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이 고장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서 작업했더니 글자가 영 맘에 안드네요...
일시: 12월 22일(목)
누구와: 미녀 둘과
단란한 곳만 가는 친구들은 나까지 7명이다. 그 중 두명은 지금 미국에 있는데 한명이 이번에 귀국했다. 3년만의 귀국, 물론 반갑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아쉽게도 그날 난 약속이 있었다. 1차만 하고 늦게라도 합류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그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드리드(가명)로 와!”
순간 난 내 앞에 있는 소주를 원샷했다. 마드리드, 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그곳은 강남에 있는 고급 단란주점이었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늘 가는 단란주점, 친구 왔다고 또 가야하나. 친구들끼리의 대화는 전혀 없는 그곳을 말이다. 난 귀국한 친구를 바꾸라고 한 뒤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 안갈 테니까 나중에 보자. 알았지?”
난 전화기를 껐고, 당연한 소리 같지만 더 이상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그 친구들은 내 두번째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었지만 전화를 안했다는 소리다).
이런 약속에 안가고 나면 다음날이 두렵긴 하다. “너 어제 왜 안왔어?”라는 친구의 성난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과연 평소의 소신대로 말할 수 있을까? 해서 난 다음날 아침에도 전화기를 켜지 못했다. 오후쯤 되어 전화기를 켰지만 다행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주 토요일, 난 일산으로 가서 그 친구를 만났고,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친구와 두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맑은 정신으로 나누는 이야기라 그런지 더 공감이 갔는데, 왜 그동안 술을 안마시면 이야기가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날 새벽 두시가 넘도록 흥청망청 놀았던 친구들보다도 내가 그 친구와 더 깊이 교감했으리라. 늘 하는 소리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에게 끌려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돈, 그리고 몸을 버리면서 같이 있는 친구들을 미워하게 될 그런 곳에 왜 끌려갔던가. 같이 지낸 시간의 길이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우정이 깊은 것은 아니며, 노는 문화가 틀리고 나만의 희생을 전제로 한 우정이라면 지속할 이유는 없다. 물론 난 계속 “내일 나와!”라는 그들의 협박을 받을테고, “어제 왜 안나왔어?’라는 추궁이 무서워 전화기를 꺼놓을 테지만, 내 나이도 이제 40,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