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9월 23일(토)
같이 동아리를 했던 친구들끼리 만남을 가졌다. 어릴 적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도 있지만, 대학 때 동아리를 통해 만난 이들도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들, 그러니 ‘어릴 적’이란 대학 때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일 듯싶다. 만난 지 22년째를 맞지만, 외형상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대화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옛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걸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고, 열명이 넘게 나온 것도 그 때문일 듯하다.
1차에서 간단히 술을 마신 뒤 아는 집-혈연적으로-에 가서 2차를 했다. 비싼 양주를 시킨다. 그런 술은 원래 한잔씩 홀짝홀짝 마시면서 음미를 해야 하지만, 모든 술을 소주처럼 마시는 나와 또 다른 친구가 문제였다. 그에게 말했다.
“너나 나한테 저 술은 좀 아깝다. 그러니 우리 둘만 폭탄주로 마시자.”
난 부지런히 폭탄주를 제조했고, 곧 그보다 훨씬 싼 술을 추가해야 했으며, 그로부터 한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 그 친구는 취했는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술 대결에서 이겼다고 내가 좋아했을까. 아니다. 뼈저리게 후회했고, 지금도 그렇다. 친구들은 다 큰 애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한 듯 말리지 않았지만, 도대체 그게 뭔가.
다음날 아침, 쓰린 속을 달래가며 테니스를 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난 정말 알코올 중독인가. 왜 나는 술만 보면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가. 나 자신이 얄미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니스를 기가 막히게 잘 치는 걸 보니 스스로가 신통하고 대견했다. 알코올 중독이긴 해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 이렇게 끝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 손도 나를 너무 사랑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