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라는 심리학자가 있었다. 그는 철저한 보상을 해준다면 동물도 피아노를 치는 등의 고난도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며, 인간 역시 그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함으로써 만물의 영장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자폐증 환자에게 자기 힘으로 옷을 입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처럼, 긍정적 강화의 힘을 강조한 스키너의 이론은 여러 부문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했고, 딸을 상자 속에 가두어 키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키너는 비인간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가 그런 대접을 받아야 했던 이유를 그의 딸은 이렇게 설명한다.

“아버지께서 한가지 실수를 하셨다면 사용하신 어휘가 문제였어요. 사람들은 ‘통제’라는 단어를 들으면 파시스트를 생각하죠. ‘인간이 환경에 의해 터득된다’거나 ‘고무된다’고 말씀하셨다면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 사진은 본문 내용과 상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원통이 등장하는 글을 쓸 때, 난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거칠게 정치인들을 씹더라도 그게 사실에 입각한 말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멀쩡히 정치를 하고 있는 그를 가리켜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썼으며, 그가 인기를 얻은 게 오로지 ‘박정희와 닮아서’라고 단정해 버렸다. 그렇게 쓰는 대신, ‘박정희와 닮은 것도 지지도가 오른 이유였고, 그는 유세장에서 박정희와 키가 같다고 하는 등 박정희 신드롬을 철저히 이용했다’라고 썼으면 어땠을까. ‘정치적 사망’을 선언하는 대신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썼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보좌관과 험한 말싸움을 벌인 뒤 나약해져서 이러는 건 아니다. 괜한 도발로 소모적인 몸싸움을 하는 게 잘한 일로 생각되지 않아서다(지난번 싸움은 그쪽의 괜한 딴지였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내 감정이 상한 것도 그렇지만, 나를 믿고 지면을 내준 한겨레에도 민폐를 끼치는 결과를 빚지 않았는가.


토고와의 대결에서 이천수가 전반전에 프리킥을 찰 기회를 얻었다. 벽을 피해서 찬 김진규의 슛이 골문에서 한참 비껴간 것과는 달리, 이천수가 찬 공은-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그대로 벽을 때렸다. 말이 벽이지 사실은 사람을. 상대를 공으로 맞히는 게 당장의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을 수는 있어도, 그래 가지고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열이 받은 토고 선수들은 갑자기 공세로 전환, 기어이 골을 넣었다. 하지만 벽을 넘어서 날아간 이천수의 두 번째 프리킥은 상대 골문에 휘어들어가 역전승의 발판이 되었다.


도발이 다가 아니다. 부드러운 말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침몰시킬 수 있다. 그 중 더 치명적인 것은, 바로 후자다. 이원통 의원, 앞으로는 부드럽게, 하지만 더 잘근잘근 씹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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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6-18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여간 알라딘엔 쌈닭들이 많아요.

세실 2006-06-1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님...무조건 마태님 편입니다...아자 아자~

마노아 2006-06-1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마태우스 2006-06-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댓글 달아주신 마노아님, 그레이트^^
세실님/어머 저야말로 늘 세실님 편이죠^^
조선인님/제가요 원래 쌈닭이다가 여기 와서 성질 죽이고 사는 건데요, 가끔 옛날 성질이 나올 때가 있다니깐요... 완전히 알라딘에 동화가 안되서 그런가봐요ㅠㅠ

건우와 연우 2006-06-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팬클럽가입해야겠어요...^^

심술 2006-06-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마태님, 힘내세요.

프레이야 2006-06-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쌈닭은 별로에요^^ ㅎㅎ 부드럽게, 잘근잘근.. 그건 좋은 생각 같으네요.

비로그인 2006-06-1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먹은 불닭 메뉴의 이름이 쌈닭이었는데, 갑자기 다시 먹고 싶어지는군요. 후훗 기대됩니다, 마태우스 님.

비로그인 2006-06-19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 일부가 나오니 ㅎㅎ 반갑지뭐에요,. 마태우스님. 앞으로도 잘 씹어주세요^^ 말한테 물리면 많이 아프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