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어머니가 오시더니 이러신다.

“민아, 나 축구 좀 가르쳐 줘라. 친구들이 다 축구 얘기만 하는데 아는 게 없어서 아무말도 못하겠어.”

“그게 갑자기 배우려면 어려운데..”

“토고랑 할 때 같이 보자. 그때 좀 가르쳐 줘.”


하지만 토고전이 시작하기 직전 어머니는 친구를 만나러 그 밤중에 나가셨고, 후반전 직전에야 들어오셨다.

“엄마, 축구 안봐?”

“피곤한데 잘래. 결과만 알켜 줘.”


토고전 다음날, 어머니는 더더욱 소외감에 시달렸나보다.

“프랑스랑은 언제 하니?”

“19일 새벽 4시에 하는데요.”

“새벽이라... 나 꼭 깨워 줘.”


하지만 프랑스전 전날이 되자 깨워드리겠다는 내 말에 엄마는 도리질을 하셨다.

“4시에 어떻게 일어나냐? 그냥 결과만 말해줘라.”

5시 반이 넘어서 우리팀이 골을 넣었을 때 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엄마가 깨셨다.

“엄마, 우리 골 넣었어!”

“와, 잘했다. 근데 너 밥 먹을래?”

골과 밥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축구가 끝난 후부터 갑자기 TV를 보시던 우리 엄마, 나한테 와서 이런다.

“민아, 회색 옷 입고 걸어다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너 아니?”

“혹시 아드보카트 감독?”

“아드보카트야 알지. 젊어 보이던데...”

“기자 아닌가요?”

잠시 후, 어머니가 소리를 지른다.

“민아! 지금 나왔다. 이리 좀 와봐.”

갔다.

“방금 있었는데...어, 또 나왔다! 그래, 저 사람!”

난 그만 기절할 뻔했다. 그 사람은... 이운재였다. 이런 어머님이니, 오늘 역시 친구들 사이에서 또 소외를 겪으실 것 같다. 빨리 월드컵이 끝나서 예전의 인기를 되찾으셔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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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9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ㅉㅉㅉ 골 넣기에 함께 좋아하다가 신랑 한테 얼른 식사하고 출발하라고 했었는데..ㅎㅎㅎ울신랑도 골과 밥→출근..ㅎㅎㅎ


해리포터7 2006-06-1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귀여운 어머님이세요..저두 남편옆에서 구박 받아가며 보는데요..그래도 한심하진 안는지 잘 가르쳐줘요..그런데 요며칠사이 아들이 저보다 축구룰과 선수들을 잘알아버려서 남편이랑 꿍짝 맞아하는걸 보니 진짜 소외감 생겨요.

마늘빵 2006-06-1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운재. ^^

마노아 2006-06-1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의 인기를 되찾으셔야 할 텐데... 너무 재밌어요^^;;;

로드무비 2006-06-1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어머니와 할머니는 정말 너무 귀여우세요.^-^

미미달 2006-06-1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정말요. 재미있으세요 ㅋㅋㅋㅋㅋ

날개 2006-06-1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이운재...^^
마태님이 옆에서 잘 가르쳐드려야겠네요...ㅎㅎ

마태우스 2006-06-1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배우려는 의지가 별로 없으신 듯해서 어렵네요^^
미미달님/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비님/상대가 안되게 귀여운 따님이 있으신 분이 무슨 말씀을...^^
마노아님/울엄마, 평소엔 정말 인기 많으시거든요^^
아프락사스님/전 엄마가 그렇게까지 모르실 줄 몰랐어요.
해리포터7님/호호 그심정 이해합니다. 월드컵 때는 축구에 대해 공부하는 게 왕따가 안되는 지름길이죠^^
배꽃님/골과 밥은 원래 비슷하군요!!!

세실 2006-06-2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우리 선수랑 월드컵에 관련된 사진 구해다가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귀여우신 어머님.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