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로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귀여운 소녀 드류 배리모어, 그녀는 뚱뚱하고 미모도 그저 그런 배우가 되고 말았고, 자신의 매력으로 관객을 동원하기보다는 <미녀 삼총사>처럼 구색 맞추는 차원으로 등장하는 초라한 신세다]
드류 배리모에 대해 내가 전에 썼던 글이다. 어느날 그녀에 관한 자료를 뒤지다가 기절할 뻔했다. 그녀가 <야성녀 아이비>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서.
야성녀라기보다는 악녀인 아이비가 어느 집에 들어가 아버지를 유혹하고, 어머니를 창가에서 밀어 죽이는 등 나쁜 짓을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그 영화는 다른 건 다 볼게 없어도 아이비 역을 맡은 배우의 뇌쇄적인 섹시함만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케이블에서 처음 그 영화를 보고 난 다음부터, 혹시 또 안틀어주나 하고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던 나날이 내겐 있었다. 그 정도 매력있는 여자가 마음먹고 꼬신다면 미녀 보기를 돌같이 하는 나도 십초 안에 넘어가지 않았을까.

그런데 , 안젤리나 졸리 저리가라 할 그 미녀가 드류 배리모였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녀의 프로필을 보면 내가 본 영화가 두개나 더 있었지만 난 배리모어가 그 영화들에 나온지조차 몰랐다. 내가 원래 사람을 알아보는 데 잼병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배리모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게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 유>는 우디 알렌과 골디 혼밖에 생각이 안나고,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배트맨과 조커만 기억난다. 정리를 해보면 이렇다. 드류 배리모어는 ET의 귀여운 아이에서 섹시한 여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을 했지만, 그 후 자기 관리에 실패함으로써-적어도 내 눈에는-그저 그런 여인이 되고 말았다.
이제 곧 그녀가 주연인 <날 미치게 하는 남자>가 개봉한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영화고, 또 보스톤 레드삭스 얘기라 화면만 봐도 즐거울 것 같아 당연히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배리모어에게 다소의 편견-뚱뚱하고 안 예쁘다는-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는 한번 유심히 봐볼 생각이다. 배리모어가 과연 역량있는 배우인지 아니면 어릴 적 인기 덕분에 계속 영화판에 남아있는 것인지. 헐리우드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닐 터, 아무래도 전자가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 역시 그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