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 18일 (목)
누구와?: 사촌형, 매제 이렇게 셋이서
좋았던 점:
-게 껍질에다 밥을 비벼먹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촌형에게 책을 드렸더니, 내 책을 100권이나 사주신단다^^
나빴던 점: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바람에 2차를 내가 쐈다.
-2차가 끝인 줄 알았는데, 밤 11시 반에 3차를 가잔다. 2차까지 가려고 페이스를 조절해 왔는데, 3차에서 조금 버티다 맛이 가버렸고, 언제나 그랬듯이 매제가 날 집에 데려다 줬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새벽 3시 반쯤에 내가 짐짝처럼 들려서 왔다고 T.T


주제: 김밥
오후 두시, 지금사 출근을 했다. 이왕 늦은 거, 할짓 안할짓 다 하다보니 이렇게 늦었다 (심지어 일요일날 아침, 테니스 코트 예약까지 가서 하고 왔다). 술마신 다음날은 라면이 댕길 때가 많다. 터미널 앞 포장마차에 들어가 라면과 김밥을 시켰다. 라면은 맛있는데 김밥은 영 아니다. 꼭 맨밥을 씹는 느낌이랄까. 속을 보니 단무지 쪼가리에 오이, 당근만 달랑 들어있다. 그나마 개수도 8개밖에 안되, 이럴 거면 그냥 공기밥을 말아먹는 게 나았으리라.

영등포 역 앞에는 한줄에 천원짜리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가 둘 있다. 나이든 아주머니는 왕래가 많은 오른쪽에, 젊은 여자분은 한산한 왼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젊은 여자분의 김밥은 목이 안좋아서인지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엊그제 배도 고프고, 아침부터 고생하는 게 마음에 걸려 천원을 내고 김밥을 샀다. 기차에서 먹는데, 세상에나, 너무나도 맛있다. 이런 김밥이 천원이라니, 남긴 남는 걸까? 남으니까 팔겠지 뭐... 그렇다면, 김밥 하나에 2, 3천원씩 받는 사람들은 대체 얼마를 남겨먹는 거야? 그래서 자두는 이렇게 말했나보다. "잘----말아줘 잘-----말아줘!"

김밥으로 일가를 이룬 <김가네> 김밥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은 대학로다. 그때 거기서 김밥을 먹으려면 문 밖에서 삼십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는데, 너무나 그 김밥을 좋아했던 나는 식당이 조금 한가해지는 밤 9시쯤 거기 가서 김밥을 먹고 퇴근하곤 했다. 쇠고기김밥, 참치김밥, 김치김밥 등 김밥의 종류를 다양화시킨 건 다 <김가네>의 공로다. 그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자 대학로 일대는 김밥촌으로 변해 버렸고, <아찌롤 김밥> <정가네> 등 김밥집을 표방하는 간판이 무수히 내걸렸다. 하지만 맹목적 유행에 편승한 식당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그래도 명맥을 이어가는 곳은 <쌍둥이네> 정도가 고작이다.

우리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은 맛으로는 최고다. 쇠고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햄, 계란 등이 잔뜩 들어있어 뚱뚱하기만 한 그 김밥. 부피 때문에 쉽게 부서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은 정말 죽인다. 그러고보면 어머님의 김밥을 안먹어본지가 십년은 지난 것 같다. 내일 점심으로 김밥을 싸달라고 해볼까? 에이, 아니다. 한끼의 쾌락을 위해 나이드신 어머님을 괴롭혀 드릴 수야 있나. 오늘 또 술을 마실테니, 내일 아침은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 참고로 내가 끓이는 라면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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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정문 앞에서 김밥 파시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꼬마 김밥 한 봉지에 천원, 단무지랑 시금치, 당근...그런 야채만 들었는데도 아주 맛있었어요. 총학생회 진군식 날에는 학생들 배고프다며 김밥을 그냥 공짜로 돌리시고는 했지요. 학교마다 그런 아주머니들은 꼭 한 분씩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분들은 아무도 언제부터 김밥을 파셨는지 알 수도 없고, 늙어가지도 않는다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지요. 10학번 위 선배때도 계셨고, 그 때도 고 모습 그대로 셨다죠, 아마?(...어, 갑자기 여고괴담 졸업앨범이 생각나는 -.-;;;)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이라... 얻어먹고 싶어지는군요.^^

플라시보 2004-03-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님과 저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군요. 첫째. 술 마신 다음날이면 라면이 무지하게 땡긴다. 둘째. 김밥을 아주 좋아한다. 저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꼭 콩나물을 넣은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북어국도 좋고 다 좋지만 라면이 제일 땡깁니다. 저는 라면만큼은 저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끓여준 라면이 월등하게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밥. 언젠가 친구가 저를 위해 한입에 다 넣기 버거울 뚱뚱한 김밥을 싸 줬는데 앉은 자리에서 8줄을 먹으니까 기절을 하더군요. 지금도 저는 도시락을 싸지 않은 날이면 우리 회사안 편의점에서 아줌마가 직접 말아주는 한줄에 천원짜리 김밥을 사 먹습니다. 그집 김밥은 여느 가계들과 달리 엄마표 김밥 처럼, 전문적인 맛이 나질 않아서 좋습니다.

비로그인 2004-03-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매점에서 팔던 김밥은, 정말 얇고 든것도 없는데 맛나서 참 신기했죠. ^^ 김밥을 쭉 좋아했는데, 전 장우동 김밥이 첨 나왔을때 신선한 충격이었답니다! 커서 씹기도 힘들었지만, 한동안 엄청 빠져살았다는...요샌 다양한 김밥집도 많지만요. ^^ 담에 마태우스님 라면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세요~~

마태우스 2004-03-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라면에 콩나물을? 흠..전 라면에 계란만 넣습니다. 참치도 가끔... 오징어와 삼겹살을 오삼불고기라고 하던가요? 라면과 김밥도 그것처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음식이죠. 근데 여덟줄은...후후. 좀 심하시네요?

마태우스 2004-03-1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김밥에 얽힌 추억은 다들 있으시군요. 제가 끓인 라면을 드시고 싶다구요? 주인장 모임 때 블루스타라도 가져가야하려나 봐요^^
앤티크님/사람들 중에 김밥으로 맞아본 추억은 없는가봐요??^^ 노하우는... 라면 가닥이 꼬불꼬불할 때 불을 꺼야 합니다. 더 지체되면 맛이 없지요. 그리고 물을 어느정도 넣는가가 중요한데요, 갯수가 많아질수록 물 맞추기가 어렵죠. 그게 감인데요, 전수가 불가능할 듯...

갈대 2004-03-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스프는 언제 넣어야 맛있는 라면이 되나요? 어떤 사람은 끓기 전부터 넣어야 맛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면이랑 함께 넣어야 맛있다고 하니 알 수가 없어서요

마태우스 2004-03-2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음... 저는 라면을 넣고난 뒤 스프를 넣습니다. 스프를 미리 넣으면 너무 오래 끓어서 맛을 내는 성분이 변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갈대 2004-03-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