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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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되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 길을 묻다

 

 

오랜만에 한국 문학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사랑과 불륜, 이별 등에 대한 소재로 이뤄져서 90년대 이후 여성성이 강조된 소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여성적인 소설은 여자 화자의 개인 내면에 침잠해 들어가는 측면이 강했는데, 2000년 대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관계나 소통에 관한 얘기가 많아진 것 같다. 사회가 너무 각박해 지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아도 외롭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길러도 개인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의 단편들에서는 그래도 불륜이나 이혼한 이후에 만난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텅빈 마음을 위로 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관계도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고 돌아선 현실에서는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어려움,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왜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어도 결국 외롭게 느끼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하루 하루를 감내하고 인내하는 것으로 평생을 보내게 된다. 가장 가까워야 할 배우자와는 가장 먼 존재가 되고 다른 곳에서 자신을 위로해 줄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다른 곳에서 '위안거리'를 찾아내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것일까? 그것도 한순간에 사라질 감정이지 않을까 싶지만,,, 요새는 그 순간적인 감정에 너무 맹목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게도 했다.

 

최근 연예인들이나 국회의원, 유명인들의 불륜이나 성추행 사건이 많아진 것을 보면, 기사화 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사례는 대체 얼마나 더 많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어떤 누가 차라리 이럴 바에야 우리 사회의 미개한 '결혼 제도'를 없애고 모두 자유롭게 만나거나 다부다처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을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로 두 사람을 한평생 꼭꼭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결혼하는 비율이 많이 떨어졌고 결혼을 해도 불륜 등으로 이혼하는 비율도 많아진 것을 보면,,, 언젠가는 이런 제도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동거'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의 단편들을 읽으며 참 많이도 씁쓸하고 마음이 공허해졌다. 누군들 그렇게 아프고 슬퍼하고 싶을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또 애쓰는 데에도 쉽지 않은 현실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것도 클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지닌 상처와 가치관,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위안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나'의 존재만이 남았다.

 

꽤 많은 단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칼>이라는 작품과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뿌따뽕빠리의 귀환>이었다.

<칼>은 시체와 부검의의 만남에서 과거를 추억하게 되는데, 그들은 바로 며칠 전에 급 만남을 가졌던 관계였다. 그러면서 서로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데,,, 급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시체의 죽음에 대한 작은 죄책감을 가지는 부검의의 마음이,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과 주제나 내용 전개 면에서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았다.

 

<뿌따뽕빠리의 귀환>에서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생각을 훔쳐 가서 유명해지는 '찬수'라는 존재였다. 원래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꼭 이렇게 반전을 일으켜서 잘 되는 게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과 찬수의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주인공이 맺어주게 된 여자가 찬수를 죽이는 것은 조금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아쉬웠다.

 

어쨌든 누구나 사람은 외로운 법이다. 그 외로움 버둥거리는 것이 우리의 지금 모습이다. 정말 어두컴컴한 우리의 인생에서 더듬더듬거리며 "거기 누구 없소?"라고 외쳐 부른다. 나와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 동반자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서 손을 잡고 인생을 함께 걸어갈 '사랑'은 위대하다. 우리의 지구 어디선가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 걸 보면,,, 아직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온갖 생존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당신과 내가 있다. (작가 후기, 280쪽)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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