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는 친구 둘과 대천에 갔다. 나이 차도 나고 성도 다른 그녀들은 내 좋은 친구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가끔 싫증날 때가 있는 법인데, 난 그녀들한테서 마음에 안드는 구석을 발견한 적이 없다. 같이 있으면 그저 편하고 좋다.
넷이라면 의자를 돌려놓고 갔겠지만, 셋이어서 난 따로 앉았고 그 동안 별사탕님이 선물해주신 돈 까밀로 책을 다 읽었다.
대천 군인콘도에 짐을 풀었다. 콘도는 정말 좋았다. 3명이 22평짜리 콘도에서 자는 게 사치스럽게 느껴질만큼. 예약과 더불어 숙박료도 미리 내주신 그 어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 말풍선은 내가 만든 게 절대 아니다...
같이 간 친구의 귀걸이를 안경처럼 써봤다. 늘 '이 얼굴에 안경을 어떻게 쓰냐'고 생각했었는데,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저 절대로 방귀 뀐 거 아니구요, 저 말풍선은 모함이어요. 남자들은 저런 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난 힘이 좀 딸려서 배트를 짧게쥐고 갖다맞히는 편인데, 의외로 잘친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에서 조개구이가 한창 인기일 때 한번 먹어본 적이 있다. 하나도 맛이 없었다. 조개구이는 맛이 없다는 생각이 깨진 건 학생들 엠티를 따라 대천에 와서다. 대천의 조개구이는 여전히 맛있었다. 회도 어쩜 그리 맛이 좋은지, 그런 안주라면 소주 네병도 마실 수 있다.
뺑뺑 돌아가는 휴대폰 광고를 따라해봤다. 남자가 돌면서 여자 앞에 서고, 그담에는 둘이 같이 도는 그 광고 말이다. 근데 보는 눈이 있다보니 사진찍기가 영 쑥스러워, 발을 제대로 뻗지 못했다. 그랬다면 사진이 멋있었을텐데, 그놈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뭐, 대충 이렇게 갔다왔다. 그밖에 생각나는 것들.
-콘도에서 소주를 사러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려 30분 가량 헤맸다. 새벽 1시 반이라 사람도 없었고, 나중에는 식은땀이 났다. 길눈이 어둡다는 건 슬픈 일이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깼다. 깨보니 할머니 한분이 내 옆에 서계신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십분 쯤 버티다 결국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그리고는 내내 서서 갔다.... 소변이 마렵지 않았어도 내가 과연 자리를 양보했을까? 그랬겠지?
-당연한 얘기지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