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를 마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때, 부담 없이 즐기던 양주가 바로 캡틴큐였다.]

<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의 한 구절이다. 양주란 으레 외국 술을 의미하던 80년대, 비싼 외국술 대신 양주를 마시는 기분만 내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캡틴 큐는 좋은 친구였을 거다.




소주값도 버겁던 시절이라 먹어보지 못했던 그 술을 처음 마신 건 2000년 경이었다. 테니스를 치는 친구들끼리 송년회를 하기로 했는데, 사람이 많은 데 가서 마시느니 음식을 하나씩 장만해 와서 친구집에서 마시자는 의견이 채택이 된 것. 난 생선회를 사갔고, 다른 친구는 중국음식을 주문해 제법 호화로운 파티의 구색을 갖춰가던 그날 모임은 또 다른 친구 때문에 빛이 바래졌다. 술을 책임지기로 한 그 친구가 ‘캡틴큐’를 가져온 것.

“집에 있기에 가져왔다. 이것도 양주 아니냐?”던 그 친구는 3년간 테니스를 치면서 먹었던 욕을 그날 하루에 다 먹어야 했다. 결국 우린 늘 하던대로 동네 슈퍼에서 소주를 사먹었다.


캡틴큐를 먹는 사람이 지금도 있을까. ‘섬씽 스페셜’이나 ‘임페리얼’같은 싸고 맛있는 국산양주가 여럿 나왔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틴큐’가 꾸준히 출시되는 걸 보면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양주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바로 캡틴 큐라는 거다.

“그걸 누가 먹는다고?”

내 질문에 친구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룸살롱 같은 데서 파는 양주 있잖아? 그게 다 캡틴 큐야.”


친구들을 따라 나쁜 곳을 다니면서 나도 알게 모르게 많은 양의 캡틴 큐를 마셨을 것이다. 그 언제던가. 친구와 더불어 그런 곳 중 한군데를 갔을 때, 임페리얼 양주를 딴 내 친구가 웨이터를 불렀다.

“이거 냄새 좀 맡아 봐요.”

냄새를 잘 못 맡는 내 코에서도 기름 냄새가 확연히 났다. 웨이터도 너무하다 싶었는지 냄새를 맡아보곤 다시 가져간다. 친구의 말이다.

“원래 이런 데서는 속으면서 먹어 주는데, 저건 좀 너무하네.”




이런 일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들과 간 ‘bar', 겉멋을 좋아하는 내 친구가 발렌타인을 시킨다. 폭탄주를 만들고, 주거니 받거니 술을 권하던 중 한 친구가 술병의 뚜껑을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이게 뭐야?”

우린 모두 병뚜껑을 봤다. 술병의 몸통은 분명 ‘발렌타인 12년산’인데 뚜껑에는 ‘17년’이 표시되어 있다. 가짜를 만들다 뚜껑을 잘못 끼운 것. 얼굴이 창백해져 나온 마담은 거듭 결백을 주장한다.

“내가 이 가게 인수할 때부터 창고에 있던 거야. 난 정말 몰라.”


양주를 먹을 때, 외국 술을 먹는다고 너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상 그들은 국산 양주인 ‘캡틴 큐’를 먹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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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7-2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때는 저거 가져오면 칭찬받았는데요.^^

수퍼겜보이 2006-07-2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 근데 기름냄새나는 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게 궁금해요.

전호인 2006-07-2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이 양주를 먹으러 갈 때는 소주가 조금 거나하게 먹었을 때 가니까 그런 양심불량인 업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대부분 아는 방법이지만 양주병 거꾸로 들고 흔들어서 거품이 오래동안 있으면 거의가 가짜라고 하던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여. ㅋㅋㅋ

Mephistopheles 2006-07-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쌈바 25 도 기억나네요...^^

moonnight 2006-07-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다 속는다고 생각하면서 마시는 거라더군요. 좌우지간 전 양주보다 소주가 좋아요. -_-+

한솔로 2006-07-2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폴레옹도 있었지요. 중학교 소풍 때나 백일 때 괜히 마셔보던ㅎ

마태우스 2006-07-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나폴레옹 지금도 있나요? 정말 추억의 이름....
달밤님/맞아요 언제 달밤님과 소주 마셔야 하는데...^^ 화이트로요
메피님/쌈바25에서 25가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크면 먹어야지" 했다는...^^
전호인님/전 웬만하면 양주를 안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소주가 쵝오!
슈퍼겜보이님/그니까...캡틴큐의 맛을 비싼 양주랑 똑같이 하려고 하다가 무리를 한 거겠지요....
파비님/뭐 그 당시엔 캡틴큐도 나름 좋은 술이었지요. 제가 워낙 얌전해서 술을 안먹어서 그렇지...^^

모1 2006-07-24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술이있었군요. 지금도 나온다는 것 보면 장수식품인듯..

기인 2006-07-2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저는 룸사롱 한번도 가본 적 없지만, 보통 술집에서 양주를 마신적은 몇번 있는데;;(손에 꼽을 정도 ㅋ) 일반 술집도 그런가요? 물론 얻어먹은 거라서 억울하지는 않지만.. 사준 선배들을 대신해서 억울하려고요. ^^;

건우와 연우 2006-07-2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얼마전에 저도 얼결에 끌려가 비싼 양주 마셨는데...
분명히 캡틴큐였을거라는 확신이...ㅠㅠ

조선인 2006-07-2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캡틴큐는 수학여행 용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히히

sooninara 2006-07-2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캡틴큐 먹던 남학생들 기억나요.
그때 썸씽이나 패스포트는 지금의 17년산 양주들과 동격이었죠.ㅋㅋ

Mephistopheles 2006-07-2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도라서 쌈바 25 라서 명명되었을 껄요..^^

마태우스 2006-07-2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양주가 25도 짜리가 있다니 놀랍군요. 소주랑 같다니...
수니님/썸싱은 제가 졸업하고 나서도 한참동안 좋은 술로 남아 있었죠. 캡틴큐가 섬싱보다 더 아래 아닌가요??
조선인님/으음 그렇군요. 전 고교 시절을 넘 착하게 보냈나봐요^^
속삭이신 ㄷ님/오오 감사합니다. 제 인생의 스승이신 ㄷ님!
건우님/저도 엊그제 캡틴큐 마셨어요^^
기인님/막연하게 알면 덜 억울하더라구요. 실제 확인을 했다면 억울하겠지만요^^
모1님/판매처가 확실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