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월 28일
마신 양: 소주--> 2차도 소주--> 3차는 맥주
화요일밤, 다음날이 삼일절이라 집으로 향하는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술을 잘 안하시는 학장님 덕분에 모임이 일찍 끝났고, 오랜만에 밤 열시 전 귀가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요. 하지만 9시 30분쯤, 전화벨이 울립니다. 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전 오늘도 집에 곱게 가긴 틀렸구나 싶었습니다.
“민이 아저씨-나이차가 한 일곱 살 쯤 나는데, 제게 아저씨라고 부르지요-지금 뭐해?”
“문래역 지나고 있어.”
“오늘 술 마시자!”
그때부터 전 열심히 술을 마셨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할 얘기도 많았구요. 한 열한시쯤 되었을까요. 저와 절친한 알라디너 한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뭐하세요?”
“달리고 있죠. 왜그러세요?”
“여기 황소곱창인데요, 이리로 안오실래요? 여기 XXX님이랑 깍두기님도 있는데.”
황소곱창이라면 곱창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바로 그곳이 아니겠어요. 계란말이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던 전 곱창이란 말에 강렬하게 구미가 당겼습니다. 하지만 파트너를 버려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 아쉽지만 전 안되겠다고, 다음에 보자고 답을 했습니다. 이 말도 덧붙였지요.
“제가 깍두기님 제일 좋아한다고 좀 전해 주세요.”
잠시 후 깍두기님이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결례를 무릅쓰고 메시지를 공개합니다.
“마태님이 아무리 절 좋아하신대도 소용없어요. 이 자리에 안오시면 무효”
그때 제가 뭐라고 답을 했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억울했습니다. 그분들이 모인 건 대략 7시쯤, 그때부터 4시간 동안 제 생각은 안하고 술을 마셨다는 게 억울합니다. 황소곱창이 위치한 합정동은 엄연히 제 나와바리고, 과문불입은 실례라는 옛말처럼 그 근처에 오는 분들은 제게 연락을 취해 보는 게 당연하겠지요. 게다가 제가 황소곱창 얘기를 좀 많이 했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4시간 동안이나 저를 잊을 수가 있나요(XXX 님께도 물론 섭해요!).
그 알라디너에게 물으니 그날 깍두기님은 날을 잡고 달리셨다네요. 평소 집이 멀어 오래도록 마시지 못한 게 아쉬웠으니, 그날 절 불렀다면 즐겁게 오래도록 얘기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예컨대 제가 님의 나와바리에서 얼쩡거리다 그냥 갔다면, 깍두기님도 서운하지 않으세요? 앞으로 홍대, 신촌, 합정동 근처에 오시면 미리 연락 주시어요. 제가 버선발로 달려갈께요! 참, 이번주랑 다음주랑 다다음주는 안되요. 스케줄이 꽉 찼거든요. 깍두기님, 제 마음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