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7일(화)

누구와: 지도학생 둘과

마신 양: 소주--> 맥주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지도학생을 만났다. 본과 4학년 둘이 시험공부를 한다고 빠져 서운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간 밥 한번 못사준 게 미안해 제법 유명한 오리집에 데려가 배가 터지게 오리를 먹였다(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애들이 꽥꽥 거렸다는...). 그리고 2차를 가는데 학생들이 영화 <타짜>를 봤다면서 내게 화투 기술을 어떻게 쓰는 거냐고 묻는다. 만화에서 주워들은 얘길 해줬다.

“화투를 한 장 빼돌리면 한 장이 남잖아. 그걸 튕겨서 천장에 꽂는 거야.”


맥주를 마시면서 그 얘길 계속하다, 불쑥 물었다.

“우리 휴대폰으로 ‘섰다’ 해볼까?”

학생 시절 난 전자시계에 달린 스톱워치로 친구들과 섰다를 해서 식비를 충당했다. 방법은 이렇다. 스톱워치의 시작 버튼을 누르고 몇 초 뒤 스톱을 시킨 뒤 100분의 1초를 가지고 끝수를 비교하는 것. 예를 들어보자. 

00: 05 29

이 경우 100분의 1초는 29니 한끝이 되는 거다. 00은 장땡이고 38은 광땡(83은 한끝). 애들에게 이 원리를 설명해 준 뒤 휴대폰에 스톱워치 기능이 있느냐고 물었다. 둘 다 있었지만 내 휴대폰은 그게 없었다. 종업원한테 휴대폰을 빌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이용한 섰다판이 벌어졌다.


이건 순전히 운이다. 좋은 패가 나오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중요한 건 배짱이었다. 나쁜 패를 좋은 패처럼 속여서 다른 이를 죽게 만드는 것, 그리고 좋은 패인데 나쁜 패인 것처럼 속여 돈을 많이 걸게 만드는 것. 도박에는 별반 경험이 없고,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순진한 학생들보단 내가 나았다. 게다가 운도 잘 따라 줘 땡도 여러 번 잡았으며, 그 힘들다는 38 광땡도 한번 잡았다. 한번에 거는 돈을 100원으로 하고 판돈도 한번에 세 번 이상 못올리게 했음에도 이내 천원짜리가 내 주머니에 쌓이기 시작했고, 그 천원짜리는 곧 만원짜리로 바뀌었다. 술을 마시며 섰다를 한 게 한시간 남짓이지만, 내가 딴 돈은 무려 2만원이 넘었다. 정말 난 타짜 아닌가? 택시비로 주려는데 애들이 게임은 게임이니 안받겠단다. 귀여운 것들^^

 







나중에는 잔돈을 바꿔서 동전으로 돈을 걸었지만, 초반에는 그냥 숫자로 적었다. 노트에서 +는 내가 받을 게 있단 소리, 노트를 보시라. 300원 단위로 받을 돈이 계속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이걸 어찌 운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겜보이 2006-11-09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우와~ 그렇게 하는 방법이 있었군요. 제 핸드폰도 그 기능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마태우스 2006-11-09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수퍼겜보이님, 안주무시고 뭐하세요^^

치유 2006-11-09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남자분 세명이서 핸폰 들여다보며 숫자 놀이하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나요.
맥주는 조금만 드셨겠어요..
늦게 들어오셨을텐데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마태우스 2006-11-09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걸요. 맥주도 아주 많이 먹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 할 때 더 술 많이 먹게 된답니다^^ 글구... 제가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요 할 일이 있어서 날밤 샜습니다...ㅠㅠ

paviana 2006-11-0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겜보이님,배꽃님, 마태님 댓글 시간들이 아주 멋지십니다..

비로그인 2006-11-0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중에 그런 대사가 있었죠?

"혼을 담은 구라"

갑자기 생각났어요. ^^

기인 2006-11-0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학생들이 져준거는 아니겠지요? ㅎ

해리포터7 2006-11-0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말인지는 하나도 모르지만 마태우스님 운이 좋으신 편이군요.ㅎㅎㅎ

moonnight 2006-11-0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_@; 어쨌든 마태님은 역시 못하는 게 없으시군요! >.<

수퍼겜보이 2006-11-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시간이.. ^^; 지금 졸려 죽겠어요. 학생들이 부러워요. 오리 맛있겠다 ^ㅠ^

Mephistopheles 2006-11-0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마태님은 남들보다는 탁월하고도 빠른 "동체시력"의
소유지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1 2006-11-1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데요. 승부사 마태우스님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