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번째
12월 20일(화)
어릴 적 과외를 했던 친구들과 송년회를 했다. 1차까지는 좋았지만 2차는 악몽이었다. 난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갔으며 원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고, 원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나를 구원해준 건 바로 휴대폰, 난 내가 아는 미녀에게 내 처지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그 시간을 견뎠다. 그러다 결국, 난 그곳을 뛰쳐나와 집에 가버리고 말았는데,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외투와 가방을 거기 놓고 나와야 했다. 언더샤쓰만 있고 떨다가 택시를 잡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종이가방을 들고 출근을 해야 했다(가방의 내용물은 책 한권에 도시락이 전부였지만). 나중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도망가 버리면 어떡해? 너 간 것만 빼고는 참 재미있게 놀았다.”
거짓말. 내가 간다고 하기 전엔 그들 중 누구도 날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즉, 내가 있으나 없으나 어차피 재미있게 놀았으면서. 싫다는 사람을 굳이 데려갈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논 건 자기들인데 5등분으로 나눈 액수를 계좌로 부치라고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난 거기 끌려간 나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날 알게 된 사실 하나. 지난번에 안전벨트를 안매서 딱지를 떼었는데, 안내고 개겨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기 나온 친구 하나의 말에 의하면 그건 반드시 내야하며, 안내면 45일 면허 정지란다. 오늘 아침 채용 심사를 하고나서 탄 수당으로 범칙금 3만원과 날짜를 넘겨서 추가된 6천원을 냈더니 1만4천원이 남는다. 허무했다.
160번째.
12월 21일(수)
스켈링을 하고 치과 후배와 술을 마셨다. 그는 내가 이를 제대로 닦고 있지 않다면서 이대로 가면 다시 잇몸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끔찍한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어젯밤 그리고 오늘 아침, 난 치과에서 배운 대로 이를 닦았다. 팔이 아팠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후배는 눈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자란 내 머리를 “멋있다.”고 했다. 내 머리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보면 미녀들은 내가 멋있어졌다고 하고, 일반인들은 제발 머리 좀 자르라고 한다. 그저께 술자리를 같이 한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널 놀리려고 그러는 거야 임마.”라고 한다. 하지만 후배는 내 머리를 연방 칭찬하더니 어떻게 하면 나처럼 되냐고 묻는다. 후배는 머리를 어디서 깎았는지 영 아닌 모습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그가 내게 했던 칭찬들은 진심인 듯했다. 난 그에게 비결을 말해줬다.
“좋은 데서 자르고 그대로 방치하는 거죠!”
둘이서 소주 세병을 비우고 조용한 곳에 가서 맥주를 비웠다. 집에 가서도 멀쩡한 걸 보면 요즘 술이 세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제같은 컨디션이었다면 지난 토요일 바닥에 눕지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