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약을 처방받으러 친구 병원에 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탔다. 친구 병원은 7층이었다. 그때, 쓰레기를 비우러 밖에 나갔던 간호사-그 아래층 피부과에 근무한다-가 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는 6층 버튼을 누른다. 아마도 그 간호사는 6층에 갈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을거다. 오늘 난 모자를 쓰고 있었고-모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도 된다-옷차림도 늘 입는 남루한 스타일(게다가 빨간 티)이었다. ‘남루=공격적 성향’이란 원칙에 동의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말쑥한 사람보단 남루한 쪽을 더 무서워한다. 내 말의 요지는, 그 간호사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다.
엘리베이터란 공간은 밀폐된 만큼의 위험성을 갖는다. 그런 곳에 낯선 남자와 같이 있는 거, 위험한 일이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범죄들이 나온다.
1. 중3 짜리, 오후 4시에 여자애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50만원에 합의를 봄.
2. 사춘기 소년, “밤에 아파트 단지 내를 들어가는데 어떤 여학생이 걸어가더군요. 성충동을 못이겨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도 모르게 다리와 몸을 만졌습니다.”
3. 책 <프로파일링> 중, “...여러 고층 아파트 건물들에서 나이 든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간 사건이 7차례나 일어났다. 70대와 80대의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 젊고 건장한 흑인 남자가 뒤따라 탔다. 이 남자는 여자들을 옥상으로 데리고 가서 강간했다.”
4. “육군 모부대 D(23)일병도 전형적인 아동 성폭행범이다. 그는 휴가 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여학생을 옥상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5. “2003년 울산에서...아파트에 사는 한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낯선 남성과 함께 탔다. 이 여성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남성을 의심했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6층을 누르자 이 남성은 4층을 누르고 해당 층에서 내려 안심을 했다. 이 여성이 6층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기 위해 아파트 문을 열자 4층에서 내린 치한은 계단으로 미리 올라와 숨어 있다가 흉기로 여성을 위협하고 집으로 들어가 강도짓을 했다.”
CCTV가 있다 해도 당장 일어나는 범죄를 막아줄 수는 없는 일, 해당 여성이 미리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빈 드 베커가 쓴 탁월한 저서 <범죄신호>를 보면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남자와 단둘이 타는 건 피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없다. 그럼 다른 책인가? 하여간 내가 읽은 범죄 관련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잘 모르는 남자가 타고 있다면 그냥 타지 말고 다음 걸 타라.” 미안하지 않냐고? 저자는 말한다. “남자가 불쾌할 수는 있지만, 당신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보단 낫다.” 한마디 더 덧붙인다면 먼저 타고 있는데 남자가 뛰어와서 타는 경우, 그냥 내려 버리자.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일단 3층을 누른 뒤 거기서 내려 다음 걸 타자. 워낙 험한 세상이니까.
미모였던 그 간호사, 나랑 탔으니 다행이었지만 그런 행운이 계속 이어질 수야 있겠는가. 알아서 조심하자. 그리고 방심하지 말자. 예로 든 사례에서 보듯 80대도 안심 못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