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에 갈 일이 있어서 양재가 종착지인 학생들 버스-3천2백원이고, 단대 통학버스라 '단통'으로 불린다-를 탔다. 대충 자리가 찼는데, 내 옆자리만 비어있다. 머리긴 여학생이 탔다. "어? 자리가 없네? (친구보고) 야, 우리 다른 차 탈까?" 친구들이 그냥 가자니까 할수없이 앉은 그녀, 계속 뒤를 살핀다. "맨뒤에 자리 있는데, 저기 가서 앉을까? 아냐, 그럼 토크를 못하니.."


아니, 내가 그렇게 싫은가? 아는 여자들한테는 그래도 호의적인 평을 듣는 나, 하지만 낯선 여자들로부터는 박대를 받기 일쑤다. 예컨대, 지하철 내 옆자리에는 여자들이 잘 앉지 않는다. 어쩌다 앉는다해도 반대편에 자리가 나면 그쪽으로 도망가 버린다. 난 다리를 쫙 벌리고 앉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얌전히 다리를 오므리고 앉으며, 의자 앞쪽에 당겨 앉아 옆사람에게 불편을 안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이 사태에 대해 친구와 얘기를 해봤다.

1) 외모설;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 억지로 끌려간 나이트에서 여자들은 내 앞에 앉으면 십초만에 일이 있다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지하철은 부킹하는 곳이 아니잖아?
2) 냄새설: 친구의 일방적 주장인데, 난 아침마다 샤워를 하고, 아는 여자들은 날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3) 분위기설: 내 분위기가 좀 칙칙하긴 하다. 하지만 지하철에 앉아 분위기 잡을 일이 뭐가 있담?
4) 비만설: 역시 친구의 말인데, "넌 hip이 크잖아!" 나도 안다. 하지만 그래서 지하철 의자의 끝부분앉아 면적을 최소화한단 말이다.

옆에 젊은 여자가 앉으면 그걸로 가슴이 뛰고 행복해하는 나에게, 여자들은 너무 냉정한 것 같다. 위 학설 중 어느 게 맞든지, 잠깐 같이 있는 건데 참아주면 안될까. 내 옆에 있다가 다른 자리로 가는 건, 안그래도 외모 때문에 괄시받고 살아온 나를 두 번 죽이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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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3-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전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지 않는게 버릇이 되서 아예 문기둥에 항상 기대선답니다.(가끔 저같은 부류의 분들이 계셔, 문기둥 사수 싸움도 벌인다는.;;)

플라시보 2004-03-2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라면 대번 앉았을 것입니다. 냄새에 민감하여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사람 옆에 앉는걸 가리지 않거든요. 아마 여자들이 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남자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여자들은 남자옆에 잘 앉으려고 하질 않거든요.

마태우스 2004-03-2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ird나무님/문기둥이요! 그거 저도 좋아했던 자리죠. 앉는 것보다 편하다는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나이가 좀 드니까, 이젠 앉는 게 좋아요. 그래도 경로석에 앉은 적은 아직 없습니다.
플라시보님/그,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반대편 남자 옆으로 가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요??

연우주 2004-03-2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말이 맞습니다. 단지 남자기 때문에 잘 안 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제가 마태우스님을 버스에서 뵙는다면, 당장 옆에 앉아드리겠습니다....(별반 위로 안 되나요?^^)

_ 2004-03-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대편 남자 옆으로 간다는 것은, 마태우스님은 남자로 보이는데, 그 사람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로 해석하심이...;;;;

갈대 2004-03-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동감합니다..ㅠ_ㅠ 이상하게 버스에 앉아있으면 다른 자리는 다 차있는데 제 옆자리만 비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정말 남자옆에 한칸-이기 때문에 앉지 않는 걸거에요. 저같은 경우는 자리가 여유 있으면, 남자분과 거리를 두고 앉기도 하거든요. ^^

비로그인 2004-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이옵니다. 마태우스님의 심장뛰는 소리가 부담스러워 가는겁니다. 앞으론 경험(?) 많은척 하시길...

마태우스 2004-03-2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 You win! 이 글에 대한 최고의 코멘트로 선정되었습니다. 부상으로 펄럭이는 태극기를 드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3-21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