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좋아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란 동물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특히나 속눈썹이 길어 매력적인 말의 눈은 예쁨 그 자체다. <각설탕>을 보고 싶었던 건 거기에 말이 나오기 때문이었다(그런 내가 다코타 페닝이 나온, 비슷한 스토리의  <드리머>를 안본 이유가 무엇일까? DVD로 구해서라도 꼭 볼 생각이다).


<각설탕>에는 각설탕을 좋아하는 말이 나온다. 말은 생각보다 연기를 꽤 잘했고, 동물 영화라면 대충 다 감동하는 내 가슴을 여러 차례 아프게 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 다른 곳에 팔려간 주인공 말이 오래 전에 헤어진 임수정을 알아보고 그녀가 탄 택시를 쫓아간다. 그때 난 그 말이 되어 멀어져가는 택시를 안타깝게 바라보았고, 다시 임수정과 만났을 때는 꼭 그 말만큼 기뻐했다.




맥스무비 사이트의 <각설탕> 별점은 8.68,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별점은 믿으면 안된다. 나처럼 말만 나오면 내용에 무관하게 무조건 별 다섯을 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말이 아픈 걸 무릅쓰고 경주를 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무척이나 상투적이었고, 그 결말 또한 익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건만, 유치하게시리 내 눈에선 눈물이 마구 났다. 이런 게 동물 애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드리머>의 별점이 8.77인 것, <북극의 여름 이야기>가 8.78, <우리개 이야기>가 9.26의 별점을 받은 걸 보시라. 그러니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별점이나 그들이 쓴 영화평에 현혹되어 이 영화를 봐선 안된다. 나야 재미있게 봤지만, 다른 분들이 보고 재미가 없다 해도 책임을 못 진다는 얘기다.^^


어릴 적에는 말을 타보고 싶어 몸살을 앓았다. 나이가 들면서 마차를 끄는 말이 불쌍해졌고, 돈만 있다면 그 줄을 끊고 자유를 주고 싶었다. 과천 경마장에 가본 적은 딱 한번 있다. 원 없이 말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채찍으로 맞아가며 무의미한 질주를 해야 하는 그들이 안되어 보였다. 그날 집에 가면서 경마장의 우리를 열어 모든 말을 도망가게 해주는 꿈을 꾸어봤다. 난 '마'태우스다. 그리고 난, 동물 파시스트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06-08-1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아니라 임수정 때문에 봤잖아요!!!

그리고 그 '마'가 그'馬'였군요. 난 또'魔'라고... ^^ =3=3=3

Mephistopheles 2006-08-12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도 나오고 동물도 나오고......
마태님이 한편의 영화로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실 것이므로 당연히
보실꺼라 예상은 했습니다....^^

비자림 2006-08-1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의 눈동자.. 똘망진 듯 하면서도 왠지 우수를 안고 있는 말의 눈동자..
저는 나무가 좋아요. 그 곳에서 계속 그렇게 맑게 서 있는..
그래서 비자림인가봐요.^^

기인 2006-08-1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 때 외국에서 자라서, 말을 많이 탔습니다. 말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면 말이 귀를 쫑긋거리고, 말이 달리면 바람이 불고.. :)

하늘바람 2006-08-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파요 이 영화 따뜻할거 같아서요

모1 2006-08-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말은 눈이 충혈되어서 마치 울고난것 같아요. 왠지 좀 처량해보이네요. 동물영화는 아무래도 좀 줄거리가 뻔하죠. 하지만...그 뻔함을 즐기는 것도 묘미인것 같아요.(다른 뻔한 영화에는 그다지 안 후한 편..) 전..어렸을때 동물원인가 가서 딱 한번 타봤어요. 무척 불편하더군요. 그 후 대천해수욕장인가에서 한번 더 탈기회가 있었는데..제가 거절했다는...몸무게때문에 힘들어할까봐서..

다락방 2006-08-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얘기긴 한데,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읽으면서 말들이 각설탕을 좋아한다는걸 알았어요. 후훗 :)

2006-08-14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8-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얘기듣고 볼까말까 생각중(아직도;;)입니다. 저역시 말도 좋아하고 임수정도 예뻐라하는데.. 물론 '마'태우스님도 좋아한답니다. 헤헤 ^^

마태우스 2006-08-1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마'태우스를 좋아하신다면 보셔도 됩니다^^
속삭이신 분/아아 님도 저와 비슷한 감수성을 지니셨군요.... 님을 만나게 해준 다락방님께 감사드려요,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친하게 지내요^
문제의 그 다락방님/아아 동물농장에 그런 말이 나오던가요? 흐음...몰랐어요
모1님/님이 의외로 몸이 좀 나가시나보군요. 저도 사실 그런 이유로 말에게 미안했었지요.... 지금은 거기에 동정심까지 곁들여져 타라고 해도 안탑니다...
하늘바람님/따뜻하긴 합니다...말의 미소가 얼마나 따스한데요^^
기인님/오오 말과 대화하는 수준이라니...자연과 일체가 되셨었군요. 으음...부럽습다. 전 망아지 키우고 싶은데...
비자림님/님은 나무, 저는 말...원래 말은 나무가 울창한 곳에서 달려야 합...아니구나. 나무가 울창하면 못뛰나....
메피님/전임수정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영화에서 보니 미소가 싱그럽긴 합니다만 말의 미소만은 못하더군요^^
야클님/전 한번도 임수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사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것도 첫회 보고 말았는걸요. 임수정에 대한 의심을 풀고 같이 전진합시다.

비자림 2006-08-1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은 초원에서 신나게 달리지요.
나무는 초원 한 귀퉁이에서 바람을 만들고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