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기자분께 사과드려야겠군요. ‘무단전재’라는 표현에 대해서 말입니다.
신문을 사서, 사진 아래 난 ‘동아일보 자료사진’이란 글귀를 읽고서야
그 사진의 출처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 사진은 96년, 그러니까 제가 서른살일 때랍니다.
얼굴은 뽀송뽀송하고, 무엇보다 아주아주 날씬합니다.
그래요. 저 그 당시 68킬로인가 나갔어요.
그해 5월에 제대를 해서 보건원에 나가게 되었는데요
하루에 테니스를 두시간씩 쳤고
8킬로나 떨어진 보건원에 달려서 출근하던 그런 때였지요.
80킬로 근처인 지금과는 몸의 차원이 다릅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자동문에 서면 문이 안열렸다는...
당시 동아일보에 제 사진이 왜 실렸냐구요?
지금은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지만
그때 전 삐삐를 가지고 뭔가를 하고 있었고
그 얘기를 처음으로 실어준 곳이 바로 동아입니다.
이 기사가 실린 후 제게는 엄청난 양의 삐삐가 쇄도했구
그 중 일부는 방송 출연 요청이었답니다.
실제로 방송에 몇 번 나갔고
심지어 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했던 쓰라린 기억이 남아 있답니다.
전에도 고백한 적이 있지만
그런 일들을 하느라 제 군대생활은 아주 엉망이었답니다.
열심히 연구했다면 훌륭한 사람이 되었겠지만
이 사진을 찍고 난 후
제 앞에 놓인 저 기계 앞에 다시 선 적이 없을 정도로 개판을 쳤지요.
웬만하면 후회 같은 걸 안하려고 하지만
그 시절 열심히 살지 못한 건 후회가 되요.
제 인생이 그것 때문에 많이 어긋나 버렸으니까요.
원래 제 꿈은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었는데
노는 데 맛들이니 헤어날 수가 없더군요.
지금도 그 연장선에서 살고 있는 것 같군요.
저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되돌릴 수 있었는데.
지금도 물론 늦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