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9월 23일(토)


같이 동아리를 했던 친구들끼리 만남을 가졌다. 어릴 적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도 있지만, 대학 때 동아리를 통해 만난 이들도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들, 그러니 ‘어릴 적’이란 대학 때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일 듯싶다. 만난 지 22년째를 맞지만, 외형상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대화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옛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걸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고, 열명이 넘게 나온 것도 그 때문일 듯하다.


1차에서 간단히 술을 마신 뒤 아는 집-혈연적으로-에 가서 2차를 했다. 비싼 양주를 시킨다. 그런 술은 원래 한잔씩 홀짝홀짝 마시면서 음미를 해야 하지만, 모든 술을 소주처럼 마시는 나와 또 다른 친구가 문제였다. 그에게 말했다.

“너나 나한테 저 술은 좀 아깝다. 그러니 우리 둘만 폭탄주로 마시자.”

난 부지런히 폭탄주를 제조했고, 곧 그보다 훨씬 싼 술을 추가해야 했으며, 그로부터 한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 그 친구는 취했는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술 대결에서 이겼다고 내가 좋아했을까. 아니다. 뼈저리게 후회했고, 지금도 그렇다. 친구들은 다 큰 애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한 듯 말리지 않았지만, 도대체 그게 뭔가.


다음날 아침, 쓰린 속을 달래가며 테니스를 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난 정말 알코올 중독인가. 왜 나는 술만 보면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가. 나 자신이 얄미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니스를 기가 막히게 잘 치는 걸 보니 스스로가 신통하고 대견했다. 알코올 중독이긴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 이렇게 끝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 손도 나를 너무 사랑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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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9-30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고 가요. 하하

paviana 2006-09-3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이제 순순히 인정하시는군요.. 근데 아직 백번이 안 되었다니, 요즘 규정이 너무 약해진것 같네요.ㅎㅎ

sooninara 2006-09-3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님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Mephistopheles 2006-09-3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참..알콜중독 혹은 알콜의존 맞아요.! 라고 주장할 수 없게 만드시는군요..^^

진/우맘 2006-09-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마태님도 알콜을 사랑하고, 알콜도 마태님을 사랑하고....뭐, 상호보완 내지는 공생관계....^^;;;

하이드 2006-09-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알콜중독...정도이지 않을까? 그니깐 , 나요.

전호인 2006-09-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코올 중독의 전형은 먹지말라고 해도 먹고싶고, 또 숨어서 몰래먹고 다음날 정신 차리지 못하고 하루종일 헤롱거리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멀었습니다. 중독자가 되실려면 조금만 더 가보시죠!!! ㅎㅎㅎ

마노아 2006-09-3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이 사랑스러워요^^

다락방 2006-09-3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정말 마태우스님때문에 제가 미치겠어요. ㅋㅋ

건우와 연우 2006-09-3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참 많이 귀여우십니다...^^

2006-09-30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10-0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마태님을 사랑하는 건 마태님의 손만이 아닌 거 같네요. >.<

마태우스 2006-10-0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그, 그렇다면 발도?^^
속삭이신 분/어맛 오랜만에 예서 뵙네요! 알라딘 분위기원래 이랬어요 흥!!!
건우님/더 노력하겠습니다. 전 노력만이 살길.... 어떤 분은 원래귀엽지만...^^
다락방님/어머 저도 그런데...^^
마노아님/어맛 님도! 호호 입이 귀에 걸리겠어요!
전호인님/음, 중독의 경지는 생각보다 높군요... 으음... 더 노력해야겠다..
지킬님/앗 옷 바꿔입고 나오셨네요 밍크 입은 모습 보고 싶어요
진우맘님/공생은 좋은 거죠 호홋. 알콜은 좋은 친구라네...
메피님/제가 원래 반전이 강하잖습니까^^
수니님/저두요!!! 저도 제가...^^
파비님/그죠 아직 백번이 안된다니 넘 부진한 한해였어요
하루님/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