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무려 12쇄를 찍은 심작가님의 데뷔작이다. 다섯권의 저서를 모두 합쳐봤자 12쇄에 못미치는 나로서는 "인간이 어떻게 십쇄를 넘길 수 있냐"며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일시: 11월 23일(수)
마신 양: 많이.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 심작가님을 환영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소수정예라 할만한 숫자의 알라디너들이 모여 모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냈기에 마음은 뿌듯하다. 번개가 재미있다 없다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번개는 참석자 전부가 재미있다고 할만한 그런 것이었다.
십년도 더 전, 중국집에다 40명을 예약했다가 4명만 와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혼자 앉아서 신문을 보는데 손이 덜덜 떨렸고,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와 “아직 사람들이 안왔냐.”고 눈을 부라릴 때마다 죽고 싶었다. 그날의 경험 때문에 예약할 때는 “온다고 한 사람 숫자 나누기 2”를 하는데, 이번에도 그게 적중, 온다는 분은 열넷이었건만 테이블 두개만 달랑 예약한 게 대략 맞아떨어진 것 같다.
고맙게도 지승호님이 나와 주셨다. 최근 ‘7인7색’이란 책을 출간하셔서 저서가 총 8권이 되신 지승호님 덕분에 모임이 더 빛났다고 생각한다. 동화책 몇권을 저술하신 오즈마님, 그리고 시덥쟎은 책만 잔뜩 낸 나까지 포함해 그곳에는 총 네명의 저자가 출동한 셈이다.
약간 취한듯한, 그리고 부상까지 당한 미녀분을 집에 모셔다 주겠다는 핑계로 그곳을 빠져나온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분 집은 원당이었건만 눈을 떴을 때 택시는 우리집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내가 택시에서 계속 자는 바람에 그분이 차마 내릴 수 없었던 것, 다시 말해서 내가 그분을 모셔다 드린다고 했지만 결과는 그분이 날 데려다 준 거였다.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있담. 내가 나간 뒤 또 어떤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의 시간만으로도 난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 심작가님께, 그리고 나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