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택배왔어요”
심복 조교선생이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난 당연히 책배달인 줄 알았다. 요즘 한창 사재기를 하느라, 그리고 내게 선물을 보내주는 고마우신 분들 때문에 날이면 날마다 책이 배달된다. 그런데 가보니까 책이 아니다. OK 캐쉬백에서 온거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일주일 쯤 전, 그쪽에서 전화가 와서 포인트가 많다면서 뭔가를 고르라고 했던 기억이.
상자를 뜯고보니 쿠션이다. 엥? 웬 쿠션? 안그래도 최근에 어떤 미녀로부터 얼룩말이 그려진 멋진 쿠션을 선물받은 터였는데, 내가 왜 또 쿠션을 골랐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갔다. 쿠션이 아니라면 내가 고른 게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이놈의 쿠션, 게다가 무겁기까지 하다.
“이거 가지실래요?”
심복조교에게 말하니 좋다고 한다. 줬다.
오늘 길가에서 우연히 심복조교를 만났다.
“선생님, 어제 그거 쿠션이 아니더라구요”
“네?”
“어쩐지 무겁다 했더니 그 안에서 이불이 나왔어요”
그렇다. 그건 침낭이었다. OK의 직원이 그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상품을 나열할 때, 평소에 갖고 싶었던 침낭을 잽싸게 골랐던 기억이 그제서야 났다. 조교선생은 안타까워하는 날 보자 은근히 불안했던지 이렇게 못을 박는다.
“그렇다고 다시 뺏으실 건 아니죠?”
“그럼요”
평소 없이 살아도 하등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침낭 없이는 못살 것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다 이놈의 건망증 때문이다.