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목걸이'로 검색하니 이거밖에 안나와요..

 

 

 

벤지는 목줄 매기를 싫어했다. 사실 그걸 좋아하는 개가 어디 있겠는가. 거기에 길들여졌기에 할수없이 매는 것이지. 그럼에도 난 목줄을 거부하는 벤지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개’라며 칭찬해마지 않았다.


몇 년 전, 우리 동네에 커다란 진돗개를 데리고 아침마다 산책을 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 아저씨는 어느 지점에서 개 줄을 풀어줬고, 그 개는 이곳저곳을 바람같이 쏘다니며 자유를 만끽함과 동시에, 벤지 몸만한 똥을 몇군데다 만들었다. 물론 그 주인은 개똥 치우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집은 원래 마당이 있다가 없어졌기에 벤지는 꼭 밖에다가 대소변을 봤는데, 할수없이 난 아침 저녁으로 벤지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용변을 보게 했다. 민감하기 짝이 없는 벤지가 전날 일을 본 자리를 피하려고 코를 킁킁거리는 동안 난 그때쯤 배달된 신문을 읽으며 전날 일어난 일들을 알고자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해 펼쳐든 신문을 내려보니, 그 짓돗개가 어느 새 벤지 앞에 와 있었다. 미모에 걸맞게 호의호식하는 벤지를 적대시하는 것이 눈에 드러났다. 어떻게 할까를 잠시 고민하다 몸을 날렸고, 내가 벤지를 감싸안음과 동시에 그 개는 맹렬히 짖으며 달려들었다. 그놈한테 슬리퍼를 던지고 발길질을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놈은 여전히 내 어깨에 올라탄 벤지를 째려보고 있었다. 잠시 뒤 주인이 오자 난 “저런 큰 개를 풀어놓으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를 했지만, 그 인간은 “그럼 너는 왜 개를 풀어놓느냐?”고 따졌다.

나: 우리 개를 물려고 하니까 그렇지요.

그자: 물리면 할 수 없는 거지. 사람끼리도 싸우는데 개끼리 싸울 수도 있는 거 아냐.

결국 그자와 난 언성을 높여가며 싸웠고, 집에 돌아간 후 어떻게 복수를 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

“철수야, 너 혹시 도사견 키우는 사람 좀 아니? 도사견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성질 더럽고 사나운 놈으로. 뭐? 모른다고? 좀 알아봐 줄래?”


며칠 뒤, 벤지와 내가 밖에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저쪽을 보니까 그 개가 씩씩거리며 벤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난 또다시 몸을 날려 벤지를 안아들었고, 1초쯤 후 진돗개는 벤지가 있던 자리를 덮쳤다. 내 어깨 위에서 벤지는 부들부들 떨었고, 난 그 개를 째려보는 걸로는 직성이 안풀려 또다시 슬리퍼를 던졌다. 그 개가 나한테 짖을 무렵 주인이 왔다.

“정말 줄 안 맬 겁니까? 이 개가 저한테까지 달려들잖아요!”

주인은 지난번과 달리 좀 누그러져서, “이봐. 나도 이동네 살아.”라는, 상황에 별로 맞지 않는 소리를 하다 갔는데, 집에 들어간 나는 그 친구에게 다시금 전화를 했다.

“철수야, 그 도사견 말야. 좀 알아봤냐? 뭐? 안알아봤다고? 내가 당장 급해서 그런데 좀 알아봐 주라, 응?”

그 다음부터 난 벤지가 일을 보는 동안 한눈 안팔고 벤지를 지켰다. 그 후 몇 번 정도 더 그 진돗개를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개는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개를 만난 후부터 난 개 목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벤지는 체중 5킬로의 마르치스고, 좀 짖긴 해도 싸움 같은 건 전혀 할 줄 모르는, 다른 개를 만나도 꼬리만 흔드는 평화주의자다. 그런 벤지에게 개 목줄을 매라고 얘기하는 공원 관리자가 이해가 안갔었지만, 주인에게는 착한 개인 그 진돗개가 내게는 흉악범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내게 사랑스러운 벤지도 어떤 이에게는 괴물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집에 놀러온 조카들은 하나같이 벤지를 무서워했으며, 벤지가 짖기라도 하면 저만치 도망가 버렸다. 조카 하나는 열 살 때조차 “너 벤지한테 이겨?”라는 내 물음에 “아니.”라는 대답을 했을 정도.


하지만 벤지에게 목줄을 매게 하는 것은 이미 글러버린 일이어서, 난 목줄 없이 벤지와 이곳저곳을 산책했고, 벤지는 파란 잔디에서 비둘기나 까치를 쫓고, 풀 냄새를 맡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는 등 자유를 한껏 구가했다. 벤지로 인해 조금이라도 무서움을 느꼈을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


* 원래 큰 개는 작은 개를 물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엔 전제가 있는데, 그 개 역시 충분히 사랑받고 자라는 개여야 한다는 거다. 골든 리트리버처럼 순한 개가 아닌, 예컨대 시베리아 허스키 같은 개는 벤지가 짖어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기만 했다. 반면 맨날 묶인 채로 있으며 형편없는 식사를 제공받을 그 진돗개가 우아하게 지내는 벤지를 보고 적의를 갖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나쁜 건 목줄을 안맨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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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2-0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이 동감입니다. 그런데 개한테는 물릴까봐 겁내 본적이 없는데 뱀(특히 花巳)은 정말 무서버요~~~

마태우스 2005-12-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뱀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마음이 음흉해서 그렇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습니다. 전에 레이싱걸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켈리님/허스키가 대견한 듯 바라보는 장면, 참 귀엽습니다. ^^

이네파벨 2005-12-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게 아니라
개 싸움이 사람 싸움 되는 경우도 있군요...^^

제가 다니는 산책로에서 만나는 개들 중 엄청 성질 더러운 녀석이 한 마리 있어요.
보는 개들마다 쫒아가서 쌈 걸고 사람 보고도 캥캥 짖고...

근데 녀석은 몸집이 조막만해서...그래봤자 귀엽죠.

주인인 성격 좋아보이는 아주머니는 지나가는 사람들(특히 개주인들)에게 미안한 듯 미소를 보내시곤 하시더군요...

환경 결정론을 지지하시는 듯한 (성격 더러운 개는 사랑을 못받아서 그렇다) 마태님의 견해와 반대로 저는 그 악동 개를 보고서 "유전자 결정론"을 떠올렸답니다...."견격"도 타고나는데 하물며 "인격"이야...싶더군요...

(댓글에도 알라딘 상품 붙여넣기가 가능하다면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nature via nurture)"이나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을 붙여넣고 싶네요...^^)

야클 2005-12-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그럼 안 음흉한 마태님이나 심복 부리님은 꽃뱀과도 친하게 지내시겠군요. 아,그리고.... 제가 레이싱걸 좋아하는건 맞습니다. -_-+

물만두 2005-12-0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문 개들이 견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한 개들인 점은 확실합니다 ㅠ.ㅠ;;;

2005-12-01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2-0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송아지 만한 맬러뮤트를 키웠었는데 맞아요
작은 개들을 유난히 좋아하더라구요
지딴엔 애정표현이라고 달려가서 냄새맡고 같이 놀자고 아우성이지만
조그마한 개 입장에서는 허걱-! 할 일이죠 ^^
그때 광경이 눈에 떠올라 갑자기 맘 한구석이 짠해집니다.

sooninara 2005-12-0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우리회의에서 개주인들은 꼭 줄을 매서 산책을 시키고 용변 처리를 잘하자는 내용이 있었어요. 안양천에서 산책하다보면 개주인하고 자유롭게 산책하는 개를 자주 보거든요. 우리아이들은 멀리서 개만 봐도 무서워서 제뒤에 숨는데..ㅠ.ㅠ
솔직히 개가 순해도 목걸이는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어떤분은 안양천에서 산책하던 개가 변을 보자 개주인이 천연스럽게 변을 주워서 안양천에 퐁당 던지는걸 봤다고 해서 우리를 경악시켰어요

하치 2005-12-0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부터 개를 키웠고, 지금도 키우는데(뭐 제가 키운다기보다는 엄마가 고생이시지요.) 목줄 없이 다니는 분들 보면 좀 그래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민폐가 되고, 개도 위험하니까요. 차도에 뛰어들어거나 오토바이 같은데 치거나 그럴 수 있잖아요.

아영엄마 2005-12-0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땡땡이 산책시킬 때 목줄을 매고 나갑니다. 조그맣고 겁많은 이녀석이 누굴 물리는 없겠다 싶어도 혹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다 교통사고 날까봐 겁이 나서..^^;;(근데 크고 거기다 사나운 개는 아무래도 무서워요. 얼마 전까지 앞 집에서 아이들 덩치만한 개를 키웠는데 툭하면 사납게 짖어대는 그 개를 아침마다 풀어놔서-꼭 우리 건물 앞쪽에 똥을 싸고 가는..ㅜㅜ- 아이들 다치게 할까 겁나더라구요.

2005-12-01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5-12-0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크셔를 키우는데 정말 목줄 안 매고 싶지만, 한 번은 높은 데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이후로, 반드시 어깨끈을 메고 다닙니다 목줄 보다는 어깨끈에 덜 민감하더라구요

모1 2005-12-0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제가 키우던 잡종개가 생각나네요. 어디서 뭘하고 있을지..학교갔다 왔더니 사라졌다는...----아무래도 엄마가 팔아버린 것같아요. 그 당시에는 집을 나간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늘바람 2005-12-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큰개는 사랑받기에 안달이 나 있죠. 커서 모두 무서워 하는데 큰개는 좋아서 매다리고 꼬치치고 와락 안기고 싶었던 건데 큰개와 작은개의 스케일 차이로 귀여움과 두려움이 되어버리죠.
벤지
그랬군요. 한편의 동화같은 이야기네요

산사춘 2005-12-02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내려가신 동네를 보니 식용으로 도사견을 많이 키우는데, 평생 철망에 가둬두거나 묶인채로 살더라구요. 생각날 때나 밥주고 물은 거의 안주고. 도사견 사고가 많이 나는데는 이유가 있어요.

마태우스 2005-12-0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님/맞아요. 밥도 물도 안주고...여름에 그런 애들한테 물 준 적 있어요. 너무 안됐더군요.
하늘바람님/큰개 역시 사랑을 갈구하는 녀석들이라는 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모1님/하여간 집나간 개들은 불쌍하구요, 팔리는 개들도 불쌍해요....
나나님/다리가 부러졌었군요. 저런....
속삭이신 분/진작 말하지... 그럴 걸 그랬다.
과일이좋아님/위에 어느 분이 써주신 걸 보면 유전이라는데요.... 유전도 있고 사랑받지 못한 한도 있다고 정리하면 될까요?
아영엄마님/개똥을 안치우는 사람이 아직도 있단 말이죠? 그런 사람들은 자기 집 근처엔 절대 똥을 안싸게 하죠...
하치님/맞습니다. 어릴 적부터 목줄을 생활화해야죠...벤지 때만 해도 목줄에 대한 인식이 없었구, 지금처럼 편한 목줄이 아니어서요...
수니님/똥을 주워서 안양천에....으음, 안줍는 게 더 낫겠군요&
고양이님/님도 개에 관한 추억이 있으시군요. 멜라뮤트, 그 녀석 역시 사랑받고 싶었던 게군요...
속삭이신 분/아아 불독한테 물리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나요... 제 가슴이 다 아프네요..
물만두님/그렇죠? 역시 그런 거죠???
야클님/꽃뱀 얘기 겁나 웃겼어요. 역시 님은 댓글의 황제!
이네파벨님/좋은 얘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니까 결론은 님은 절 좋아하신단 얘기죠?^^ 유전자론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