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에 찬반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던 건 내가 FTA에 대해 별반 아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무지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십분 가량 공부를 했다. 그랬더니 결론이 난다.
“FTA는 하면 안된다!”
정부는 FTA를 하면 수출과 투자가 늘어난다고 했다. 수출이 4배가량 증가한 멕시코를 보면 그게 맞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미국의 기업들이 저임금 혜택을 누리기 위해 가까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한 결과일 뿐이다. FTA를 했다고 미국 기업들이 거리도 멀고 임금도 비싼 한국까지 와줄까?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94년부터 지금까지, 멕시코의 1인당 GDP는 1.45%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만 봐도 FTA를 장밋빛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래도 관세가 떨어지니 수출이 증가하지 않겠냐고?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5%, 그걸 5-10년에 걸쳐 낮춰 준다는 거다. 정태인 박사의 말을 인용한다. “현대자동차 소나타 같은 경우 1년에 10만원정도 떨어뜨리는 거예요. 10만원 가지고 타던 자동차를 바꾼다든가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수출선점 효과가 없을 겁니다.”
농업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의료 부문의 문제도 심각하다. 엊그제 같이 술을 마신 동료선생의 말이다.
“FTA 하면 의료비가 굉장히 많이 올라요. 값싼 카피약(히트치는 약의 성분과 똑같이 만들어 이름만 바꾼 것)을 쓰지 못하고 오리지널 약만 써야 하니까요. 그것만 가지고도 FTA에 반대할 이유가 되는 거죠.”
그럼에도 노무현은 이렇게 말한다. “한미 FTA는 동북아 허브로 가는 길이다.”
국민 대다수와 전문가들이 다 반대하고, 20분만 공부해도 알 수 있는 일인데 그는 왜 이렇듯 고집불통일까? 그 20분을 낼 시간이 없는 걸까? 화장실 가는 시간만 잘 활용해도 일주일이면 20분쯤은 낼 수 있을테니 그건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남은 건 딱 하나, 그는....바보다.
지난 대선 때, ‘바보 노무현’이란 말이 유행했다. 상대방 측이 아닌, 노무현을 지지하는 측에서 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그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대세를 좇지 않고 3당 합당에 반대함으로써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고, 안되는 줄 알면서 번번이 부산 지역에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삼킨 그를 찬양하는 말로.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진짜로 바보였고, 노무현 지지자들은 그걸 눈치챘던 것. 대부분의 바보가 그렇듯이 노무현은 고집이 아주 세며, 그게 잘못된 판단과 어우러지면 주위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노무현이 국회의원일 때야 그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대통령인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역시 머리가 나쁘기로 유명한 김영삼이 95년 단행한 경제개방은 결국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되었고, 많은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렸다. 노무현이 우겨서 체결할 FTA는 어떤 결과를 빚을까?
* 제가 공부한 교재는 <인물과 사상>이었구요, 시비돌이님이 정태인을 인터뷰한 거랍니다. 이자리를 빌어 시비돌이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