

 

이러한 독립투사들이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많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친일파가 자신들의 죄에 대해 처벌을 받고 독립운동가들의 올바른 행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가 내려지고 보상이 뒤따르기를 바란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독립투사가 어떤 의지를 갖고 무엇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에 임했는지 그 삶을 이해하고 고마운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김상옥의 이야기는 안중근 자서전보다는 소설 형식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조금 더 극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상옥이 준비한 테러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마지막은 그 당시 우리 민족에게는 어떤 자부심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일본에게는 한민족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영상으로 만들면 더욱 박진감이 넘치고 화려할 것 같아서 영화로 만들어진 <암살>을 보고 싶어졌다.

 

"이성적으로,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무슨 무슨 적을 좋아하는 '적'주의자들 있어요. 혼자 고민을 다 짊어진 것처럼 회의하고 번민하죠. 주로 뭘 좀 배웠다 하는 지식인들이 그러죠. 겉으로는 신중론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한 꺼풀만 들춰 보면 사실은 두려운 거예요. 자기를 완전히 비운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요." (77쪽)

 

숙연해졌다. 나 역시 죽음을 두려워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40일간 고문을 받을 때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죽음은 얼마나 편안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던지, 죽음이 그토록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절망의 끝에는 절망이 없었다. 고통의 끝에서는 고통이 사라졌다. 그 끝에 가장 달콤한 안식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것이 가장 큰 위로였다. (133쪽) 

 

 

* 인터파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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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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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푸른 수염' 동화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동화였는데,,, 잔혹동화 측면에서 살펴 볼만한 책인 듯 했다. <푸른 수염>이라는 원작에서 '푸른 수염'은 파란 수염을 지닌 못생긴 귀족이다. 하지만 돈이 많아서 다수의 여성들과 결혼을 했는데, 그의 전 부인들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가난한 이웃집 딸 중 한 명을 아내로 맞이하려 하는데, 딸들은 싫어한다. 하지만 이웃집의 어린 딸을 집으로 초대한 후 설득에 성공한다. 그 후에 푸른 수염은 자신의 열쇠꾸러미를 아내에게 맡기는데, 아내는 금지된 방의 문을 열고 만다. 그곳에는,,,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의 내용이 어떻게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남을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동화보다는 신화나 전설에 더 어울리는 내용인데 말이다. 어쨌든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의 내용처럼 호기심을 가진 자가 금기시 되는 것을 어기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은 동서고금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신화에서도 '뒤를 돌아보지 마라'는 금기를 어겨 사랑하는 사람이 모래 기둥이 되는 것을 바라봐야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이 셋을 낳기 전에는 옷을 보여주지 마라'는 금기를 어겨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하늘로 떠나보내 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인간이라면 이러한 '금기'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호기심이나 흥미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금기'라는 마법을 거는 순간, 사람은 그 금기의 마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하나님이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 먹지 말라고 금기를 거는 순간, 그 선악과에 대한 욕구나 호기심이 발동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금기는 깨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안 돼!"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말에 대한 반발심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존재하는 그런 청개구리 기질은 순수하기 때문에 더 확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금기는 인간이 그 금기를 깨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이 보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연 것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공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위협 받게 되지만 말이다.

 

푸른 수염이라는 사내는 동화와는 달리 잘생기고 멋지기까지 하다. 그러니 누군들 그에게 반하여 호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리고 그는 매너가 좋고 말주변이 좋은 편이다. 게다가 호감을 갖게 하려고 돈까지 펑펑 쓰고 있으니, 여자 주인공인 어린 나이의 소피아가 푸른 수염의 사내에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 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소피아는 푸른 수염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파악하게 된다. 게다가 자기 전에도 네 명의 부인이 있었다는 흔적까지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소피아의 마음 속에서는 어떤 불온한 의심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소피아는 결국 푸른 수염의 전 부인들의 환영에 시달리며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의 경제적인 문제가 나타나서 소피아는 푸른 수염의 사내와 결혼을 고려하게 된다,,,

 

돈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 중에는 정말 '사랑'이 존재하는 커플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돈을 위해서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일생일대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 전부를 건다는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소피아가 돈보다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자주적인 여성상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소녀가 사회의 불합리하고 냉정하고 공정하지 못한 측면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과 함께 읽은 <샤이닝 걸스>와 비교해서, 푸른 수염 사내는 사이코패스는 아닌 듯 했다. 조금 고압적이고 가학적인 취미의 변태적 기질을 가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푸른 수염의 변덕스럽고 고압적인 성격이 형성된 원인은 바로 아들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 이후에 새롭게 관계를 맺은 아내들과 필연적으로 불화를 겪었기 때문에 푸른 수염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변덕스럽고 고압적이고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아내까지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자 주인공인 소피아가 너무 착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그들을 도우려고 하고 마지막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그렇게 착하기 때문에 푸른 수염 사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전 부인들이 소피아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준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그녀의 공감하는 능력 때문에 소피아는 푸른 수염 사내의 전 부인 환영들과 어울리기까지 한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에 빠진 여성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잔혹동화였다. 모든 게 완벽한 백마 탄 왕자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소피아가 새 삶을 살게 된다는 긍정적 결말이 로맨틱 소설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 네이버 블로클 황금가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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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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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여자들을 쫓는 사이코패스

 

 

특이한 구성이기는 했다. 빛나는 여자들을 쫓는 연쇄살인마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니 말이다. 시간 여행을 하는 자를 어떻게 잡아낸단 말인가. 게다가 살인만을 저지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자를 말이다. 그저 범인을 추적할 수 없는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범인을 쫓는 여자가 있다. 바로 빛나는 여자로서 범인에게 거의 죽을 위험에 처했었던 여자였다. 잔인한 범인의 손에서 벗어난 여자는 분노를 터뜨리며 범인을 추격해 나간다. 분노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아니, 자신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이다.

 

어쨌든 표지에 저렇게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뭔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도 같고 범인에게 자신을 살려달라고 호소를 하는 것도 같다. 이 책에 대한 홍보물을 많이 보고 줄거리 자체가 특이했기 때문에 이 책을 많이 읽고 싶었다. 게다가 벌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하여 미국 TV 드라마 반영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기대감은 더 없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힘들었던 점은 내용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살인마가 시간 여행을 하다보니, 내용이 시간 순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살인마 외에도 빛나는 여자들에 대한 얘기도 나오다 보니,,, 그것도 여자들의 과거와 현재가 겹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야 내용들이 모두 조합이 되어서 완성이 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살인마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살인마는 어떻게 빛나는 소녀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를 추적해서 그들을 죽이는 건지,,, 그리고 왜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 것인지,,, 많은 부분이 궁금하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책에서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도 끝까지 읽어내려 갔다.

 

하지만 작가는 생각보다 불친절했다. 책을 끝까지 읽어도 왜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 건지 그 이유가 불분명했다. 그리고 그 살인을 하라고 부추기는 '더 하우스'의 존재까지 의문스러웠다. 결말이 결말이 아닌 듯 느껴진 것이다. 결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더 하우스를 열 수 있는 열쇠의 존재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 하우스의 존재와 샤이닝 걸스를 연결짓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그 살인 행위도 잔인하고 엽기적이었다. 이걸 읽으며 파트라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많이 생각났다. <향수>의 주인공은 소녀들을 죽인 이유가 확실했고 목표 의식도 뚜렷했다. 그리고 그 살인행위도 뭔가 이상하지만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많은 정성을 기울이며 얼핏 장인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하퍼의 살인은 급작스럽고 거칠고 잔인하고 엽기적이기만 했다. 중간에 하퍼의 살인 의식이 어렸을 때 보인 사이코패스 기질과 연관되기도 하는데,,, 살인에 대한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그냥, 그냥이다...

 

전체적으로 내용 구성을 바꿔보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댄과 커비의 모습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에 살인마가 덜 나오고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을 더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어쨌든 책으로 읽기는 힘들었지만,,, 이 책의 내용이 TV 드라마로 나오면 더 드라마틱하기는 할 것 같았다. 이 책은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으로 만들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더 하우스'가 살아있는 생명체인가, 궁금해졌다. 시간 여행에 대한 내용은 많이 다뤄졌지만 살인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다니,,, 그런 살인마가 현실에 있다면 정말 혼란스럽고 무서울 것 같았다. 앞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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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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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게 빠진 한 남자의 운명

 

 

이 소설의 작가는 이 욘도쿠이다. 바로 재일 한국인 3세인 작가는 이 소설로 제51회 문예상을 수상하게 된다. 표지만 봐도 뭔가 오싹함이 느껴진다.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창백한 얼굴의 여자를 우리는 흔히 귀신으로 착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건 검은 머리가 아니라 두꺼운 목도리나 망토를 머리에 두른 모습일 뿐이다. 어쨌든 저런 모습의 여자가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라고 한다. 당신이라면 과연 전화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도쿠야마는 결국 그녀와 자주 통화를 하게 된다. 싫다고 밀어내고 밀어내도 다가오는 그녀에게 도쿠야마는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도쿠야마를 유혹한 여자는 술집 여자로서 미미라고 불렸지만, 도쿠야마에게는 자신을 하쓰미라고 불러달라며 이름을 밝힌다. 도쿠야마는 일하는 곳의 선배가 관심을 가진 여자였기 때문에 싫다고 하지만 결국 그녀와 만나 데이트를 하며 즐기게 된다. 얼굴이 무척 예쁘고 말상대를 잘 해줘서 술집에서 인기가 많은 하쓰미는 유독 도쿠야마에게 모든 걸 맞추면서 간과 쓸개까지 빼주려고 한다. 도쿠야마는 얼굴은 잘생기긴 했지만 겉만 그럴 뿐, 일하는 곳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삼수생인 학생일 뿐이었다. 이런 도쿠야마는 하쓰미와 사귀게 되면서 그녀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하쓰미는 세상의 모든 나쁜 것에 매력을 느끼고 탐독을 하는 악녀였다. 나쁜 것은 바로 전쟁, 고문, 고통, 살인, 강간, 생체 실험 등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포함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쓰미는 멋진 집에서 살면서 이러한 책들을 수집하고 읽고 즐길 정도로 마니아적인 면모를 보였다. 도쿠야마는 그런 그녀의 성향에 대해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도리어 가학적인 성욕에 눈뜨며 하쓰미와 서로 즐기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그쪽으로만 빠져 있는 하쓰미를 깨닫기도 하지만 도쿠야마는 이미 그녀와 너무 친밀해져 있는 상태라 그녀에게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도쿠야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냉담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말하게 된다. 바로 하쓰미의 단호한 어투를 따라하면서 그녀의 가치관을 닮아가게 된 것이다. 도쿠야마는 점차 사람들의 관계가 단절되고 외출도 귀찮다고 느끼고 먹는 것도 줄어들게 되었다. 도쿠야마는 과연 하쓰미의 악마적인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 살인, 엽기, 고문, 학살 등의 세계의 잔혹사와 함께하는, 사신과 같은 여자에게 빠져든 연애라고 하기에 얼마나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한 세계가 펼쳐질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소설 자체는 그로테스크하거나 엽기적이지는 않았다. 여자 주인공인 하쓰미가 세계의 잔혹사를 유난히 좋아하며 그런 얘기에 흥분을 하는 변태적 성향을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건 뭐 일단 책 속의 이야기이니,,, 조금 거리감이 생겨서 심리적인 압박이 크지는 않았다. 이야기 자체가 잔혹한 얘기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게 예전에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싹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하쓰미가 인간의 자살에 대한 논하는 말은 상당히 공감이 되고 논리적으로 설득 당할 정도였다. 지금도 안락사가 허용된 유럽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은 미래에는 '자살여행'이 일반적인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자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논하고 있는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할까 싶었다.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 중간에 피라미드 사기를 치는 인물과 세상의 재물인 경제적인 부유함이 우리의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점을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 작가의 말을 보면, 이 부분이 가정 어려웠다고 하는데,,, 나도 읽으면서 그 부분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 전체 스토리에서 조금 튀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도쿠야마가 악녀 하쓰미에게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잘 포착해 내었다.

 

최근에 읽은 제임스 에이지의 자전소설인 <가족의 죽음>과 함께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가 서로 연관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가족의 죽음>은 갑작스런 사고에 의한 죽음이고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는 스스로 선택하는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 성질이 다른 죽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어떤 이유라고 해도 가족의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삶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의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열린 결말을 보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자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언제든지 죽여줄게. or 언제든지 구해줄게,,, 어떻게 해줄까??

 

"생명력이라는 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엄청난 것이라고 요즘 들어 특히 느끼고 있어. 뭔가 마구 그리운 것이기도 하고, 생명의 본질은 이 그리움에 있다, 하는 생각도 들어...... 뭐, 그래서 어쩌라고, 같은 얘기지만." (304쪽)

 

 

* 북이십일 arte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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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 지음, 문희경 옮김 / 테오리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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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남겨진 자들의 갈라진 마음

 

 

여기에 나름 오붓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한 가족이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새벽에 나갔다가 그날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충격과 슬픔, 혼란스러움으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에 가족들이 어떤 혼돈과 마음의 갈등을 겪는지 작가인 제임스 에이지는 그들의 심리를 돋보기로 들여다 보듯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이 제임스 에이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 있었다.

 

남편인 제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아내 메리, 그리고 메리를 위로하기 위해 집에 모인 메리의 부모님과 오빠, 고모 등의 시선과 생각들이 바로 내가 책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특히, 제이의 동생인 랠프가 아버지가 위급 상황에 있다며 제이에게 전화하기 전에 겪는 심리적 갈등은 작가인 제임스 에이지가 이런 심리나 정신을 주로 다루는 심리소설을 써도 대단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까지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온전히 소개된 적이 없다는 점이 이상할 정도였다.

 

랠프는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말을 듣고 심리적 압박감에 술을 마시게 되는데, 너무 많이 마셔서 조금 취한 상태에 빠졌다. 랠프는 술 중독에 빠진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와 아내를 신경쓰며 미안한 감정과 함께 반발심도 느낀다. 그러면서 심한 갈증을 느끼며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성을 가로막는 신체의 본능적인 욕구에 심각한 갈등에 빠져 고민한다. 랠프의 알코올 중독은 피해 망상과 부정적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여 그날 밤 형 제이를 부르고 만다. 그 결과로 인해 아버지의 위급 상황은 아무 일없이 무사히 지나게 되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던 제이는 교통사고를 내며 죽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누군가 죽게 되면,,,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만남의 순간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또 돌려보며 자신이 놓친 것이 있었는지 찾아보며 의미를 되새긴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말이다. 그때의 말투, 눈빛, 표정, 손길, 대화 내용,,, 심지어는 그때의 날씨, 시간, 바람, 분위기까지도 의미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걸까?

 

제이의 아내인 메리에게는 그래도 든든한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이 있었다. 그랬기 대문에 36살의 젊은 남편을 잃은 메리는 그 신앙의 힘으로 인해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을 원망하며 울고불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독한 술을 마시며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는 했다. 메리에게는 자기를 걱정해주는 가족들과 자신이 지켜야 하는 두 자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렇게 이성을 갖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뭔지 모를 불안과 불편한 마음을 갖는다. 어쨌든 메리는 이러한 힘든 고난의 시간을 하나님께 의지하여 조금씩 이겨낸다. 이걸 보면 신앙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6살 정도의 어린 루퍼스와 그 동생 캐서린. 루퍼스와 캐서린은 아버지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에서 한 가족에게 닥친 비극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 의미는 분명하게 모르지만,,, 어른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혼란, 슬픔 등을 눈치 빠르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퍼스는 아버지의 죽음까지도 또래 아이들에게 뭔가 으스대며 자랑할 일이라고 철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루퍼스는 알 수 없는 꺼림칙함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들은 이성적으로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감성적으로는 어둠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사고 전날과 사고가 일어난 날, 그리고 장례식 날과 그날 밤에 대한 얘기만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만을 가지고 한 권의 소설로 완성하기는 힘든 점이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사건이 많이 일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한 사람의 심리가 치열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고뇌와 갈등과 슬픔 등의 감정들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단지,,, 결말 쪽에 '이전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아버지의 죽음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큰 흐름의 측면에서 서로 연관성이 낮은 편이라, 그저 작가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적어 놓은 듯한 인상을 받게 돼서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한 인간에게 한평생 일어나는 일 중에서 부부의 사별이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게다가 건강한 사람이 한순간의 사고로 갑자기 죽는 경우에는 그 충격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예전 기억들이 자꾸 말을 걸어와 마음을 잡아챘다...

 

 

* 인터파크 신간 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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