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배꽃> 꿈의 해석과 실제

‘가문의 위기’의 한 장면. 김원희가 신현준을 찾아와 옷을 벗고 덤벼든다. 당황한 신현준은 소파에 넘어지는데, 입술 가까이 접근한 김원희가 난데없이 이런 말을 한다.

“형--님!”

놀라서 정신을 차려보니 동생(유재석 분)이 잠자는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며 깨우고 있는 거다. 괴물이 얼굴을 잡아당기는데 깨보니 엄마더라,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지도를 그렸더라...


이런 현상을 마노아 현상이라 한다. 꿈 해석의 권위자인 에르하르트 마노아가 처음으로 명명한 데 따른 것. 영화 같은 데서 자주 등장하니 흔한 것 같지만, 실제로 마노아 현상을 경험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메피스토 연구소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중 마노아 현상을 겪어본 사람은 30% 미만이라고 한다 (울보일수록 더 흔하다).


오늘 난 그 현상을 경험했다. 학회장이었고, 난 열심히 발표를 듣고 있었다. 근데 주위 사람들이 너무 떠들기에 맨 앞자리로 옮겼다 (현실에서 이런 적은 없다). 갑자기 내 휴대폰 벨소리인 타잔 소리-Kelkelkelkelkel----가 들린다. 원래 내 자리에 두고 온 전화기다. 발표를 하던, 깐깐하기로 유명한 전호인 선생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다. 난 그게 내 것이 아닌 양 모른 척하고 뒤를 본다. 하지만 벨소리는 줄기차게 울린다. 결국 그걸 끈 건 엄마였다. 그건 6시 30분에 맞춰놓은 내 모닝콜이었다.


마노아 현상에 대한 비판은 1960년대에 나오기 시작했다. 클라인수선 박사가 인도네시아 비자림 지역의 야클족을 5년간 연구한 결과 ‘마노아 현상’이 허구라는 논문을 아프락사스지에 게재한 것이 그 시초다. 요지는 이렇다.

“전화벨 소리는 잠을 자는 사람에게 충격적인 경험이다.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스토리를 꾸며낸 것이 바로 마노아 현상”이라는 것. 실제로 꿈을 꾸지 않는 시기인 non-REM(눈동자를 움직이지 않는 시기) sleep에 빠진 사람들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결과 대상자의 77%가 꿈을 꾸다 깼다고 진술을 했다.

“나를 찾기 위해 수암사에 갔는데 종소리에 깼다.” “해적에게 잡혔는데 탈출하다가 종을 건드렸다.” “가을산에 올라갔다가 커다란 종을 든 기인을 만났다.”....

그러니까 그들이 꾼 꿈은 종소리를 매개로 조작한 거였다.

청여우 학파의 수장인 세실은 이렇게 말한다.

“전화벨은 현실의 소리입니다. 그게 들린다는 건 이미 잠을 깬 거죠. 전화벨이 울릴지를 어떻게 알고 거기 맞는 꿈을 꿉니까. 다 조작입니다.”


반면 마우어 현상을 옹호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다우 연구소의 알프레도 로쟈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1989년 배혜경이란 사람이 차를 도둑맞았어요. 근데 그가 물만두를 먹다가 꿈을 꿨는데 해리포터가 나타나더니 수니나라에 가보라고 하는 겁니다. 긴가민가 하다가 꿈에 나온 그 장소로 가보니 정말 자기 차가 있었어요. 이거 말고도 여러 사례가 있지요. 절세미인이 있다는 말에 하이드라는 사람이 200 킬로 가까이 차를 몰고 갔더니 하늘바람님이 있었다더군요. 꿈에는 이렇듯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신비함이 있습니다. 무조건 아니라고 단정짓는 건 위험합니다.”

물론 배혜경님이 술에 취해 차를 거기다 세워 놓고 다음날 찾은 거라는 설도 있긴 하지만, 꿈의 기전과 내용은 아직 신비한 구석이 많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꿈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다우 연구소 말고도 딸기의 꿈나라, 비연의 꿈공장 등 많은 곳에서 꿈을 연구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거다. 거기서 2개월째 묵고 있는 깐따삐야님은 꿈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잠도 공짜로 자고 돈도 벌고 아주 좋다.”

엊그제 들어왔다는 주드님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 열시간 넘게 잘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연구원인 매너리스트는 “참가자들이 다 식성이 좋아서 걱정”이라며 “이 돈을 민간이 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꿈을 쫓는 젊은이들의 참가가 많아진다면 꿈에 나오는 메시지들을 유용하게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리=부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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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8-0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 휴가에서 돌아와 자야하는데 이리 재미난 페파를 올리심 잘수가 없잖아요!(버럭~) 잠을 자야 또 님 꿈을 꾸지요 ^^
내일 다시 와서 다른 페파 읽어야징.. 안녕히 주무세요~

해리포터7 2006-08-0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넘 재미있게 읽었는데요.첨에 이페파에 들어와서 이걸 읽기전에 전 퍼온글인줄 알고서??출처를 눌렀다가 나귀님의 서재로 들어가던데요? 이게 뭔일이래요???

기인 2006-08-0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역시 마태우스님의 소설이었던 것? ^^; 저는 링크타고 갔다왔어요 ㅎㅎ;;
퍼갑니다~ 저도 마태우스님의 왕성한 창작욕, 재치, 유머를 본받고 싶습니다. :)

아영엄마 2006-08-0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예요~~ 배꽃님 서재로 가봐야지 했는데 다른 서재로...@@;; 이궁 마지막에 부리 기자가 등장한 거 보고 눈치챘어야 하는데...

마노아 2006-08-05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마노아'현상이라는 게 있는 줄 알았어요. 재주꾼이에요. 마태우스님은요(>_<)

비로그인 2006-08-05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잘읽고 추천 드리고 갑니다 !

Mephistopheles 2006-08-0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우스님이십니다...ㅋㅋ ^^ 연구소 창설자가 된건가요..감사합니다..^^

다락방 2006-08-05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어요. 마태우스님 정말 기발한 분이시군요! ㅋㅋ

파란여우 2006-08-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청여우학파에선 어떤 논의를 하는건가요?
청여우를 사랑하자! 이런거겠죠?

마태우스 2006-08-0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제 글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셨군요 전 언제나 님 편입니다
다우님/이게 퍼온 거라서 말입니다 정정이 될려나 모르겠어요^^
다락방님/호호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
메피스토님/감사하긴요..제가 님한테 받은 것에 비하면 턱도 없지요
고양이님/추천 감사드려요 미녀님
마노아님/저두 그런 줄 알았다는....^^
아영엄마님/호호 오랜만이어요 가끔 한번씩 속아주셔야 제가 보람이 있죠
기인님/부끄러워요...더 노력할께요
해리포터님/그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요. 걸려들었다!
유스또님/호호 첫빠따로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almas 2006-08-06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랜만에 3류소설이 다시 등장했군요.
나중에 3류 소설이라는 책을 한 권 내보세요. ^^;

2006-08-06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자림 2006-08-0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재밌네요.
인도네시아. 제가 유일하게 가 본 외국이에요.^^

해적오리 2006-08-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재밌어요. 글쿠 저도 꿈을 쫓는 젊은이가 되고 싶어요... 자도자도 잠이 모잘라요.

마태우스 2006-08-0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가입비가 좀 비싼데요^^ 칭찬 감사드려요
비자림님/발리 가셨나봐요... 전 외국 못가는 거 아시죠?>
속삭이신 분/님의 댓글은 언제나 절 감동시킵니다
발마스님/아이 그런 책이 팔리겠어요.... 그래도 함 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