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을 한번 했고, 버스 정류장도 아닌 길 한가운데서 기사 아저씨한테 바쁘다고 우겨서 내렸다. 그것 말고는 제헌절의 취지에 맞게 산 것 같다.
이 사람이 바로 나탈리 걸비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김미현의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도왔다. 하도 빔을 쐈더니 경기 끝나고 어지러웠지만, 보람은 있었다. 선두를 달리던 나탈리 걸비스는 내가 빔을 쏘기 시작한 11번 홀부터 한 개의 버디도 잡지 못했고, 4타 차이의 선두를 잃어버린 채 역전패 당했다.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미녀고 인기도 많은 걸비스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김미현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관중들이 다 ‘Go Gulbis!'만 외쳐서 서운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렇게 서운해할 필요가 없었다. 강력한 초능력자가 자신을 위해서 빔을 쏴주는데 뭐가 걱정이람? 진짜 서운해할 건 이거다. 그렇게 열심히 빔을 쐈는데 신문에 “김미현 선수가 뒷심을 발휘해 역전우승했다.”고 써 있는 것.
-요즘 밀린 일 때문에 걱정이 되어 학교에 갔다. 휴일인데 학교 왔다고 놀라는 모 선생에게 이렇게 대답해줬다. “하지만 평일에는 안온다는~~” 아무래도 노마진의 말투가 몸에 배어 버린 듯.
-일하다 지겨워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털 달린 동물을 워낙 사랑하는지라 북극곰 이야기를 다룬 ‘얼음왕국’을 보러 갔는데, 초반에 곰 얘기가 잠깐 나오다가 그다음부터 안나온다. 바다사자, 돌고래, 오리 이딴 것들만 나오자 덜컥 의문이 생겼다. 이거 부제가 ‘북극곰의 여름 이야기’ 아니었나?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표를 다시금 보니 이런, ‘북극의 여름 이야기’였다. 북극곰이 나온 사진에 속긴 했지만, 환경 보존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져 극장문을 나왔다.
-마음 맞는 친구와 열심히 술을 마셨다. 지역사랑을 한답시고 충청도 술인 ‘린’을 마셨는데, 알콜 냄새가 짙게 나고 영 아니었다. 더 나쁜 건 그걸 먹다가 리듬을 잃었는지 한병 반 정도밖에 안먹었는데 맛이 가버린 것. 9시쯤 도망가는 내게 친구가 이런다.
“왜 이렇게 술이 약해졌어?”
그나저나 일하러 가놓고선 영화보고 술까지 마시다니, 천안엔 왜 갔냐?
-늘 가던 러브호텔에 갔다. 깎아달라고 했는데 “방이 없다”면서 안깎아준다. 상투적인 말로 생각을 했는데, 오늘 아침 나올 때 보니까 입구에 ‘만실. 방 없음’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다. 방이 없다는 건 진짜였던 것 같은데, 비도 많이 오는 제헌절날 러브호텔에서 하룻밤을 지새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 걸까?
-갈아입을 윗도리를 가져갔는데 친구가 어제 입은 옷이 멋지다고 한 게 마음에 걸려 같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갈아입을 양말을 가져왔는데, 막상 신으려고 보니까 짝짝이다. 내 눈이 어떻게 됐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어제 신은 양말을 또 신었다. 그래도, 팬티는 갈아입었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