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으원나리와 변호사 나리...
요약본, 그것도 '자신의 사상'으로 잘 축약시킨 걸로다가 '용감'하게 얼굴을 내밀다니...
쪽팔리지도 않나.
노회찬의 지적은 역시 살아있어... 아하하... ]
라주미힌님이 천정배 장관의 지휘권 사용에 대한 100분토론을 보고 올린 감상문의 일부다. 내가 이 토론을 봤다면 나 역시 비슷한 감상문을 남겼을 것이다. 수구들의 논리, 뻔하지 않는가.
지난 일요일, 테니스를 치고 집에 오는데 운전을 하던 친구가 내게 지휘권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나름대로 대답을 했더니 그 친구가 열을 낸다.
“너 그 토론 봤어? 노회찬인가 하는 사람 정말 안되겠더라. 논리가 없어. 한나라당 의원하고 변호사, 어쩌면 그렇게 말을 잘하는지. 그들 말이 맞아.”
같은 토론이라도 이렇게 평소의 소신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내 생각과 비슷한 말을 하면 잘하는 것 같고, 다른 말을 하면 “저게 뭐냐”는 야유가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토론이란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확인받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토론으로 견해가 바뀌는 일이 거의 없는 건 그 때문이리라.
천정배가 법무장관이라는 게 사회적 진보의 결과라고 믿는 나는 강정구 교수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가 여부를 떠나서, 이번 논란이 검찰의 오랜 관행이었던 구속수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강정구처럼 도주와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는 사람을 굳이 잡아놓고 수사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번 사건 역시 정치적인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네 편 내 편이 갈라져서 “정배 너, 전에는 그렇게 말 안했잖아!” 따위의 유치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박근혜의 주장도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법무장관의 지휘에 반발해 사표를 낸 총장의 결단은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를 연상케 했고, 오랜 기간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검사들의 입에서 ‘검찰 중립이 훼손되었다’는 불만섞인 소리가 나오는 것도 날 헷갈리게 한다. 법에 명시된대로 지휘권을 발동한 천장관의 행동에 길길이 뛸 정도면, 법에 의거하지도 않은 채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대통령이 있던 시절에는 어떻게 검사옷을 입은 채로 버틸 수가 있었을까?
강정구의 글이 어떤지 안읽어봐서 모르지만, 평소의 소신으로 보아 대충 짐작은 간다. 그 글을 다 읽어봤다는, 그래서 “그 사람, 완전 빨갱이더라구”라고 한 친구에게 이렇게 대답해 줬다.
“그래서 뭐 어떻다고? 빨갱이는 사회에 있으면 안돼?”
남북간의 체제 경쟁이 남한의 일방적인 승리로 돌아간 지금, 누군가가 조선 노동당이 중심이 된 적화통일을 외친다 해도 거기 동조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거다. ‘저런 또라이’ 하고 말 일을 가지고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시끌벅적한 것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미숙한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국가의 정체성은 자기들이 지킨다고 자부하는 분들, 제발 좀 가만히 계셔줬으면 좋겠다. 강교수의 한마디에 훼손될 정도의 정체성이라면 무너져도 진작에 무너졌다.
*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을 찍은 그 친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절대로 열린우리당을 찍지 않기로 다짐했단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명박을 찍을 거야!”
천정배의 지휘권 발동이 이명박을 찍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의 선택은 어찌되었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독재를 저주했던 그 친구가 지금은 그때 그 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으로 선회한 것은 나이가 듦에 따라서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나도 요즘 부쩍 보수화된 것 같다. 재벌이 예전만큼 싫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