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를 보니 김태희가 참이슬을 선전하고 있다. 평소에도 참이슬만을 즐겨 마시지만, 그걸 알고나니 앞으로 더 열심히 참이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델에 따라 제품의 판매고가 요동을 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용필이 선전하던 맥콜이 보리음료 시장을 석권할 무렵, '담다디'로 뜬 이상은이 '보리텐'의 모델로 등장하자마자 맥콜의 점유율을 추월해버린 일은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었다. 아직 못봤지만 기발한 광고로 인기를 모은 삼양라면은 최강 신라면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50% 이상 판매고가 상승했다고 한다.
TV를 그다지 안봐서인지 난 광고에 현혹되어 선호하는 제품을 바꾼 예가 거의 없다. BC카드를 열심히 긋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김정은이 광고모델이었다느니 하는 식이다. 베이비복스가 선전한다는 이유로 '와'라는 아이스크림-베이비복스는 아이스크림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우기지만-을 먹긴 했지만, 그거야 '와'가 보기 드물게 양이 많고 맛있어서 그런 거지, 꼭 베이비복스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더 이상 모델이 아닌 지금도 열심히 '와'를 먹고있지 않는가? 이효리가 아무리 산사춘을 선전해도, 그리고 그녀의 산사춘 포스터가 내 연구실과 우리집에 붙어 있긴 하지만, 난 산사춘을 먹지 않는다. 언젠가 육체파 배우 강리나가 이오니카를 선전하면서 "나는 이오니카, 나는 이오니카"라는 멘트를 날리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이오니카!" 하지만 난 이오니카를 한번도-내 기억에는-마셔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난 광고에 따라 기호품을 잽싸게 바꾸는 소비자들에게 별로 공감하지 않는데, 나같은 인간만 있다면 광고모델이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 중 CF에 출연한 사람은 딱 한명 있다. 임신한 부인가 함께 나와서 "아들도 좋고 딸도 좋고"라고 말하던 사람이 내 3년 선배인데, 일반인이라 그런지 대사나 연기가 영 어색했다. 하지만 그는 그걸 찍고 무려 500만원의 거액을 챙겼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무조건 찍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친구 중 최고의 스타인 표진인은 잦은 TV 출연에도 불구하고 CF를 찍은 적이 없는데, 그런 걸 보면 아무나 CF를 찍는 건 아닌가보다. 사실 얼굴을 비추어서 판매고를 급등시킬 슈퍼모델은 그리 흔한 게 아니어서, 권상우 같은 이는 수십군데서 광고제의를 받는 일이 생기고, 한때 TV만 틀면 한고은의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주위 친구들은 날더러 기생충약 CF에 나가보면 어떠냐고 한다. 물론 부르지도 않겠지만, 난 기본적으로 봄가을에 구충제를 먹는 걸 그만둬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서, 혹시 요청이 오더라도 응할 것 같지는 않다. 더 중요한 이유로, 내가 TV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