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평균 열권 내외의 책을 읽는 나, 그렇다면 사흘에 한권 정도는 읽어야 평균에 다다른다. 1, 2월 각각 11권을 읽어서 "올해는 작년 기록을 넘어서보자!"며 의지에 충만해 있었는데, 그만 암초를 만났다. 철학에 관한 책인데, '그 책이 뭐가 어려워?'라고 할까봐 제목을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하여간 내게는 좀 버거운 책이다. 3월 9일 <과학콘서트>를 다 읽었으니, 8일이 넘도록 그 책만 붙잡고 있는 중이다.

'술만 먹고 다니니까 그렇지!'라고 할지 몰라도, 술은 이미 내 생활의 일부로 정착된 것이고, 작년에도 200회가 넘게 술을 마시는 동안 126권의 금자탑을 쌓았던 나다. 어차피 4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으니 그딴 게 별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왜 이렇게 진도가 안나가는지, 책만 펴면 졸려 어젠 갈 때, 올 때 모두 기차에서 자버렸다. 철학책이니 집에서 가부좌를 틀고앉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쉬운 책으로 실적을 쌓고난 뒤 여유있을 때 읽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책은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란다. 내가 <그림으로 보는 현대철학>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자 내 사상적 스승인 어떤 분이 "이것도 읽어보라"고 권한 책인데, 엊그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니가 추천해 준 책 읽고있어!"라고 자랑을 했더니 그가 이런다. "재밌지? 어렵지도 않고..." 일반 사람에게 어려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내공, 그래서 난 탄식한다. '아, 나는 언제쯤 그런 내공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따금씩 그런 암초들을 만난다.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처럼 내공이 부족해서 어려웠던 책이 있는 반면, 그저 지겹기만 한 책들도 있다. 칼 세이건이 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도 책에 담긴 아름다운 말들에 비해 너무 지겨웠고, 노암 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은 난해한 번역과 맞물려 나로 하여금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었다. 600페이지쯤 되는 책을 만나면 이런 푸념을 하게된다. "두권으로 만들지.... 그럼 두권으로 카운트되는데..."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큰맘먹고 산-무지하게 비싸더만-<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그 방대한 두께에 질려버려, 일년이 넘도록 책꽂이 한켠에서 먼지를 맞고 있는 중이다.

암초에서 탈출하고 나서 크게 기뻤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과, 당분간은 책을 읽지 않고 싶다는 생각 등등이 교차했던 기억이 나는데, 하여간 이번주까지는 눈앞에 놓인 암초를 제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떨어진 진도를 만회하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가볍고 쉬운 책들을 맹렬히 읽을 계획인데, 열심히 해서 3월도 두자리 숫자의 책을 읽은 달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 그런데 문제가 있다. 현 시국 상황이 나로 하여금 자꾸만 광화문에 가게 하니까. 거기 갔다가 술이라도 한잔 하면, 잘 때 책을 읽는 게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이런 구호를 외쳐본다.  독서를 훼방놓는 한민자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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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3-1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브리치 할배 책, 재밌습니다. 그림도 좋구요. 할아버지가 손자 앉혀놓구 이거이 머시기 하면서 차분하고 다정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이랄까요. 한번 그냥 쭉 읽어보세요. 제가 답답할때마다 아무데나 펴서 읽는 책입니다. 방대한 두께가 부담스러우시면 열화당 미술선서에서 보통 책 크기 두권짜리로 나온 게 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읽긴 이게 훨 좋네요.

"...그것은 분명히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다. 렘브란트는 그의 못생긴 얼굴을 결코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겅루 속에 비친 그 자신의 못브을 아주 성실하게 관찰했다. 우리가 이 자화상을 보고 금방 아름다움과 용모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실성 때문이다.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진정한 얼굴이다. 거기에는 일부러 어떤 자세를 취했다든가 허식을 한 자취가 전혀 없다. 다만 자기의 생김새를 샅샅이 훑어보는, 끊임없이 인간 표정의 비밀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탐구하려는 화가의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만이 있을 뿐이다."

p. 410, 20장 자연을 반영하는 거울 중


가을산 2004-03-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암초가 뭔지좀 알켜조요~
그리고, 진짜루, 한민자는 각성하라! 저녁시간 다 뺏어먹게시리!
안그래도 아는사람 없으면 촛불 들고 기대서서 책이나 읽으려고 했는데,
대전은 고장이 작아서 1000여명 모이면 대충 알음알음 ngo관계자들은 낯이 익더라구요.
마치 모처럼 동창회를 하는 듯한 기분이에요.

갈대 2004-03-1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느림보 책읽기라 열심히 읽어도 일주일에 한 권이 고작이랍니다.. 올해에 60권을 읽을수 있을런지..(어느새 100권에서 목표 하향수정한 갈대 --;)

진/우맘 2004-03-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 암초는 '언문세설'입니다. 카이레님은 재미있게 읽으셨다는데... 힝.

플라시보 2004-03-1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 정말 부럽죠. 한없이 어려운 책을 아주 재밌어 하며 쉽게 읽는 인간들... 제 동생이 바로 그런 부류입니다. 철학이건 경제건 뭐건 어쩜 그렇게 그 인간에게는 쉽고 재밌는 것들 뿐일까요?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를 빼 놓고는 거의 읽다가 포기를 했습니다. 소설이 일케 어려워 어쩌겠다는겨 하면서 신경질만 박박 부렸죠. 저도 요즘 책 읽는 진도가 당최 나가질 않아 걱정입니다. 빌린 책이라 곧 돌려줘야 하는데 며칠째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옷을 입혔는가'를 읽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4-03-1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달에 11권이라고 해도 대단하지만, 일년으로 계산하니 백권이 넘어가는군요! 역시 독서는 꾸준하게 해야...목표달성 꼭 하시길 빌께요! ㅎㅎ 그리고 마태우스님의 정신적 스승님, 존경스럽네요~ ^^

마냐 2004-03-1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지난해 연말이던가, 제가 그해 50권 넘었다고 한 후배에게 자랑을 했더랍니다...후배 왈 "선배, 전 지난달에만 50권 읽었어요"라고라고...그 친구가 신문사 책 담당 기자였거든요...무진장 책 좋아하는 친구인데..암튼 좀 딱해보이기두 하더라구요...암튼, 대단하십니다.........글구, 전 어려운 책 절대 안보려구..신경써서 고릅니다...ㅋㅋ

마태우스 2004-03-17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리스트님/네, 그럴게요. 자기 전에 조금씩 읽으면..몇달이면 읽겠죠? 님의 인용을 보니 의외로 재미있나봐요?
가을산님/제가 다음 리뷰 쓰는 게 바로 그 책일 겁니다^^ 쉬운 책인데 어렵게 읽느냐고 핀잔 주지 마시길!
갈대/사실 권수가 중요한 건 아니죠. 뭘 얻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라고들 하더군요. 전 내공이 없기 때문에 권수에 집착하는 거지만요...



마태우스 2004-03-1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호호, 언문세설 아직도 읽고 계신가봐요? 빨리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플라시보님/동생분은 어떻게 그런 내공을 쌓으셨답니까? 하긴, 알아봤자 전 이미 늦었지만요. 코카콜라 그 책, 사진에서 들고있던 책이죠?

마태우스 2004-03-1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님의 격려에 힘입어 오늘 퇴근길에 30여페이지나 읽었습니다. 이제 50페이지만 더 읽으면....
마냐님/문학담당 기자분처럼 직업적으로 책을 읽으면 그다지 안좋을 것 같아요. 취미로 읽는 책이 더 재미있죠. 맘대로 고를 수도 있구요^^
 

 

 

 

 

 

1. 70년대
유시민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1학년을 마치고 나서야 전공을 정했다고 한다. 당시 최고로 잘나가는 과는 법대였지만, 유시민은 경제과를 택했다. 왜그랬을까? 딴지일보에 실린 그의 말이다.
[도~~~저히 쪽 팔려서 못 가겠는거야. 법대를. 법대를 간다는 얘기는, 유신헌법부터 시작해서 당시 법률을 공부해서 사법시험을 봐야 된다는 의미고, 그죠? 그때 판사가 된다는 거는, 정말.. 법정 방청석에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수첩 들고 와서 앉아서 체크할 때의 법원 아닙니까.. 그러고 긴급조치란 게 있어 가지고, 유인물 한 장 잘 못 쓰면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인데.. 그 밑에 가서 쪽 팔리게, 판검사 하냐 이거야..]

이런 사람은 유시민만이 아니어서, 경제과 78학번에는 최고의 인재들이 다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그 정운찬 선생이, 지금도 78학번을 그래 칭찬하잖아. 78만큼 뛰어난 애들이 많이 모였던 적이 없다 이거야. 그 양반 말로는"

2. 80년대
내가 대학 1학년이던 80년대 역시 군부독재가 지배하는 시절이었다. 우리 과만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우리들의 사회의식은 70년대와 같지 않았다. 우리는 소위 '운동권'들을 경원시했고, 그들이 '광주사태'가 어쩌니 하면서 선동을 해도 관심을 갖는 애들은 많지 않았다. 대학에 간 이후에 알게 된 광주의 진실은 분명 충격적이었지만, 난 내 인생을 감옥에서 보내고픈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학교에는 전경이 상주했고, 늘상 벌어지는 시위 때마다 많은 학우들이 연행되었다. 난 데모도 안했는데 얼떨결게 잡혀갈까 두려워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앉아 시위를 구경하곤 했다. 한 학우의 말이 기억난다. "시위 안할 거면 이리와서 돌이나 깨요!"

비록 참여는 못했을지언정, 우리들 마음 속에는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경들이 수시로 불심검문을 해대는 사회, 머리를 짧게 깎았다는 이유로 닭장차에 끌고가는 야만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동권을 멀리하긴 했지만, 이정우, 김민석이나 임종석 등 당시 운동권 리더들은 우리에게 영웅이었다. 심정적 동조가 있었기에 모든 시민이 거리로 나간 87년 6월, 우리과 애들도 흰 까운을 입고 시위에 동참했고, 87년 대선에서 노태우를 찍는 게 쪽팔린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으리라.

3. 90년대, 그리고 현재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87년 이후, 시위는 많이 사그라들었다. 91년의 분신정국 이후에는 그나마 시위의 방향도 등록금 투쟁이나 학교비리 같은 것으로 바뀌었다. 사회주의의 몰락과 맞물려져, 대학생들에게 마르크스는 더 이상 필독서가 아니었고, 각종 무협지가 대출순위 톱텐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이제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토플점수와 사법고시였다.

내가 속한 써클만 해도 그랬다. 진료써클을 표방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활동을 하는 그들이 노무현보다 이회창의 지지율이 낮다고 탄식들을 해댔다. "난 돈 많이 버는 의사가 될거야"라는 글을 버젓이 올린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군부독재는 이미 물러갔고, 그들의 눈에 한나라당은 군부독재의 후신이 아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보다 조금 더 부패한 당일 뿐이니까. 또한 고교 때까지 누리지 못했던 대학생활의 낭만도 즐겨야겠고,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난에 대비해 자격증도 따고, 자신의 실력을 연마하는 게 필요하니까. 사회정의라는 게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닌 바,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누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긴 해도,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대학생이 공부보다는 정치투쟁을 해야만 했던 과거도 바람직한 게 아니지만, 지금처럼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이 앞으로 만들 사회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20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대통령이 쿠테타로 물러나는 일이 십년쯤 후에 일어난다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갈 사람이 과연 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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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3-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가 2년간 대학에서 보고 배운 것은 개인주의, 합리주의 뿐이었습니다. 사회정의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해본 적도 없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학생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겁고 편하게 살 것인가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동아리에서도 연주회는 하고 싶은데 연습은 하기 싫다고들 했습니다. 전공 공부 할 시간, 영화 볼 시간, 데이트 할 시간은 있어도 연습할 시간은 없다고 했습니다.

갈대 2004-03-1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이런 비평을 할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 역시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침묵할 뿐이었습니다.

도서관여행자 2004-03-1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침묵자입니다만, 이런 글은 반성하도록 하니까 좋군요. ㅠㅠ

2004-03-16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4-03-1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어쩌면 우리가 80년대에 그렇게 한 것은 요즘처럼 개인의 일상이 보장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아니었을까요?
요즘은 취업 때문에 그다지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요...
저는 요즘 20대에게 우리와 같은 삶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하구요..
단지 나름의 고민과 문화를 충실하게 엮어나갔으면 합니다.

가을산 2004-03-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쓰고나서 보니 진짜 노티나게 쓰네요... ㅠㅜ
그래두요! 저 술자리에선 노티 안납니다! 암요!

연우주 2004-03-17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애들은... 이런 말을 가끔 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요즘 애들이라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진대 말이죠. 제가 한동안 몸담았고 만났던 사람들이 저보다 4살 이상 많은 분들이셨다보니 저도 은연중에 눈높이가 그렇게 맞춰졌던 모양입니다.
마태우스님의 글에 반론의 여지가 있었다면 좋겠지만 저도 공감을 하니 큰일입니다.
점차 개인화되는 대학사회에 저도 회의를 느낍니다.

진/우맘 2004-03-1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백 시대에 즈음하여... '취업'이라는 화두가 그들을 너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다른 것은 되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마태우스 2004-03-17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을 보니 가을산님 말씀대로 노티가 물씬 풍기네요. 제가 바라는 것은 최소한 투표는 해야지 않느냐, 그리고 투표할 때 정의가 뭔지 한번쯤 생각은 해봐야지 않느냐 하는 거랍니다. 그게 그리도 어려울까요? 젊은 극우들이 여기저기서 생긴 작금의 현실을 비관하며 쓴 글입니다...

sunnyside 2004-03-1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90년대 학번인데도 이상한 과를 나와서 과에서만 세 명을 구치소에 보내고, 콜라 마신다고 선배한테 소리 듣고 그랬습니다. -.- 왜 글케 공불 안했을까... 별루 후회는 안하지만요.^^; (끝까지 공부의 재미를 모르고 졸업해서리.. ^^;)
 

 

 

 

 

 

난 로또를 매주 4천원씩 산다. 지금까지 16만원 정도를 투자했고, 만원짜리에 당첨된 것은 그중 여섯번이니, 1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만원이 되면 다시 두장을 사고, 6천원은 거슬러달라고 한다).

난 로또가 운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자동번호는 거의 하지 않고, 꿈에 나타난 숫자라든지, 영감이 떠오르는 숫자를 적어낸다. 그러다 그게 당첨이 되면-5등이라도-다른 숫자로 바꾼다.

두달전 쯤 열나게 자는데, 꿈에 숫자가 나온다. 자다 일어나 책 뒷면에다 받아적고 잤고, 그 다음부터 똑같은 번호로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적어놓은 숫자가 8개여서, 적당히 조합해 두개를 만들었다). 이왕 지나갔으니 공개를 하자면, 3, 4, 7, 10, 15, 31과 3, 4, 7, 10, 21, 31. 그런데 지난주 로또 당첨번호를 보니 '7'이 있다. 이상하게 그게 마음에 걸려, 엊그제 살 때는 과감하게 '7'을 빼고 다른 숫자를 써넣었는데, 나중에 당첨결과를 보니 힘이 쭉 빠진다.

3-7-10-15-36-38. 원래대로 썼으면 둘 중 하나는 4개가 맞아(4등이다) 10만5,500원을 탈 수 있었는데, 쓸데없이 꿈의 계시를 위반하는 바람에 5등만 두개 되고 말았다.

1만원이라도 맞았으니 이제 다른 번호를 선택해야 하는데, 마땅한 번호가 떠오르지 않는다. 오는 토요일까지 숫자가 나오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난 '꾸준함'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로또 열풍이 불 때만 로또를 사고 그러던데, 결국 1등에 당첨되는 것은 나처럼 꾸준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이왕 될 거, 4월 17일 전까지 로또가 되서 주인장 번개 때 "내가 쏠께!"라는 멋진 멘트를 날릴 수 있었으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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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저도 요즘 로또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 중인데... 로또 되면 쏘시깁니다~~~^^

진/우맘 2004-03-1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대문이 성이의 작품으로 바뀌었군요. 멋집니다.^^

sooninara 2004-03-1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떵"꿈이군요...꿈이라고 영 개꿈만 꾸니...그리고 우리집은 로또 딱 한번 샀습니다.
전에 이월되서 너도나도 로또 사던 로또 초기에..우리남편 로또 만원어치 사오라고 시켰더니..
영 안사오는겁니다..토요일아침에 협박을했더니 만원어치 사왔더군요..그래서 무슨번호로 사왔냐고 물었더니 '자동선택'했다네요..그때 자동선택이란것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죠..
당연히 그주는 저희는 꽝이었고...그뒤로는 로또를 사본적이 없다죠..
한번은 꿈이 좋은거같아서 남편에게 로또 사오라고했더니...꿈꾼사람이 사라는데...
차타고 나가서 사오기 귀찮아서..그냥 넘어갔습니다..부지런해야 행운도 온답니다..^^

플라시보 2004-03-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한번도 제 돈을 주고 복권 종류를 사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요행을 바라는 인간' 이라 비하하는 마음에서 사지 않는건 아닙니다. 첫째로는 돈이 아깝고 (만원으로 다른 맛난걸 사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둘째로는 나에게 그런 큰 행운이 올 리가 절대 없다. 만약 내가 그런 행운아라면 복권이 아닌 다른 형태로 온다 하더라도 오긴 올 것이니 걱정말자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역시 귀찮아서 이겠지요. 아무튼 마태우스님은 당첨되시길 손모아 빌겠습니다. 혹시 당첨되면 '제가 빌어드렸기 때문이라구요!' 하면서 맛난걸 얻어먹을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흐흐

마태우스 2004-03-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꼭 당첨되어 맛난 거 사드리도록 하지요.
수니나라님/그럼요, 부지런해야 행운도 오는 법이죠.
검은비님/삼십얼마...라구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주위에 그런 거 된사람 님밖에 없어요.
연보라빛우주님/물론 쏴야지요^^
 

 

 

 

 

 

나에게는 고모가 다섯 있다. 그 중 세째고모의 아들-형님이라고 부르겠다-이 오늘 얘기의 주인공이다.

동아일보 기자였던 형님은 신문사 내에서 그래도 꽤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던 모양인데, 전라도 출신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을게다. 디제이가 대통령이 된 뒤, 언론계에서는 희귀한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형님은 청와대에 들어갔고, 5년간을 거기 있었다. 그 기간 중 우리집은 형님의 덕을 딱 한번 봤는데,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형님에게 부탁해 '부음'란에 이름을 실을 수 있었다.

한번 그렇게 되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 우리 사회의 속성상,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형님은 총리 비서실장이 되었다. 그때 난 난초를 하나 보냈는데, 거기다 이렇게 썼다. "아니 이렇게 높이 되실 줄 알았으면 진작에 잘해드리는 건데 그랬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총리란 사실 얼굴마담에 불과한 존재니, 총리비서실이라고 해봤자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그런데...

3월 12일, 의회의 쿠테타로 인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고, 행정의 달인이라는 고건은 비록 대행이지만 꿈에도 그리던 대통령직에 올랐다. 신문을 보니 대통령 비서실이 고건을 수행하는지, 총리비서실에서 하는지 논란이 있다고 하던데, 어찌되었건 총리비서실이 예전보다 뜬 건 사실이다.

평소 인사청탁을 소리높여 배제하다가도 자기 친인척이 고위층이 되면 사람이 변하는 법, 지금 난 대행 기간에 무슨 청탁을 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대충 생각을 해보면...

-내 밑으로 교수 하나를 더 뽑아달라고 한다.
-논문점수가 아슬아슬해 잘릴지도 모르겠는데, 이참에 정년 보장을 해달라고 한다.
-아예 정교수로 승진시켜 달라고 한다.

적다보니 전부다 내 직장에 관련된 얘기인 것 같다. 내가 그런 부탁을 할 리도 없겠지만, 사립학교에 총리비서실의 입김이 먹히기나 할까? 그러고보니 정관계보다는 우리학교 이사장이 친인척인 게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가 못하니, 어쩌겠는가. 열심히 논문을 쓰는 수밖에. 이렇게 외치면서 말이다. "모든 청탁을 배격합시다!"

* 참고로 형님은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해, 명절 때 우리집에 오면 나와 같이 만화를 봤다. 나이가 들어서 만화가 시들해진 뒤에도, 형님은 다른 채널을 보는 나를 꼬셔 만화를 보게 했다. 그래서인지 형님은 비교적 동심을 간직하고 계셨는데, 정치판에 있으면서 동심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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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지만...한국 사회에서... 마태우스님이 맘 먹고 청탁을 하고, 형님이 그러마고 백방으로 노력을 하신다면, 저 세 가지 다 이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

sooninara 2004-03-1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탁내용이 너무 작은거 아닙니까...청탁했다고 나중에 신문에 난다면 조금 "큰걸"로 청탁해보시죠...민경x처럼 나중에 자작극이었다는둥 밝혀지면 그것도 챙피하잖아요

마냐 2004-03-1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청탁이란게..총리비서실이 '실세'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죠...'실세'와 네트워킹 상태가 어떠냐..는 거죠...ㅋㅋㅋ

비로그인 2004-03-1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서울대 모교수는 주거쓰!!! 이참에 응징을 하심이....ㅋㅋ

마태우스 2004-03-1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맘 안먹을테니 슬퍼하지 마세요
수니나라님/저정도면 굉장한 청탁 아닌가요???
마냐님/그렇죠. 네트워킹이 어떠냐가 더 중요하죠. 오오, 역시 박학다식...
폭스바겐님/응징하면 전 엄청난 역풍을 맞습니다!
 

영화 홍보물을 보니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봤다. 김주혁과 엄정화, <싱글즈>의 주연이 나와서
보고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뭐 그런대로 무난하고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는 게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엄정화는 김주혁과 술을 먹다가, 곯아 떨어져 그집에서 잔다. 다음날 아침 화들짝
놀라며 잠을 깬 엄정화, 김주혁에게 "아무일 없었냐?"고 묻는다.
기억이 없는 것, 유식한 말로 필름이 끊기는 건 당사자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억이 안나는 동안 실수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인데,
난 그래서 필름이 끊기고 나면 같이 술마신 사람들을 열심히 피해다니고,
"아무일 없었다. 제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서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엊그제 고교 동문회에 갔을 때, 내가 취했을 때 기차역까지 데려다 준 선배로부터
내 무용담을 들었다. 그날 기차역에 같이 간 건 기억이 나지만 어떻게
집에 갔는지는 전혀 몰랐었는데, 뭐 별일이야 있었겠냐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가보다. 그의 말로는 내가 기차역 광장에-사람들이 침뱉고 껌버리고
비듬도 털고 하는 그 광장에!-벌렁 누웠고, "서선생, 일어나!"라는 선배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단다. "너도 같이 누워봐! 졸라 좋아!" 그래서 그 선배는
나와 함께 광장에 누웠는데, 하필 그때 같은 대학 선생에게 그 장면을 들켜
민망했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 정신으로 집에 간 게 용할 뿐이다.


하여간 김주혁은 엄정화와 자면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남성의 강한 성적
본능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술을 마시면 보나마나 내가 먼저 술에
곯아떨어질 것이고, 설령 여자가 먼저 취하더라도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뭔가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그럴 수 있을까?).


난 이 영화의 주연으로 장진영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정화를 더 좋아한다. 십대들이 정복한 가요계서 댄스가수로 오래도록
장수하고 있으며, 연기도 제법 잘 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쁘잖는가.
하지만 측근의 말에 의하면 다 뜯어고친 얼굴이고, <아내>란 드라마에서
화장을 안한 모습은 정말 못생겼단다. 흠... 그렇다면.... <아내>는 절대로
보지 말아야겠다! 안보고 계속 좋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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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에서 화장 안 한 얼굴이라구요? ㅋㅋㅋ 화장 안 한듯 자연스러운 얼굴 표현을 위해서 국내 최정상급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공을 들였을걸요, 아마? 그리고, 그 청순한 얼굴, 이뻤다구요~
필름의 블랙홀, 이란 표현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대학 때 술 먹고, 그 때 한참 심각한 관계였던 선배와 둘이 따로 나와 한 시간 가량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진지해서였나...고 시간만 달랑 필름이 나갔더군요. 문제는, 다음 날 선배를 은근슬쩍 떠보니...미안한 얼굴로 '나,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도대체 우리는 그 한 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한 것일까... 타임머신을 탈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되돌아가 볼 예정입니다. 둘이서 그 시간에 결혼을 약속했을 수도 있고, 선배가 나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했을 수도 있잖아요. -.-

비로그인 2004-03-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당췌 기억이 안나는, 뚝 끊겨버린 기억, 그래도 상대방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어느정도 복원은 가능한데, 아무도 기억못하면 정말 미지의 기억으로 남죠. 가끔 안타깝기도 하고. ^^ 엄정화, 성형을 많이 했다고 말들은 많아도, 30대중반에 그 모습인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sooninara 2004-03-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은 성형 티가 너무 나서 걸리긴하지만...저는 아내보고 놀랐습니다..
연기변신을 위해서인지..그런 촌부역을 하다니..물론 그역에 어울리지않게 가슴이 파인 몸에 붙는 윗옷을 입고나와서 눈에 거슬리긴했지만^^(마태우스님이 이말때문에 아내를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계속 변화하려는 엄정화는 좋아해요..

플라시보 2004-03-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정화를 좋아합니다. 뭐 노래가 좋다거나 연기가 좋다기 보다는 그냥 엄정화라는 인간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여서요. 어린애들이 판 치는 댄스가수를 하면서도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고 연기도 영화를 망치지 않을 정도로 잘 해 나가는 것이 보기가 좋습니다. 제가 좀 게으르고 열심히 사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전 저렇게 자기 자리에서 무지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은근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아직 홍반장 보지는 못했지만 빨리 보고 싶네요. (엄정화 연기는 결혼은 미친짓이다 에서 참 좋았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