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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물을 보니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봤다. 김주혁과 엄정화, <싱글즈>의 주연이 나와서 보고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뭐 그런대로 무난하고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는 게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엄정화는 김주혁과 술을 먹다가, 곯아 떨어져 그집에서 잔다. 다음날 아침 화들짝 놀라며 잠을 깬 엄정화, 김주혁에게 "아무일 없었냐?"고 묻는다. 기억이 없는 것, 유식한 말로 필름이 끊기는 건 당사자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억이 안나는 동안 실수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인데, 난 그래서 필름이 끊기고 나면 같이 술마신 사람들을 열심히 피해다니고, "아무일 없었다. 제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서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엊그제 고교 동문회에 갔을 때, 내가 취했을 때 기차역까지 데려다 준 선배로부터 내 무용담을 들었다. 그날 기차역에 같이 간 건 기억이 나지만 어떻게 집에 갔는지는 전혀 몰랐었는데, 뭐 별일이야 있었겠냐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가보다. 그의 말로는 내가 기차역 광장에-사람들이 침뱉고 껌버리고 비듬도 털고 하는 그 광장에!-벌렁 누웠고, "서선생, 일어나!"라는 선배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단다. "너도 같이 누워봐! 졸라 좋아!" 그래서 그 선배는 나와 함께 광장에 누웠는데, 하필 그때 같은 대학 선생에게 그 장면을 들켜 민망했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 정신으로 집에 간 게 용할 뿐이다.
하여간 김주혁은 엄정화와 자면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남성의 강한 성적 본능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술을 마시면 보나마나 내가 먼저 술에 곯아떨어질 것이고, 설령 여자가 먼저 취하더라도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뭔가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그럴 수 있을까?).
난 이 영화의 주연으로 장진영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정화를 더 좋아한다. 십대들이 정복한 가요계서 댄스가수로 오래도록 장수하고 있으며, 연기도 제법 잘 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쁘잖는가. 하지만 측근의 말에 의하면 다 뜯어고친 얼굴이고, <아내>란 드라마에서 화장을 안한 모습은 정말 못생겼단다. 흠... 그렇다면.... <아내>는 절대로 보지 말아야겠다! 안보고 계속 좋아할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