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 갈 일이 있어서 양재가 종착지인 학생들 버스-3천2백원이고, 단대 통학버스라 '단통'으로 불린다-를 탔다. 대충 자리가 찼는데, 내 옆자리만 비어있다. 머리긴 여학생이 탔다. "어? 자리가 없네? (친구보고) 야, 우리 다른 차 탈까?" 친구들이 그냥 가자니까 할수없이 앉은 그녀, 계속 뒤를 살핀다. "맨뒤에 자리 있는데, 저기 가서 앉을까? 아냐, 그럼 토크를 못하니.."


아니, 내가 그렇게 싫은가? 아는 여자들한테는 그래도 호의적인 평을 듣는 나, 하지만 낯선 여자들로부터는 박대를 받기 일쑤다. 예컨대, 지하철 내 옆자리에는 여자들이 잘 앉지 않는다. 어쩌다 앉는다해도 반대편에 자리가 나면 그쪽으로 도망가 버린다. 난 다리를 쫙 벌리고 앉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얌전히 다리를 오므리고 앉으며, 의자 앞쪽에 당겨 앉아 옆사람에게 불편을 안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 사태에 대해 친구와 얘기를 해봤다.

1) 외모설;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 억지로 끌려간 나이트에서 여자들은 내 앞에 앉으면 십초만에 일이 있다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지하철은 부킹하는 곳이 아니잖아?
2) 냄새설: 친구의 일방적 주장인데, 난 아침마다 샤워를 하고, 아는 여자들은 날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3) 분위기설: 내 분위기가 좀 칙칙하긴 하다. 하지만 지하철에 앉아 분위기 잡을 일이 뭐가 있담?
4) 비만설: 역시 친구의 말인데, "넌 hip이 크잖아!" 나도 안다. 하지만 그래서 지하철 의자의 끝부분앉아 면적을 최소화한단 말이다.

옆에 젊은 여자가 앉으면 그걸로 가슴이 뛰고 행복해하는 나에게, 여자들은 너무 냉정한 것 같다. 위 학설 중 어느 게 맞든지, 잠깐 같이 있는 건데 참아주면 안될까. 내 옆에 있다가 다른 자리로 가는 건, 안그래도 외모 때문에 괄시받고 살아온 나를 두 번 죽이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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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3-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전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지 않는게 버릇이 되서 아예 문기둥에 항상 기대선답니다.(가끔 저같은 부류의 분들이 계셔, 문기둥 사수 싸움도 벌인다는.;;)

플라시보 2004-03-2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라면 대번 앉았을 것입니다. 냄새에 민감하여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사람 옆에 앉는걸 가리지 않거든요. 아마 여자들이 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남자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여자들은 남자옆에 잘 앉으려고 하질 않거든요.

마태우스 2004-03-2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ird나무님/문기둥이요! 그거 저도 좋아했던 자리죠. 앉는 것보다 편하다는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나이가 좀 드니까, 이젠 앉는 게 좋아요. 그래도 경로석에 앉은 적은 아직 없습니다.
플라시보님/그,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반대편 남자 옆으로 가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요??

연우주 2004-03-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말이 맞습니다. 단지 남자기 때문에 잘 안 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제가 마태우스님을 버스에서 뵙는다면, 당장 옆에 앉아드리겠습니다....(별반 위로 안 되나요?^^)

_ 2004-03-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대편 남자 옆으로 간다는 것은, 마태우스님은 남자로 보이는데, 그 사람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로 해석하심이...;;;;

갈대 2004-03-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동감합니다..ㅠ_ㅠ 이상하게 버스에 앉아있으면 다른 자리는 다 차있는데 제 옆자리만 비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정말 남자옆에 한칸-이기 때문에 앉지 않는 걸거에요. 저같은 경우는 자리가 여유 있으면, 남자분과 거리를 두고 앉기도 하거든요. ^^

비로그인 2004-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이옵니다. 마태우스님의 심장뛰는 소리가 부담스러워 가는겁니다. 앞으론 경험(?) 많은척 하시길...

마태우스 2004-03-2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 You win! 이 글에 대한 최고의 코멘트로 선정되었습니다. 부상으로 펄럭이는 태극기를 드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1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큐!!
 

 

 

 

 

 

7:00,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어제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누워있다. 벤지 대소변을 뉘고 나도 아침 대변을 봄. 어제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고 생각함. 도저히 출근을 못하겠어서 다시 잠

9:00, 엄마 전화 때문에 일어남.
엄마: 너 오늘은 집에서 저녁 먹어야 한다!
나: 어, 저 오늘 술약속 있는데...
엄마: 아니 어제도 새벽 세시가 넘어서 오더니, 니가 인간이냐? 찰칵.
하긴, 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 뭘까? 문어? 해삼? 말미잘? 오리너구리?

10:30, 테니스 예약을 하러 올림픽공원에 가다. 거기서 두 번째로 대변을 봄. 어제 진짜 많이 먹었구나...

11:30,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다
14:00, 학교에 옴. 오자마자 잽싸게 글 두편을 씀.
15:00, 애들 발표하는 거 채점하러 감, 짬짬이 노트에다 글 두편을 작성, 한편을 쉬는시간 10분 동안 올림. 세 번째로 변을 봄. 설사였다.
17:00, 회의에 들어감. 그전엔 회의 때마다 노트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 그짓을 못하게 되었다. '서기'가 되었으니까....
18:00, 퇴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발, 중간에 전화가 와서 깸. "야, 오늘 우리 모이기로 했는데 시간 되니?" 안된다고 그냥 니들끼리 놀라고 끊고 <오빠가 돌아왔다>를 마저 읽음.

19:58, 양재역 도착, 고교 동창들이 TGI에 있다는 말을 듣고 떡볶이집에 가서 오뎅 3개와 떡볶이 1인분, 김말이 1개를 버스에서 만난 조교와 먹음.
21:30, TGI에서 너무 많이 먹었는지 4번째로 변을 봄. 3번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4번은 이례적이다.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조짐.
22:40, 2차로 맥주집에 감. 맥주값이 더럽게 비싸, 한병 가지고 개김. 부부관계의 횟수, 기러기아빠 등에 관해 열변을 토함.
00:20, 믿어지지 않지만 변의가 느껴짐.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고 일을 봤다. 그런데... 변기가 막혔다. 결국 일을 냈구나 하고 탄식함. 뚫는 게 없어서 뚜껑만 덮고 나옴. 여전히 기러기 아빠 얘기를 하는 친구들한테 "큰일났다. 집에 가야한다"고 설득해 밖으로 나옴. 앞으로 그 맥주집을 안갈 생각임.
01:00, 집에 도착, 소파에서 자는 벤지를 깨워 대소변을 누이고, 밥을 줌. 벤지도 "니가 인간이냐"는 눈으로 날 바라봄.

난 소주 1병 이상, 맥주 3000cc, 혹은 다섯병 이상 마셔야 1회로 카운트를 한다. 그러니 생맥주 두잔에 병맥주 한잔을 먹은 오늘은 술을 마신 게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어제 무리한 탓인지 눈이 감기고, 너무 늦게 와서 벤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난 왜 이렇게 사는걸까? 그나저나 하도 변을 봐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뭐라도 좀 먹고 잘까...이런, 여섯번째 변의가 느껴진다. 이,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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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0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20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스뽄지` 같은 흡입,흡수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명화 감상 편에서 보여주신 님 모습....
무딘 듯, 아닌 듯 ... 흐드러지는 님의 눈 웃음 안 무엇보다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는 말씀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음.. ... 존경합니다 .
진정한 막강파워 내공의 소유자 이시군요. 매일 매일 엄청난 관찰 또 관찰, 왕성한 소화력으로 파워 업 앤 업 하시니 ....물론 따라 잡기 힘들긴 하겠지만.....그래도 언젠가꼭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 볼랩니다. ㅎㅎㅎㅎ 긴장하세요 ㅋㅋㅋㅋ

진/우맘 2004-03-20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모세선충....? ^^;;;

chaire 2004-03-2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끝내주는 하루였네요! 하지만, 바야흐로 건강을 챙기셔야 할 때가 아닐까요?

플라시보 2004-03-2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변을 잘 보는 인간입니다만(얼마 전에는 스트레스성으로 인해 약간 주춤했으나 요즘은 다시 힘차게 일을 봅니다.) 마태우스님은 기인열전 감입니다.^^ 변을 한번 보고 나면 속이 헛헛해서 먹고 그러다 그게 변이 되어 또 보고 또 헛헛하여 뭔가를 집어먹고...흐흐 영원히 지속되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일이로군요

마태우스 2004-03-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따라잡는다는 말씀, 혹시 변 횟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진우맘님/오오, 우수독자의 촌철살인입니다. 하지만 전 설사가 아니라서... 하핫.
카이레님/그럼요.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하죠^^
플라시보님/그 사슬이 언제 풀릴지요? 저도 괴롭습니다. 제가 여행용티슈를 사는 비용이 예산의 10%가 넘는다는 루머가...

비로그인 2004-03-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태우스님의 생생하고 재기발랄한 글이 알라딘에 올라오는데 까지는, 노트와 메모의 기술이 한몫하는거였군요? ^^ 마태우스님...6번째변의...무서워요~ T^T
 

 

 

 

 

 

신문광고를 보니 김태희가 참이슬을 선전하고 있다. 평소에도 참이슬만을 즐겨 마시지만, 그걸 알고나니 앞으로 더 열심히 참이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델에 따라 제품의 판매고가 요동을 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용필이 선전하던 맥콜이 보리음료 시장을 석권할 무렵, '담다디'로 뜬 이상은이 '보리텐'의 모델로 등장하자마자 맥콜의 점유율을 추월해버린 일은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아직 못봤지만 기발한 광고로 인기를 모은 삼양라면은 최강 신라면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50% 이상 판매고가 상승했다고 한다.

TV를 그다지 안봐서인지 난 광고에 현혹되어 선호하는 제품을 바꾼 예가 거의 없다. BC카드를 열심히 긋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김정은이 광고모델이었다느니 하는 식이다. 베이비복스가 선전한다는 이유로 '와'라는 아이스크림-베이비복스는 아이스크림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우기지만-을 먹긴 했지만, 그거야 '와'가 보기 드물게 양이 많고 맛있어서 그런 거지, 꼭 베이비복스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더 이상 모델이 아닌 지금도 열심히 '와'를 먹고있지 않는가? 이효리가 아무리 산사춘을 선전해도, 그리고 그녀의 산사춘 포스터가 내 연구실과 우리집에 붙어 있긴 하지만, 난 산사춘을 먹지 않는다. 언젠가 육체파 배우 강리나가 이오니카를 선전하면서 "나는 이오니카, 나는 이오니카"라는 멘트를 날리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이오니카!" 하지만 난 이오니카를 한번도-내 기억에는-마셔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광고에 따라 기호품을 잽싸게 바꾸는 소비자들에게 별로 공감하지 않는데, 나같은 인간만 있다면 광고모델이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 중 CF에 출연한 사람은 딱 한명 있다. 임신한 부인가 함께 나와서 "아들도 좋고 딸도 좋고"라고 말하던 사람이 내 3년 선배인데, 일반인이라 그런지 대사나 연기가 영 어색했다. 하지만 그는 그걸 찍고 무려 500만원의 거액을 챙겼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무조건 찍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친구 중 최고의 스타인 표진인은 잦은 TV 출연에도 불구하고 CF를 찍은 적이 없는데, 그런 걸 보면 아무나 CF를 찍는 건 아닌가보다. 사실 얼굴을 비추어서 판매고를 급등시킬 슈퍼모델은 그리 흔한 게 아니어서, 권상우 같은 이는 수십군데서 광고제의를 받는 일이 생기고, 한때 TV만 틀면 한고은의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주위 친구들은 날더러 기생충약 CF에 나가보면 어떠냐고 한다. 물론 부르지도 않겠지만, 난 기본적으로 봄가을에 구충제를 먹는 걸 그만둬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서, 혹시 요청이 오더라도 응할 것 같지는 않다. 더 중요한 이유로, 내가 TV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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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3-1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도 '와'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한때 와를 매일 1개씩 먹는 기염을 토했더랬습니다. 특히 딸기맛 와는 하루에 3개씩도 먹어 치웠지요. 한해 여름을 그러고 나니 지금은 좀 질려서 안먹습니다만. 광고의 위력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잘 만든 광고에는 혹은 모델이 좋은 광고에는 혹해서 그 제품을 한번 정도는 구입을 해 보거든요.(님은 그렇지 않은 과에 속하십니다만...)고등학교 다닐때 인가? 제가 좋아하는 공일오비가 아몬드 빼빼로를 광고해서 그걸 한박스는 넘게 먹었고 신해철씨가 꽃개랑이라는 아이스크림 광고를 해서(사람들은 이 광고의 존재 자체도 모르더군요. 넥스트 활동시절이었고 도시인이 BGM으로 흐르는 가운데 신해철이 어떤 여인네에게 아이스크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보이스로 '이름이 뭐니?'하고 물으면 성우더빙 목소리가 '꽃게랑이예요'하는 아주 촌실방한 광고였습니다.) 머리핀마저 꽃게모양을 하고 다닐 지경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투명한 플라스틱에 컬러플한 점박이가 있던 꽃게 모양 머리핀을 대체 어떻게 구해서 하고 다녔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특별하게 선호하는 모델은 없습니다. 참 김태희 하니까 생각나는데 노란옷 입고 자유의 여신상처럼 해서 은행광고인가 할때가 가장 예뻤던것 같습니다. 그때는 비교적 신인이여서 전 그녀의 존재를 몰랐었거든요. 그때 눈이 번쩍 뜨이게 시원스런 미인이었던지라 한동안 그 광고가 신문에 나면 뚫어져라 보곤 했었습니다.

마태우스 2004-03-2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님도 '와'를 좋아하신단 말이죠. 공통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군요^^ 하여간 님도 5년만 젊으셨으면 <천국의 계단>에서 뵐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진/우맘 2004-03-2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이오니카'
플라시보님, 저는 꽃게랑 CF 기억합니다. 처음 본 순간의 충격은, 최근 sky 핸드폰 광고를 패러디한 왕뚜껑 CF를 봤을 때의 충격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군요.

플라시보 2004-03-2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우맘님. 그 CF기억하시는군요. 그때 저는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신해철이 짜리몽땅하다는 것을요...으흑.
 

 

 

 

 

 

3월은 옷을 입기가 힘든 시기다. 얇은 옷을 입으면 춥고, 그렇다고 겨울옷을 입기는 민망하다. 일교차가 심해, 밤과 낮 중 어디에다 초점을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 특히 올해처럼 3월에 눈이라도 크게 오면, 계절감각이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버리기 마련이다.

난 몸으로 체감하는 날씨보다 날짜를 더 우선시한다. 그래서 남들이 털코트를 입고도 춥다고 입김을 불어댈 때, 얇디 얇은 봄잠바를 입고 덜덜 떨기 일쑤다. 3월 12일 밤 여의도에서, 난 너무나 추워 덜덜 떨던 끝에 같이 있던 사람의 목도리를 빌려야 했다. 그쯤 했으면 정신을 차려야지, 3월 14일날 광화문에 갈 때도 똑같은 복장을 하고 가, 역시 같이 있던 사람의 목도리와 촛불의 힘으로 두시간을 버텼다.

비가 오고 난 그저께부터 날씨는 다시 추워졌다. 여전히 같은 옷차림으로 떨기만 하던 난 영하 2도라는 어제 아침, 드라이를 해서 넣어둔 겨울 오버를 다시 꺼냈다. "엄마, 나 이거 입어도 될까요?" 엄마, "당연하지! 오늘이 겨울보다 더 춥데!" 아무리 그래도 3월에 오버라니, 이거 좀 오버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냥 입고갔다. 주위를 보니 나만큼 무장한 사람이 꽤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낮이 되자 기온이 대책없이 올라가 완연한 봄날씨가 되버렸다. 오버에 조끼까지 입은 나는 졸지에 외계인이 된 듯했고, 사람들이 날 한심하게 보는 것만 같았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 애들이 전부 봄맞이용 옷을 입고 있다는 것. 아침에는 분명 추웠는데, 그리고 나처럼 오버를 입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담?

오늘 난 오버를 다시금 들여 놓았고, 약간 두꺼운 마이를 걸쳤다. 이제 더 이상 추위는 없을 거라고 하니, 오버를 다시 꺼낼 일은 없겠지. 하지만.... 하지만 밤에는 여전히 추운데, 내일 광화문에 갈 때는 뭘 입고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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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은 이게 참 난감하죠. 아침과 낮, 저녁의 기온차가 심해서, 두꺼운 옷을 입으면 땀흘리기 일쑤고, 얇은 옷을 입으면 저녁에 춥고. 이런때 가디건이 유용하지 않을까요? ^^

플라시보 2004-03-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옷을 얼마전에 홀랑 다 옷방에 넣어버린지라 추워지고 부터 어쩌지를 연발했습니다. 다시 옷방앞의 소파를 옮기고 옷을 꺼내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해서 추위에 떨기도 싫었거든요. 그래서 영화 메트릭스가 처음 나왔을때, CK 블랙 선글라스와 함께 구입한 검은색 파코라반 롱 코트 (가을과 비오고 추운 여름에 입기에 적당합니다.)를 유용하게 입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오늘부터 또 날씨가 풀려서 그 롱코트를 다시 입을날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마태우스 2004-03-1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가디건... 그렇죠. 근데 그걸 입고 출퇴근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플라시보님/검은색 롱코트라... 흠... 그걸 입으시면 트리니티 같겠군요^^

연우주 2004-03-2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옷 다 드라이 맡겨 세탁해놓은 터라 며칠 그냥 춥게 다녔어요...^^;
 

 

 

 

 

 

일시: 3월 18일 (목)
누구와?: 사촌형, 매제 이렇게 셋이서
좋았던 점:
-게 껍질에다 밥을 비벼먹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촌형에게 책을 드렸더니, 내 책을 100권이나 사주신단다^^
나빴던 점: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바람에 2차를 내가 쐈다.
-2차가 끝인 줄 알았는데, 밤 11시 반에 3차를 가잔다. 2차까지 가려고 페이스를 조절해 왔는데, 3차에서 조금 버티다 맛이 가버렸고, 언제나 그랬듯이 매제가 날 집에 데려다 줬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새벽 3시 반쯤에 내가 짐짝처럼 들려서 왔다고 T.T


주제: 김밥
오후 두시, 지금사 출근을 했다. 이왕 늦은 거, 할짓 안할짓 다 하다보니 이렇게 늦었다 (심지어 일요일날 아침, 테니스 코트 예약까지 가서 하고 왔다). 술마신 다음날은 라면이 댕길 때가 많다.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 들어가 라면과 김밥을 시켰다. 라면은 맛있는데 김밥은 영 아니다. 꼭 맨밥을 씹는 느낌이랄까. 속을 보니 단무지 쪼가리에 오이, 당근만 달랑 들어있다. 그나마 개수도 8개밖에 안되, 이럴 거면 그냥 공기밥을 말아먹는 게 나았으리라.

영등포 역 앞에는 한줄에 천원짜리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가 둘 있다. 나이든 아주머니는 왕래가 많은 오른쪽에, 젊은 여자분은 한산한 왼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젊은 여자분의 김밥은 목이 안좋아서인지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엊그제 배도 고프고, 아침부터 고생하는 게 마음에 걸려 천원을 내고 김밥을 샀다. 기차에서 먹는데, 세상에나, 너무나도 맛있다. 이런 김밥이 천원이라니, 남긴 남는 걸까? 남으니까 팔겠지 뭐... 그렇다면, 김밥 하나에 2, 3천원씩 받는 사람들은 대체 얼마를 남겨먹는 거야? 그래서 자두는 이렇게 말했나보다. "잘----말아줘 잘-----말아줘!"

김밥으로 일가를 이룬 <김가네> 김밥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은 대학로다. 그때 거기서 김밥을 먹으려면 문 밖에서 삼십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는데, 너무나 그 김밥을 좋아했던 나는 식당이 조금 한가해지는 밤 9시쯤 거기 가서 김밥을 먹고 퇴근하곤 했다. 쇠고기김밥, 참치김밥, 김치김밥 등 김밥의 종류를 다양화시킨 건 다 <김가네>의 공로다. 그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자 대학로 일대는 김밥촌으로 변해 버렸고, <아찌롤 김밥> <정가네> 등 김밥집을 표방하는 간판이 무수히 내걸렸다. 하지만 맹목적 유행에 편승한 식당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그래도 명맥을 이어가는 곳은 <쌍둥이네> 정도가 고작이다.

우리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은 맛으로는 최고다. 쇠고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햄, 계란 등이 잔뜩 들어있어 뚱뚱하기만 한 그 김밥. 부피 때문에 쉽게 부서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은 정말 죽인다. 그러고보면 어머님의 김밥을 안먹어본지가 십년은 지난 것 같다. 내일 점심으로 김밥을 싸달라고 해볼까? 에이, 아니다. 한끼의 쾌락을 위해 나이드신 어머님을 괴롭혀 드릴 수야 있나. 오늘 또 술을 마실테니, 내일 아침은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 참고로 내가 끓이는 라면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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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정문 앞에서 김밥 파시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꼬마 김밥 한 봉지에 천원, 단무지랑 시금치, 당근...그런 야채만 들었는데도 아주 맛있었어요. 총학생회 진군식 날에는 학생들 배고프다며 김밥을 그냥 공짜로 돌리시고는 했지요. 학교마다 그런 아주머니들은 꼭 한 분씩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분들은 아무도 언제부터 김밥을 파셨는지 알 수도 없고, 늙어가지도 않는다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지요. 10학번 위 선배때도 계셨고, 그 때도 고 모습 그대로 셨다죠, 아마?(...어, 갑자기 여고괴담 졸업앨범이 생각나는 -.-;;;)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이라... 얻어먹고 싶어지는군요.^^

플라시보 2004-03-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님과 저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군요. 첫째. 술 마신 다음날이면 라면이 무지하게 땡긴다. 둘째. 김밥을 아주 좋아한다. 저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꼭 콩나물을 넣은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북어국도 좋고 다 좋지만 라면이 제일 땡깁니다. 저는 라면만큼은 저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끓여준 라면이 월등하게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밥. 언젠가 친구가 저를 위해 한입에 다 넣기 버거울 뚱뚱한 김밥을 싸 줬는데 앉은 자리에서 8줄을 먹으니까 기절을 하더군요. 지금도 저는 도시락을 싸지 않은 날이면 우리 회사안 편의점에서 아줌마가 직접 말아주는 한줄에 천원짜리 김밥을 사 먹습니다. 그집 김밥은 여느 가계들과 달리 엄마표 김밥 처럼, 전문적인 맛이 나질 않아서 좋습니다.

비로그인 2004-03-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매점에서 팔던 김밥은, 정말 얇고 든것도 없는데 맛나서 참 신기했죠. ^^ 김밥을 쭉 좋아했는데, 전 장우동 김밥이 첨 나왔을때 신선한 충격이었답니다! 커서 씹기도 힘들었지만, 한동안 엄청 빠져살았다는...요샌 다양한 김밥집도 많지만요. ^^ 담에 마태우스님 라면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세요~~

마태우스 2004-03-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라면에 콩나물을? 흠..전 라면에 계란만 넣습니다. 참치도 가끔... 오징어와 삼겹살을 오삼불고기라고 하던가요? 라면과 김밥도 그것처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음식이죠. 근데 여덟줄은...후후. 좀 심하시네요?

마태우스 2004-03-1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김밥에 얽힌 추억은 다들 있으시군요. 제가 끓인 라면을 드시고 싶다구요? 주인장 모임 때 블루스타라도 가져가야하려나 봐요^^
앤티크님/사람들 중에 김밥으로 맞아본 추억은 없는가봐요??^^ 노하우는... 라면 가닥이 꼬불꼬불할 때 불을 꺼야 합니다. 더 지체되면 맛이 없지요. 그리고 물을 어느정도 넣는가가 중요한데요, 갯수가 많아질수록 물 맞추기가 어렵죠. 그게 감인데요, 전수가 불가능할 듯...

갈대 2004-03-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스프는 언제 넣어야 맛있는 라면이 되나요? 어떤 사람은 끓기 전부터 넣어야 맛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면이랑 함께 넣어야 맛있다고 하니 알 수가 없어서요

마태우스 2004-03-2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음... 저는 라면을 넣고난 뒤 스프를 넣습니다. 스프를 미리 넣으면 너무 오래 끓어서 맛을 내는 성분이 변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갈대 2004-03-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